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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서평)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책 이야기 2021. 3. 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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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하고 떠오른 사람이 있었습니다.

    대학교 3학년때 처음 만났던 언니. 대학생활을 함께 했고 졸업을 하고 내가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간다고 했을때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던 좋은 직장에 취직을 해 있었으면서도 두번 생각 안하고 사표를 내고 나를 따라 캐나다를 왔던 언니.

    캐나다에서 공부를 하다 저는 한국으로 들어오고 언니는 뉴욕으로 가면서 한동안 연락이 뜸했다가 다시 한국에서 만난

    언니의 모습은 약간 충격적이기도 했었는데요.

     

    그 뒤로 정신병원의 입 퇴원을 반복하며 정신과 약의 부작용으로 엄청 커진 몸집으로 매일을 우울증과의 전쟁을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하고 있는 언니. 그녀 생각이 났었습니다.

    어쩌면 그녀를 조금은 더 이해하고 싶어서 그리고 우울증과의 싸움은 나도 하고 있기에 좀 더 알고 싶어서 펼쳐보았던 책.

     

    저도 심한 우울증으로 2번의 자살시도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의 이야기는 아래 포스팅에서 읽어보실 수 있네요.

     

    응팔은 유토피아...

    한동안 응답하라 1988에 푹 빠져 있었는데요... 한국에서는 마지막회를 방영했을 시간에 아직도 안보고 이렇게 포스팅을 쓰며 응팔을 떠나보내지 않으려 혼자 붙잡고 있네요...ㅎㅎ 19화의 응팔

    godsetmefree.tistory.com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우울증이 기도와 명상을 통한 종교의 힘으로 다스릴 수 있는 정도였음에 감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희귀병을 앓고 있는 조카 채윤에게 사랑한다 말하고 싶다.

    병이 덜미를 잡고 주저앉히려고 해도 너는 침학하고 맑은 눈길로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봤지.

    덕분에 이모는 조울병을 넘어 또 다른 고통의 세계를 알게 되었더.

    고통은 끝이 없지만 우리는 서로의 '곁'이 될 수 있겠지

     

    일상에 매력과 효율성을 높여줬던 조증은 점차 본색을 드러냈다. 조증이 치명적인 까닭은 이때 망가진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제 정신이든 뒤에도 복구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조증의 주요 특이점 중엔 '타인과의 거리'를 제대로 재지 못한다는 게 있다. 나와 타인을 구분 짓는경계를 마구 무너뜨리고 함부로 침범해 버린다. 상대방이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내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현재의 황홀경에 홀딱 빠져 있는 조증 환자에게 '지금' '여기'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을 매우 특별한 존재로 생각한다.아주 잠깐 만났을 뿐인데도 홀딱 반하기도 한다. 나를 타인으로 부터 지켜주던 거리는 해체되고 정돈되지 않는 관계가 남는다. 나 홀로 기대고 나 홀로 바라고 나 홀로 사랑하고, 그래서 나 홀로 분노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예전의 나를 돌아다 보니 나 또한 조증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왜 그때 그런 미친짓을 했을까

    이해가 안 되었던 시간들이 설명이 되는 느낌 아니 핑게를 주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랬습니다.  이제 알게 되었으니 다시 그런 행동을

    하는 나를 보면 조금 더 이해하고 조율을 할 수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  어차피 평생을 잘 다스리며 살아가야 하니까요.

     

    "유리병에 흙탕물이 가득 들어 있다고 치자. 당장은 뿌옇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흙은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모든 게 다 지나간다. 힘들어도 견뎌보자. "

     

    슬픔과 우울은 어깨를 마주하고 찾아올 때가 많지만 본질적으론 다르다. 슬픔은 이유가 있다. '나' 와 '잃어버린 것/사람'을 분리할 수 있다.그때가 언제일지 알 수 없지만, 이 슬픔이 언젠가는 다할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은 오로지 슬픔으로 꽉 차 있는 감정의공간에 기쁨과 행복이 비집고 들어올 것을 믿는다. 슬픔은 위로하는 타인과 교류할 수 있다. 반면, 우울은 실체 없는 어떤 것이 주변을 채우고 목을 조르는 느낌이다. 의지, 목표, 흥미가 마비된다. 모든 것이 메말라 간다. 슬픔이 감정의습지라면, 우울은 감정의 사막이다. 그것도 사하라 같은 열사의 사막이 아니라 남극 같은 동토의 사막. 우울은 귀를 막는다. 주변 사람들과마음을 나눌 수 없다. 우울은 ' 셀프 감금' 이다.

