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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에서 즐기는 석양 (ft 애키우며 제일 힘든건 선 지키기)
    이런 저런 이야기 2020. 10.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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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아들의 밥을 해주지 않고 있는데요.

    그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서 읽으실 수 있어요.

     

     

    같은 집에 살면서 자식 독립시키기.

    아들이 어렸을때 부터 너는 고등학교 졸업하면 바로 독립이야 라고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렇게 아들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저 스스로에게도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전업주부로 아이만 키웠지만 �

    godsetmefree.tistory.com

    저는 저녁을 잘 먹지 않고 아침과 점심을 거하게 먹고 간식을 하다가 저녁은 가볍게 와인한잔에 치즈 몇조각으로

    마무리를 하고는 하는데요.

     

    이렇게 멋진 석양과 함께 와인한잔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 하는 날은 그냥 행복입니다.

    서북향집으로 이사를 한 이유도 석양이었는데요.

    지난번 집이 동향이라 살면서 일출을 충분히 즐겼으니 이제는 서향집에서 일몰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는 마음이었네요.

    남들이 다 제일 꺼리는 서북향의 집으로 이사를 했지만 저는 이 석양때문에 너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요.

    새삼 집은 꼭 남향집이 최고 입니다 라고 이야기를 할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경험으로 들었습니다.

    그 집에서 혹은 그 위치에서 원하고자 하는 것에 따라 서북향도 선호하는 방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말이지요.

    이렇게 멋진 석양을 보게 되는 날도 있고 정말 매일이 다른 석양인데요.

    중간에 높이 솟은 빌딩이 다운타운이고 그 옆에 바다도 살짝 보입니다.

    이렇게 멋진 석양을 감상하고 있다가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는데요.

    그건 바로 저녁을 챙겨먹지 않고 있는 아들입니다.

     

    저녁먹을 시간인데 저녁을 챙겨먹지 않고 있는 아들을 보면 마음에 평화가 흔들리게 되는데요.

     

    이렇게 멋진 석양을 볼때도 마음한구석에는 그냥 아들 식사를 챙겨줄까? 내년이면 다시 자취를 시작해서 어차피

    엉망으로 먹을 아이인데 그냥 일년정도는 더 챙겨먹일까?  하는 생각이 스물스물 기어오릅니다.

     

    산너머로 넘어가는 태양을 보며도 비슷한 생각으로 계속 마음속에는 갈등이 한없이 일어납니다.

     

    매일 매일 다른 멋진 석양을 마주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즐김과 동시에 비슷한 고민을 계속한다는 것은 

    참 슬픈일인데요.  그것도 스스로 그렇게 하자고 결심을 해서 행동으로 옮긴일을 두고 계속 고민을 한다는 것은

    시간 낭비와 감정낭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엄마라서 그런거겠지요.

    이렇게 사진으로는 근사한 와인잔을 멋진 석양에 비추며 마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 보이는 이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속으로 그 고민은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대학이 개강을 하고 컴퓨터에 앉아서 수업을 듣는 아이를 보면서 갈등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방학기간동안 처럼 게임이나 하고 낮밤을 바꿔살며 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 맞추어서 자고 일어나서 수업을 듣고

    과제를 준비하는 아이를 보면서도 밥을 안챙겨주고 있자니 마음이 편치는 않았는데요.

     

    결국 이 멋진 석양을 뒤로 하고 아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나: 사실 엄마가 너랑 룸메이트처럼 살자고 하고 밥을 안해주기 시작이후로 마음이 마냥 편하지는 않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냥 다시 밥을 해 줄까?  너 어차피 내년이면 토론토로 가서 자취해야 하는데...

    아들:  저는 엄마가 밥을 해 주시던 밥을 해 주시지 않던 아무렇지 않아요.

            그냥 딱 선택을 하셔서 마음에 불편함 없이 잘 지켜주시는 게 저한테는 더 쉬워요.

            밥을 안 해주실꺼면 그냥 끝까지 하지마시구요.  해 주실꺼면 제대로 잘 해주세요.

            엄마가 고민을 하시며 마음의 불편을 가지시는 것은 저한테도 좋지 않아요.

    나: 나는 니가 독립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기에 안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아들: 그럼 하지 마세요.  전 괜찮으니 그냥 그렇게 살아도 저는 괜찮아요.

           그러니 엄마는 마음 불편해 마시고 그냥 사세요.

     

    갱년기가 되려는지 집안일도 귀찮아지고 제가 먹는 음식은 아들이 좋아하지 않으니 아들을 먹이려면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따로 요리를 해야 하는데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요리를 하고 나면 손도 아프고 무엇보다 요즘 육식을 잘

    안먹으려는 제가 아들을 위해서는 육식을 요리하는 것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네요.

     

    나는 이런 많은 장애를 넘기고 해야 하는 밥을 해주는 것과 해주지 않는 것이 자신에게는 똑같은 일이라는 아들의 대답을 듣고 나니  좀 더 마음 가볍게 안해주기로 한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하기가 쉬웠는데요.

     

    물론 아들은 엄마 마음편하라고 그렇게 해 준 이야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말이지요.

     

    아이를 키우면서 어려서부터 늘 제가 제일 힘들어 한것은 선지키기 였던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어떤 규칙을 정해주고나서 그것을 지키기 힘들어 하는 아이를 보면 오늘만 혹은 조금 예외를 줄까?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그 선이 무너지면 아이는 그 규칙을 지키는 것을 결국 하지 못하고 나중에는 그렇게 되지 않는 것에

    스스로에게 화를 내며 아이에게도 잔소리를 하고는 했었는데요.

     

    오늘 새삼 아들과의 대화에서 배웠습니다.

    육아를 어렵게 하는 것은 그어놓은 선을 마음이 약해져서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그런것 아닐까 하구요.

    어렸을때 습관을 들여주기 위해 규칙을 세우고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며 내가 대신 해주는 것이 훨씬 빠를 일들을

    느리게 하는 아이를 지켜보며 혼자 해 나갈 수 있도록 대신 해 주지 않고 키웠던 것처럼 혼자 밥을 챙겨먹는 것도

    그렇게 혼자 해 나갈 수 있도록 대신 해 주지 않고 지켜봐줘야겠다고 말이지요.

     

    저보다 더 현명하고 깔끔하게 선을 그어주는 아들에게 새삼 고마운 저녁이었습니다.

     

    앞으로는 그냥 마음편하게 멋진 석양을 즐길 수 있을 듯요.

     

    계속 흔들리니까 엄마이기도 한것 같습니다.  

    뭐든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지켜보고 기다려주는 것.

    다시한번 마음에 새겨보네요.

     

    오늘도 일상에서 선을 잘 지키는 하루 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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