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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는 정말 나쁜 엄마야.
    이혼이야기 2022. 4. 19.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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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1월 작성글.

    어제 한국에 계신 친정엄마와 통화를 하는데 또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나도 나쁜 엄마이지만 너는 두배로 나쁜 엄마인거 알지? 난 그래도 이혼은 안했지만
    넌 이혼했잖아. "

    전남편이 세번째 외도하는 것을 저한테 들켰을때 처음으로 친정부모님께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더는 이렇게는 못 살겠다고 이혼을 하겠다고....

    그때 엄마가 하신 말씀은

    "한국 남자 기집질, 도박, 아니면 폭력이야. 그래도 박서방은 생활비는 주잖니,
    아들만 보고 참고 살아... 엄마라는 사람은 그런거야. 니네 아빠는 생활비도 안주고 바람피며
    40년을 살았지만 엄마는 이혼 안했잖니. 다 너네를 위해서였어. 엄마는 그런거야. "

    그렇게 이혼을 하겠다는 마음을 꺾고 다시 살다가 5번인가 6번째 외도를 알게 되고 나서는
    친정부모님께 말씀도 드리지 않고 이혼 소송을 진행 했었습니다.

    -만약 이혼을 하겠다면 박씨가문의 니 아들은 그 집에 놓고 나와라

    라고 말씀하시는 아빠의 말씀을 따를 수도 없었고,

    -만약 이혼을 하겠다면 나는 자살을 하겠으니 내가 죽고 나면 해라

    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말씀을 따를 수도 없었고,

    그냥 살기에는 제가 죽을 것 같아서 아빠랑 살게 하면 가출을 해 버리겠다는 아들을
    놓고 올수도 없어서 데리고 오기 위해 소송을 하면서 이혼을 했었습니다.
    그리고는 한국을 떠나 캐나다로 왔지요.

    나중에 제가 이혼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 친정엄마는

    "내가 동네 창피해서 1년을 집 밖을 나갈 수가 없었다. 어떻게 상의 한번을 없이 이혼을
    하니... 넌 정말 나쁜 엄마야. 내가 50점짜리 엄마라면 너는 빵점짜리 엄마.
    그 죄를 평생 니 아들에게 갚으면서 살아라... " 라고 전화통화를 할때마다 말을 하시고...

    "애비없는 후레자식 키워서 뭐하려고 데리고 왔냐" 라고 하셨던 아빠는 아들이 캐나다 최고의
    대학을 들어갔다는 것을 아시고 부터는 아들을 무척 이뻐하시며 찾으십니다.
    그 모습이 좋지도 않은 것은 아들이 좋은 대학을 못 들어갔다면 또 어찌 말씀하시며 구박을 하셨을지를
    너무도 잘 알아서 입니다.

    어려서 부터 늘 그랬습니다. 결과로 사랑을 줄지 말지를 결정하셨던 부모님.

    저의 어렸을 때 소원은 부모님이 이혼을 하시고 저를 고아원에 보내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아들앞에서 더는 전남편의 반복되는 외도를 숨기고 아무일 없다는 듯 평온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줄 자신이 없을때 이혼을 했습니다.
    14년을 행복한 가정이라고 믿고 살았던 아들에게는 크나큰 충격이었지만요.

    이혼을 결심할 수 있었던 이유중 하나는 제 부모님이었습니다.
    같이 있다고 두분이 자녀를 키우시고 많은 시간을 함께 하신다고 그게 아이에게 좋은 것은 아니었다는
    것의 표본이 저였거든요.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필요할때면 아이를 혼자 두고 혼자 여행도 잘 다녔습니다.
    안 그러면 제가 죽을 것 같아서... 2주 혹은 한달을 혼자 두고 여행을 다녀와서는 또 열심히 아들을 키웠습니다.
    (물론 아들이 고등학생이라 가능했네요.)

    주위에서는 학교다니는 아들을 혼자두고 여행다니는 싱글맘이라고 손가락질을 하기도 했었어요.

