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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중 어느 호수에서 만난 그녀이런 저런 이야기 2020. 9. 10. 06:00728x90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힘든 지역경제도 돕자는 핑계로 여행을 가지 못했던 답답함을 풀고자 나섰던 여행에서
참 귀한 인연을 만났습니다.집에서 11시간 운전을 해서 도착할 수 있는 호수가 롯지에서 일을 하는 그녀.
대부분 이곳은 남자 여행자들이 많이 찾아와서 여자는 거의 오지 않는 곳인데 여자가 와서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곳이기도 했는데요.
머물렀던 롯지도 5월부터 10월까지만 운영을 하고 겨울은 그곳의 문을 닫고 남쪽으로 가서 남쪽에 있는 집에서 겨울을 보내고 봄에
다시 올라온다고 할 정도로 오지였는데요.
그곳도 주위에 자연환경밖에 없는 오지인데 그곳보다 더 북쪽으로 숲을 들어가서 오지에서 그녀 가족들 끼리 자급자족을 하며
살고 있다는 그녀. 요즘 off grid의 삶에 관심이 많은데 정말 그렇게 살고 있는 그녀를 만나서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저를 만나서 너무 신기해 하고 신나해서 더 신기했었는데요.
알고보니 그 오지중의 오지에서도 한국드라마를 시청하며 한국어도 혼자 공부하고 한국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은 그녀여서
한국사람인 저를 만난 것을 너무 신기해했는데요. 이런 오지의 롯지에 한국사람들이 오지는 않아서 인가 봅니다.
그녀의 한국에 대한 찐 사랑을 알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한국요리를 한다는 말을 했을 때 였는데요.
제가 머물렀던 롯지는 조식과 석식이 포함이 되어있던 곳이라 저녁식사로 저만을 위한 비빔밥을 만들어 주어서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양해를 구하고 그녀와 그녀가 만들어준 비빔밥의 인증샷을 남겼네요.
오지중의 오지라 제대로 된 재료도 없는데 이렇게 비빔밥을 만들어낸 그녀의 솜씨가 정말 놀라웠는데요.
그중 제일 놀랐던 것은 고추가루도 없는 그녀가 만든 김치를 맛보고 나서였습니다.
그녀의 냉장고에서 숙성이 잘 된 김치를 가지고 나왔는데요.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고추가루나 멸치젓 새우젓 같은 재료는 구할 수 없는 곳이기에 다른 것들로 응용을 해서 만들었다는 김치가 제대로 잘 익어서 어찌나
맛있던지 제가 담근 김치보다 훨씬 맛있었는데요.
그녀는 유*브에서 망*부인이라는 분의 채널을 통해 레시피를 받고 요리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그분의 채널을 저도 보기는 했었는데 미국에 사시며 그곳에 있는 제료들로 한국음식 만드는 것을 영어로 설명하시는 분인데요.
다시한번 인터넷의 힘을 체험했던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문명의 세계로 나오려면 거의 하루에서 이틀을 차로 달리거나 수상비행기로 나와야 하는 오지중에 오지에 사는 그녀가 이런 맛있는
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적을 직접 볼 수 있었네요.
김치를 여러번 실패를 하고 난 뒤에야 이맛이 나왔다고 하는데 그래도 모든 재료도 없고 비싼 이런 오지에서 김치를 담그고 혼자 먹고
살고 있는 그녀라니 정말 너무 대단하게 느껴졌었네요.
전세계중에 가보고 싶은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그녀의 말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혼자 공부를 해서 한글을 다 깨친것도 대단했는데요. 글을 읽기는 하지만 뜻을 몰랐습니다.
그래서 카카오톡을 다운받게 하고 제가 앞으로 한국어 선생님이 되어주겠다고 자원을 했네요.
집으로 돌아가서도 그녀가 완전 오지중에 오지인 그녀의 집에 돌아가서도 그녀의 한국어 공부를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그녀의 수준도 상당히 높았는데요.
17살까지는 도시에서 공교육을 받았기에 학교에서 바이올린을 배웠다고 하는데요.
어느날 아버지가 오지중의 오지로 가겠다며 온 가족을 데리고 들어가서 오지에서 산지 5년이 되었다는 그녀.
소 먹이를 주면서 바이올린 연주를 해 주면 소들이 참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너무 순수하게 하는 그녀를 보며 빨강머리 앤이 떠올랐습니다.
오지에서 살아남기 위한 각종 스킬을 다 가지고 있는 그녀는 사냥,낚시에도 능하고 먹을 수 있는 식물과 못먹는 나무나 식물도 잘 알고
참 똑똑했는데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삶의 형태가 있구나 하는 것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오지에 살면서도 한국드라마를 애청하는 애청자가 있구나 하는 것에 또 놀라구요.
처음엔 중국드라마를 봤는데 중국드라마에서 한국드라마 보는 것을 보고 한국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는데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완전 애청자가 되었다는 그녀. 요즘은 한창 지창욱에 빠져 '기황후'를 보고 있더군요.
이런 멋진 오지의 석양과 함께 한국드라마를 보고있을 그녀의 겨울의 삶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내가 이 여행을 왔던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요.
3박4일을 그 롯지에 머무는 동안 여러 재미있는 일이 있었지만 그녀와의 만남이 제일 기억에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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