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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리뷰) 딱 일년만 청소하겠습니다 : 오십이 되면 다르게 살고 싶어서 - 최성연 저.
    책 이야기 2021. 4. 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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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십을 눈앞에 두고 있는 나이여서 그런지 오십이 되면 이라는 글이 제목에서 보이면 일단 집어들고 읽어봅니다.

    이책을 다운로드 받아서 읽었던 이유도 오십이 되면이라고 해서 였는데요.  거기에 한가지를 덧붙이자면 청소하겠습니다 였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솔직히 밝히면 청소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요. 싫어하지도 않지만 그냥 청소에 소질이 없는 사람입니다.

    열심히 청소를 하고 나도 청소한 표가 잘 안나는 사람이라고나 할까요?

    이쪽을 청소한답시고 열심히 하다보면 저쪽이 지저분해져있고 그래서 저쪽을 청소하다보면 이쪽이 엉망이고 뭐 그렇습니다.

     

    "언니는 그냥 나가서 잘하는 일하고 집안일은 아줌마를 시켜"  라고 친한 동생이 조언을 했던 적이 있는데요.  사실 밖에서 일하면

    잘할 사람이다라는 이야기는 종종 들었지만 집안일을 잘 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 집안일을 굳이 내가 하겠다며 전업주부로 살았었으니 얼마나 스스로를 스트레스를 주며 살았는지 모르는데요.

    물론 저만 스트레스가 아닌 가족들에게도 스트레스였겠지요.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저자도 저와 비슷한 사람이어서 청소를 싫어하지만 딱 일년을 마음잡고 청소를 열심히 해 보겠다는

    이야기 인가?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나이 오십이 되면 다르게 살고 싶어서 이런 마음을 먹는 사람도 있겠구나 생각을 했는데요.

    그래서 청소하면 뭐가 달라져? 하는 생각에 책장을 넘겼는데 저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책이었습니다.

     

    문화예술계에서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저자가 여행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월급이 지방 대학 강사료보다 더 좋고 자신에게

    기회가 왔다는 이유하나로 건물 청소일을 일년가 해 보며 겪고 느끼며 생각한 일을 적은 에세이였는데요.

     

    읽으면서 예전에 일식집에서 아르바이트할때 생각이 많이 났었습니다. 

     

    이혼을 하고 더 이상은 누가 무슨일 하세요? 하고 물어보면 '전업주부'입니다 하고 대답을 할 수가 없게 되어서 찾아보았던 일자리.

    '전업주부'입니다 하고 대답을 하면 꼭 그 다음으로 따라오는 '남편분은 무슨 일 하세요?' 라는 질문이 싫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캐네디언들은 절대로 하지 않는 질문들.  여행지에서나 처음 만나는 한국사람들이 하는 질문들.

     

    언니들은 어떻게든 그 일에다 마음을 욱여넣었다.

    여느때처럼 오디오북으로 귀에 이어폰을 끼고 들으며 산을 걷다가 '욱여넣었다' 라는 단어가 가슴에 와서 꽂혔습니다. 

    하고 싶은 일은  아니지만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일에 마음을 욱여넣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도 그렇게 마음을 욱여넣으며 살아야 했던 날들이 있었기에 더 그 단어가 와 닿았는지 모르겠는데요.

    다들 그렇게 사는 것 같습니다.  

     

    물어봐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한다. 그런 눈치가 있어야 살아남는다는 걸 나이 오십에 배웠다.

    이 책을 읽으며 의외로 눈치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나왔는데요.  한국에는 '눈치'라는 제목의 책도 있고 한국살이를 하는 외국인들이

    제일 어렵게 생각하는 것도 이 '눈치'라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요.  한국사람도 이게 힘든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거면 없어져도 괜찮치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는데요.  아마 저도 눈치를 잘 못채는 사람이어서 그런가 봅니다.

     

    언니들 마음속에 깊이 가라앉아 오랫동안 꺼내지 못한 욕망이 그 오지랖의 원천은 아닐까? 힘겹고 고된 삶은 우리 내면의 껍질을

    단단하게 만든다. 언니들 또한 험한 세상을 버티기 위해 수없이 이를 악물고 여린 마음에 단단한 껍질을 씌우다 보니 자신의 진짜

    내면은 갇혀 버렸고, 그 내면의 맥박이 '나 좀 내보내 줘, 나 좀 꺼내 줘!' 하고 아우성치다가 자꾸 엉뚱한 관심사만 열리게 만드는 건 아닐까?

    캐네디언이 주인이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캐네디언이던 카페에서 일을 하다가 한국사람이 주인이고 일하는 분들도 대부분 한국사람인

    일식집으로  일자리를 바꾸어 일하면서 알게 되었던 아니 그 전에는 이야기만 듣고 있다가 경험하게 된 사회의 한부분이었는데요.

    일식집에서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은 밥을 먹으며 이런 저런 뒷담화나 오지랖을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것과 비슷한 것을 경험하게

    되었었는데요.  그 일을 그 만두고 다시 그 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도 괜히 그 분들께 심심풀이 오징어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분들은 하루종일 식당에서 힘든 일을 하시다보니 여린 마음에 단단한 껍질을 씌우다 보니 그렇게 되신거겠지요.

