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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20% 안면마비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 2020. 7.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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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여년 전에 왼쪽에 안면마비가 오며 쓰러졌던 적이 있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구안와사보다는 예후가 훨씬 나쁘다는 램지헌트 신드롬.
    고통도 심해서 몰핀 진통제를 맞을 정도 였지요.
     
    한방병원에 2개월동안 입원을 해 있으면서 온갖 종류의 침이라는 침은 다 맞고 쓴 한약 먹어가며
    겨우 돌아온 얼굴이 지금도 20%는 안면마비인데요.
     
    10여년동안 살다보면 그런 마비쯤은 잊어버리고 살만도 한데요.
    살면서 불편을 자꾸 느끼게 되다보니 잊혀지지는 않습니다.
     
    20% 안면마비가 불편한점은 크게 딱 2가지가 있는데요.
     
    양치질을 하고 물로 헹구는 것을 그냥 못해요.
    입에 물을 머금고 푸카푸카를 하려고 하면 힘이 없는 제 입술은 물을 담고 있지 못하고
    그냥 밖으로 뿜어버리거든요.
    그래서 꼭 손가락으로 아래 위 입술을 꽉 잡고 푸카푸카를 해야 합니다.
     
    아들이 어렸을때 제가 양치질을 하고 푸카푸카를 할때 물이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며
    그대로 따라하며 양치질 하는 것을 보고 기함을 토했던 적이 있는데요.
     
    어린 아들이야 엄마가 그렇게 하니까 자기도 그렇게 해야하나보다 하고 따라서 했던 것일텐데
    그렇게 해야하는 게 아니라는 저는 바르게 하는 것을 보여줄 수 없으니 난감했었는데요.
    그래서 밖으로 품어나오게 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하는 거라고 보여주기 위해 손가락으로 입술을 잡고 하니
    이제는 자기도 손가락으로 입술을 잡고 하더군요.
     
    그때 든 생각이 옆으로 걷는 거 밖에 못하는 엄마 게가 어린 게에게 똑바로 걸으라고 하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어느 책에서 읽었던 이야기였습니다.
     
    엄마는 아파서 제대로 푸카푸카를 하지 못하지만 너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설명을 하며 다시 가르키며
    마음은 참 씁쓸했던 기억.
     
    두번째로 불편한 점은 쌈을 마음껏 먹지 못합니다.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하고 입안 한가득 각종 야채들로 만든 쌈을 넣어 먹는 것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정말 슬픈일인데요.
    사이즈가 좀 큰 만두같은 것도 입안 한가득 넣고 먹는 것은 못합니다.
    입안 한가득 들어온 음식물을 머금고 있을 힘이 없는 입술이 그냥 음식물들이 밖으로 삐져나가게 내 버려두어서 인데요.
    이때도 손이 도움을 줍니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삐져나오는 음식을 다시 밀어넣어주며 먹어야 하는데요.
     
    어찌보면 참 지저분하게 보일까봐 왠만큼 친한 사람들과 있는 자리 아니면 그런 음식은 아예 먹지를 않습니다.
     
    사진을 찍고 보면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른다고 하는데 제 눈에는 저의 마비가 너무 잘 들어오는데요.
    턱 밑에 보조개 같아 보이는 것도 램지헌트신드롬이 남긴 흔적입니다.
    가끔 이병을 아는 의사선생님은 알아보시더라구요.  그것때문에 생긴거냐고...
     
    그래서 더 많이 웃는 사진을 찍습니다.   웃는 모습이 20%의 마비를 살짝 가려주거든요.
    그래서 셀카를 찍고 사람들이 웃는 모습이 예쁘다고 하는 말 듣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저의 마비를 저의 부족을 그것까지 예쁘다고 해 주는 것 같아서요.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내가 가진 모든것에 익숙해진다는 것인거 같습니다.
    아픔과 장애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안고 살아간다는 거 같습니다.
     
    물론 아무생각없이 양치질을 하고 푸카푸카를 했다가 사방으로 튄 양치물에 다시 상기가 되기도 하지만요. 
    오늘도 마비인 20%보다는 괜찮은 80%에 감사하며 손가락으로 입술을 붙잡고 입가심을 합니다.
     
    감사할께 더 많은 인생임에 다시 한번 감사할 뿐이네요.
     
    다들 주어진것에 감사를 누리는 하루 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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