     

    먼저 5년 전 입원한 병원의 레지던트였던 의사를 수소문했다. 한 소도시의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여전히 내게 호의적이었고진실한 눈빛으로 대했다. 진심으로 재발을 염려해줬다. 증상을 귀 기울여 자세히 들었고 약도 처방했다. 그런데 그가 가장 오랜 시간힘주어 강조한 것은 종교를 통한 치유였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그는 나부끼는 환자의 마음에 안식을 주고 어지러운 생활을 정돈할 방법은 종교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정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그 이유는 제가 바로 저의 조울증을 종교로 다스리고 있고 아주 심해질때는

    종교로 치유도 받고 있어서 인것 같습니다.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면 그것이 얼마나 좋은 방법인지 굳게 믿지 않을 수 없겠지요.

    물론 심할때는 병원을 가고 약처방도 받아야 겠지만 다행히도 저는 아직까지는 주님 붙잡고 어느정도 통제는 하고 있네요.

    아마 일을 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는 삶을 살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조울병이 '마음만 잘 먹으면, 의지를 가지면' 해결되는 병이 아니라는 것은 뇌와 정신질환의 뚜렷한 상관관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인간두되수집원장인 바바라 립스카가 쓴 뇌종양 투병기 (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과학자입니다) 는 뇌종양이 어떻게 정신적 붕괴를 일으키는지 생생히 묘사한다.

     

    (프로작 네이션)의 지은이 엘리자베스 워첼은 자신에게 적당한 약을 찾지 못해 10년 가까이 불필요한 고통에 시달리며 기나긴 힘든 세월을보내다 우여곡절 끝에 프로작을 처방받아 놀랄만큼 회복됐다. 그는 우울증은 화학적 문제이며, 우울증 약이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생활을 좋은 방향으로 꾸리고, 자신을 망치는 나쁜 습관을 끊는 데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상담을 통해 다른 많은 사람 역시 각자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는 보편적인 진리를 깨달았다고 한다.앤드류 솔로몬은 약물에만 초점을 맞추는 정신의학계의 최근 경향을 비판하면서 "뇌를 무시하다가 이제는 마음을 무시하게 됐다" 라고 말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선생님이 약물 처방 외에 내게 들려준 이야기들은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지 않도록 자신을 객관화하고 스트레스를관리하는 법,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몸을 움직이는 행동은 뇌에 유익하다. 과학적으로 충분히 밝혀진 바다.약물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스스로의 힘으로 '뇌의 비료' '뇌의 스테로이드' 를 쭉쭉 뿌릴 수 있다니 얼마나 기쁜 소식인가. 뇌가 튼튼해지면우울증뿐 아니라 다른 스트레스를 이겨낼 힘도 기를 수 있다. (우울할 땐 뇌과학)의 저자 앨릭스 코브는 '우울증이 야기하는 거의 모든문제는 운동으로 해결할 수 있다" 고 까지 말한다.

     

    정말 백번 공감하는 말들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어서 기뻤었는데요.  이건 무슨 그냥 나 혼자 이게 맞다고 생각하며 실천하고 살고있던 것이 옳았다는 것을 책으로 만나니 너무 좋았습니다. 내가 옳았고 잘 하고 있다고 칭찬해주는 것 같았거든요.이혼을 하면서 또 심한 우울증이 올까봐 걱정하고 있을때 시작을 했던 것이 산행이었습니다.  무조건 산으로 올라갔는데요.그렇게 산행을 하며 백패킹에 트레킹을 하며 캠핑을 하며 참 감사하게도 심한 우울증 없이 잘 넘어가고 있습니다. 요즘 코로나로 많이우울해서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지내는 날도 많은데요.  그래도 아침에 꼭 산에는 다녀오려고 노력하는 이유도 우울증과의 싸움에서이기고 싶어서 이네요.

     

    조울병을 앓았던 미국의 시인 로버트 로웰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터널의 끝에 불빛이 보이면 그건 햇빛이 아니라 다가오는 기차의불빛입니다"

     

    이 말이 이리도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 말의 의미를 너무도 아프게 잘 이해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도 하는데요.

    혼자 어찌할 수 없는 우울증을 경험하신다면 제발 병원을 가서 의사와 약의 도움을 받으세요.

    그리고 종교가 되었든 운동이 되었든 이겨낼 수 있는 스스로의 방법을 찾아서 우울증에 지지말고 행복한 삶 사시길 기도합니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싸워 이긴 저 스스로에게 칭찬하는 감사한 하루를 보내네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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