    얼마전 영주권을 받기위해 식당 주방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싱글맘 엄마의 하소연이 생각이 났습니다. " 여기서 버티려면 저도 저사람들

    처럼 독해져야 하는데 저는 제가 독해지는 게 너무 싫어서 저 사람들처럼 될까봐 이곳에서 일하는 게 너무 싫고 힘들어요."

    이제 보았더니 그녀는 그 일에 마음을 욱여넣지 못해서 더 힘들어 하는 것이었던게 아니었나 싶네요.  내가 조금이라도 쉽게 해야 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냥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인데 말이지요.

     

    몸으로 일해서 먹고 사는 노동자는 건강해야 한다.  만일 아프면? 정답은 '아파도 아프지 말아야 한다' 이다.

    몸쓰는 일을 시작하고 얼마뒤에 손목과 손이 아프다는 것을 경험했는데요.  주위에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언니들에게 물어보니 그 정도는

    그냥 약먹고 참아라 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녀들도 그 일을 해 보고서야 왜 일용직 노동자들이 밤에 꼭 술을 마시고 잠에 드는 지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했는데요.  아파서였습니다. 자다가도 통증에 잠에서 깰때도 있다고 하니 정말 몸으로 일해서 먹고 사는 노동자의

    삶이 얼마나 팍팍한지 조금은 경험해 볼 수 있었는데요.  캐나다에는 영주권을 위해서 자신이 한국에서 했던 공부나 경력에 상관없이

    몸으로 하는 일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 분들이 얼마나 어렵게 영주권을 따려고 고생하고 있는 지를 조금은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팬더믹으로 일을 못하게 되면서부터 주식투자를 하면서 이제는 누가 무슨일 하세요? 하고 물어보면 '주식투자하는데요'  라고

    대답을 하게 되어서 앞으로도 다시 몸으로 일하는 일자리를 찾을 것 같지는 않는데요.  그 이유는 이 나이에 몸으로 일하는 일자리를 해

    보았더니 몸이 아프면 그게 더 손해라는 것을 경험해서 인것 같습니다. 

     

    오늘의 가난을 해결하느라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미래를 준비하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위험해도 좋고 나쁜 거라도 좋으니

    안 아프기만 하면 된다는 그 말에 왠지 숙연해졌다.

    몸이 아프다보면 사실 그 뒤로 들어가는 약값이나 병원비가 더 들어갈 것 같은데요.  저도 그때 아프기 시작한 손목이 아직도 고질병처럼

    아플때가 있다보니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미래를 준비하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라는 말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노동이 신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동이 신성하다는 믿음은 노동을 착취하려는 권력에 의해 생겨났다고 생각한다. 이는 노동의 역사

    속에서 노동자가 존중받지 못하고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생겨난 보상 심리에 의한 착각일 수도 있다.

    캐나다에 살면서 특히 노동은 신성한게 아니라 노동은 돈을 더 많이 받아야 한다고  그게 맞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식당일을 해 볼

    생각을 했던 이유도 제가 캐나다에 살아서 였던 것 같습니다.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동안 팁포함 시급은 시간당 25-30불을 훌쩍 

    넘기는 날이 많았거든요.  이곳에서는 식당 아줌마들도 경력이 좀 있으신분들은 월 4000불은 버시는데요.  그 힘든 건물 청소부 일이

    월급이 220만원이라는 글을 읽으며 한국도 노동자들에 대한 금액적 보상이 좀 더 많이 해 주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네요.

     

    무엇보다 여행경비로 쓰고자 한 돈의 일부를 모을 수 있어서 좋았다. 코로나 19 팬더믹 때문에 여행은 가지 못했지만 발이 묶인 덕에 더 좋은

    일들이 생겼다. 새로운 도전은 내가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었다. 어쩌면 일 년 동안의 청소일이 나에게 마법 

    빗자루를 하나 선물한 건지도 모르겠다.

    작가분은 여행경비로 쓰고자 한 돈의 일부를 모을 수 있어서 좋으셨는데 코로나로 여행을 못 가게 되어 책을 내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신거라

    코로나로 모든 분들이 힘든 경험만 한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또 하게 되었었는데요.

    이분은 일년 동안만 해 보는 일이라 청소일이 마법 빗자루가 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그 일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시는 분들께는 이책이

    어떤 선물이 될지 궁금해 지기도 했습니다.

     

    오십이 되면 다르게 살고 싶어서 라는 문구에 끌렸었는데요.

    나는 오십이 되면 다르게 살고 싶을까? 하고 생각을 해 보니 별로 그렇게 다르게 살고 싶지가 않네요.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내가 치열하게 살아온 시간들을 통해 만들어진 사람이기에 뭘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을까 아니 다르게 할 필요가 

    있을까를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니 그럴 필요없다네요.   지금까지처럼 그냥 열심히 그날 그날 행복하게 감사하며 살면 되겠다 싶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그게 아주 게으른 삶일지라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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