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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볕에 무우 말랭이를 말리며...
    이런 저런 이야기 2016. 10. 1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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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좋아하는 밑반찬 음식중에 하나가 무우말랭이인데요..

    특히 엄마가 만들어주시는 무우말랭이 무침은 정말 좋아합니다.

    긴 여행을 떠날때면 꼭 챙겨서 떠나는 비상 식량이기도 하구요.. 밥하고 먹어도 맛있고 라면과 먹어도 맛있고

    그냥 먹어도 맛있는..  무우 말랭이만 있으면 밥 한그릇을 뚝딱 하는 저인데요..


    인삼보다 몸에 더 좋다는 가을 무가 나오면서 엄마가 무우 말랭이를 만들자고 하셨습니다.

    늘 그냥 엄마가 만들어서 보내주시거나 들고 오시는 것만 봐서 만드는 수고는 별로 해 보지를 못한 저인데요..


    그게 뭐 어려운 일일까 싶어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무우를 사오고 시작된 일...  흐흐흐..



    이렇게 무우를 썰어서 바람이 잘 통할것 같은 모든 용기를 다 동원해서 펼쳐널어줍니다.



    한국의 가을처럼 볕이 따갑지 많은 않은 벤쿠버를 생각해서 조금 더 얇게 썰어라는 엄마의 주문을 듣고..

    그냥 채칼로 썰면 그것 쯤이야 했는데..

    무우는 채칼로 써는 거 아니다...  김장때 무우속도 난 채칼로 안 썬다...  는 엄마의 말씀에..

    이렇게 칼로 다 썰었습니다.


    채칼로 하면 일도 아닐 무썰기를 칼로 다 썰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만약 며느리고 무채를 칼로 썰라고 한 분이 시어머니면 어땠을까?

    아마 저는 엄청 궁시렁거리며 이런거 채칼로 썰면 일도 아닌데 괜히 며느리 길들이신다고 더 일 힘들게

    칼로 썰라고 하시나 생각을 하며 엄청 투덜대었을 것 같은데요..


    내 엄마고 엄마의 특이한 성격이나 성향을 익히 잘 알다보니 그리고 엄마가 딸에게 길들인다고 혹은 괜히

    심술에 일을 더 힘들게 만드실리가 없다는 것을 아니까 아무런 불평없이 다 칼로 썰 수 있었던 것 같더라구요..


    아마 시어머니도 그래서 그렇게 일을 시키셨을 수도 있는데 함께 평생을 살지 않아서 잘 몰라서 혹은 

    아직은 시어머니의 사랑을 친정엄마의 사랑처럼 받아보지 못한 며느리는 오해를 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가 우리 부모님을 모실 수 있게 된 상황이 괜히 감사하더라구요..^^

    (세상 긍정적으로 사는 거 어렵지 않아요~^^ )



    몇개 되지 않는 무우를 썰었다고 생각했는데 널어놓으니 많으네요..

    거기다 파리나 다른 벌레의 공격을 막기위해 망까지 씌우고...ㅎㅎ

    이 캐나다 그것도 하우스도 아닌 콘도에서 이러고 무우말랭이를 만드는 사람은 흔치 않을 듯요..ㅋㅋ


    마트에 가면 없는 게 없고 요리를 하지 않고도 충분히 세끼를 사 먹을 수 있는 요즘의 캐나다에서..

    엄마가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캐나다 여자들한테 한국 여자들이 살았던 것처럼 된장 고추장 담그며 밑반찬 준비하며 살아라고 하면 못살겠지?"


    그래도 저는 가끔 그런 한국의 생활이 그립기도 합니다.

    사계절 내내 제철에 나는 재료들을 택배로 받아서 일년치 먹을 준비를 해서 재워두고 먹던일들이..

    금산에서 인삼을 받아서 홍삼으로 쪄 내서 말려서 홍삼으로 만들어 냉동실에 채워두고 

    복분자가 나오는 때면 산골에서 따서 보내주시는 것으로 복분자 주스도 만들고..

    매실나오면 매실담그고..

    가을 볕에 말린 고추 닦아서 빻아서 김장담글 준비하고...

    할때는 참 싫어했던 일들도 할 수 없게 된 요즘은 그리움으로 남네요..


    무우 말랭이 만들다 참 별 사색에 다 잠겨봅니다.


    우리 이웃집에서 우리집 베란다를 보면 얼마나 의아해 할지...ㅎㅎ

    한동안 우아하게 베란다를 즐기는 시간들은 포기를 해야할 듯요..


    하지만 또 얼마나 겨우내 말랭이 무침을 맛있게 먹을지요. 충분히 참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집이 어수선한거는..^^





    지금 해야할 집안 일이 너무 많다고 생각 되시나요?

    내 가족을 위해 먹이는 것이 살짝 지치기도 하시나요?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해보시면 조금은 참을 만 하실까요?

    나중에 지금 이 시간들이 그리워질 날이 올꺼라고 말씀 드리면 괜찮아지실까요?

    무엇을 하고 계시던지...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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