    하지만 전 주위의 말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중요한건 제 아들의 의견이었으니요.

    처음에 같이 여행가지 않겠냐고 물어보는 저에게 자기는 엄마와 여행을 많이 했으니 이제 혼자 다녀오시라고
    엄마에게 필요한 시간이지 않겠냐며 혼자 다녀오라고 제안을 했던 것은 아들이었습니다.

    제가 아들의 나이때 부모님이 여행가고 집에 혼자 있던 것을 얼마나 자유로워하며 좋아했었던지를
    기억하며 아들을 혼자두고 여행을 다녀오고는 했었네요.

    특히 아들이 고3때 혼자 두고 한국을 한달 다녀왔을때는 동네 엄마들의 뒷담화는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싱글맘이면서 고3인 아들을 혼자 밥해먹고 학교 다니라고 두고 한국을 갔다고...
    물론 그때는 친정아빠가 병원에 입원을 하셔서 간병을 위해 가야 했었기에 꼭 필요한 일이었지만
    그것도 평소에 아들을 혼자 두고 여행을 다녀봤었기에 잘 할 아들이라 걱정없이 다녀올 수 있었던 거지만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뒷말하기 딱 좋았겠지요.

    어제 친정엄마와 통화를 하는데 또 제가 세상 제일 나쁜 엄마라고 하시길래 저도 모르게 욱했습니다.
    멀리서 통화만 할때는 그냥 잘 듣고 넘겼는데 이제 한국에 들어가서 같이 있으면서 저 말을 계속 듣고 있을
    생각을 하니 더욱 참기가 힘들었던듯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언성을 높이며 다시는 그런 말씀 하지 마시라고
    했는데 통화가 끝나고 나니 자기 방에 있던 아들이 슬그머니 나와서 제 옆에 앉습니다.

    "괜찮아요? 엄마 할머니와 통화에서 언성이 좀 높아지셨던데요."

    그래서 아들에게 엄마의 만행에 대해 고자질을 했습니다.

    "에이... 그거 할머니 늘 하시는 말씀이잖아요. 그런데 엄마가 그런 엄마가 아니라는 것은 제가 잘 알잖아요.
    엄마는 제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 만점 엄마셔요. 그러니 할머니나 남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마세요.
    저는 엄마가 마음에 상처 받으시는게 더 속상해요. 저는 엄마 아들로 태어난게 제일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엄마가 제 엄마여서 얼마나 자랑스러운데요. "

    양육자분들께 이런 이야기 하고 싶었나봅니다.

    양육.. 정말 힘들지요?
    저도 저의 젊음을 갈아넣어서 키운 아들이라는 생각을 가끔 하고는 하는데요.
    그래도 시간 지나서 아이들이 다 크고 나면 인생에 제일 잘 했던 일이 이 아이를 키운거구나 하실 날이 오실꺼에요.
    지금의 저 처럼요.

    싱글맘 혹은 싱글빠로 아이를 키우시면서 남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서 상처받지 마세요.
    내 아이가 나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 하는지에만 귀 기울여주세요.

    우리의 사정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말에 상처받지 마시고 나의 사랑을 가식없이 다 느끼고 있을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세요.

    함께 살고 키우고 있다고 좋은 엄마나 아빠 아니고 떨어져서 가끔 본다고 나쁜 엄마나 아빠 아니어요.

    좋은 엄마인지 아빠인지는 아이가 판단하는 겁니다.
    어린 아이말고 그 아이가 다 커서 성인이 되고 나서 판단을 하는 거요.
    어린 나이에는 속상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할 수도 있으니요.

    지금 아이가 어리다면 이 아이가 커서 성인이 된다면 나에게 뭐라고 이야기할까를 상상해 보시고,
    아이를 다 키우셨다면 그냥 그 아이의 말을 믿으세요.

    애 놔두고 혼자 여행다녔던 싱글맘이 자신있게 드리는 말씀이어요.

    당신은 좋은 엄마 혹은 아빠입니다.
    당신 아이가 그렇다고 이야기를 한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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