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집에 살면서 자식 독립시키기.이런 저런 이야기 2020. 9. 7. 06:00728x90
아들이 어렸을때 부터 너는 고등학교 졸업하면 바로 독립이야 라고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렇게 아들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저 스스로에게도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전업주부로 아이만 키웠지만 아이가 제 인생이 되지 않게 조심했고 저의 노후를 아이에게 기대지 않기 위한
준비를 했었는데요.
아들은 시차가 3시간이나 나는 먼 도시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을 하며 독립을 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집에 일찍 돌아왔습니다.
처음에는 혼자 대학생활을 하던 아들이 간만에 집에 왔으니 열심히 밥을 챙겨주며 아들을 돌봐주었는데요.
그런 시간이 몇달을 지나가며 2학년도 온라인 수업이 결정되어서 집에서 대학을 다니게 되면서 아들과의 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의 식사를 챙겨주고 아들을 챙기느라 제 삶에 변화가 온것도 이유중 하나이긴 하지만 긴 방학을 맞이했지만 코로나로 바깥활동에 많은 제재가 생긴 아들이 집에서만 생활을 하며 게임하고 노느라 낮과 밤이 바뀐 탓도 컸는데요.
아들이 열심히 공부를 할때는 밥을 챙겨주고 아들을 챙겨주는게 당연하다고 생각이 되었는데 낮밤을 바꾸어 노는
아들을 보며 내가 밥을 챙기는 시간에 일어나서 먹지 않는 것도 불만인데 내 삶을 희생하며 밥을 챙겨주는 데
아들은 그냥 빈둥빈둥 노는 것을 보며 제 속에 울화가 치미는 것이 더 문제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잔소리도 하게 되고 아들은 나름 억울함을 호소하게 되고 예전에 없던 투닥거림이 생겼는데요.
고민을 하다가 늘 계획했던 대로 아들을 독립시키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같은 집에 살고 있어서 그게 쉽지 않은 것이었는데요. 그래도 독하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아들에게 먼저 한달에 얼마 방값을 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들방을 제외한 공동 구역에 대해서는 사용하고 나서
깔끔하게 정리를 하고 저를 엄마로 생각하지 말고 함께 생활하는 하우스메이트로 생각을 하고 함께 사는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켜달라고 요구를 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생활을 하든 잔소리 하지 않을 테니 저에게 밥을 달라거나 뭐 먹을꺼 없냐는 등의 질문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먹고 싶은거는 알아서 장을 봐서 먹으라고 철저히 하우스메이트처럼 살자고 했습니다. 제가 밥을 먹을때 나와서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괜찮지만 저의 식사시간이 아닌 시간에 나와서
밥을 달라고는 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엄마와 아들로 잔소리하고 챙겨주다 서로 싸우고 스트레스를 받고 사느니 하우스메이트 처럼 서로를 존중하고 사이좋게 사는게 더 낫겠다고 생각을 한건데요. 다행히 아들도 쿨하게 제 제안을 받아주었습니다.
이제 아들을 위해 장을 보고 반찬을 만드는 것도 그만두었는데요 어차피 늘 몸에 좋은 음식을 준비하다보니 아들은 저의 나물반찬들을 먹지않는 날이 더 많았으니 저는 그냥 마음껏 나물반찬에 제가 먹고 싶은 음식만 해서 먹고 아들은 자기가 먹고 싶은대로 해서 먹는 생활을 시작을 했는데요.
실제로 그렇게 하며 살아보니 이 생활은 아들보다 엄마인 제게 더 고문인 생활이었습니다.
눈앞에 있는 아들이 식사시간에 밥을 먹지 않는 것을 지켜봐야하는 것만이 아니라 몸에 좋지 않은 음식들을 잔뜩 사다놓고 대충 끼니를 떼우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니 이건 엄마고문이 맞는데요.
아들을 독립시키기 보다는 저를 아들로 부터 독립시키기 위해 더 이를 악물고 실행을 하고 있습니다.
엄마로서의 할 일이 아이를 잘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독립시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데요.
아이의 삶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엄마의 삶을 위해서도 참 중요한 일이다는 생각을 하네요.
요즘 아들은 한창 이런 저런 레트로 음식이나 인스턴트를 사가지고 와서 냉장고에 제가 만들어 넣어둔 반찬은 손도 안대고 자기가 사온대로 먹고 있는데요. 아들이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일단 자취생의 인스턴트 음식을 다 먹어보고 나서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싶으면 요리를 배우겠지요. 지금은 이런 저런
생존 음식에 대한 실험의 시간인듯해요. 그리고 마트에 반찬도 다 팔던데요? 굳이 요리 안해먹고 살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가끔은 저렇게 밥을 먹다가 속을 버리면 어쩌나 영양에 불균형이 오면 어쩌나 걱정도 되지만 뭐 어쩌겠어요.
다 큰 성인인데. 이제는 스스로 경험을 해 보고 스스로 삶을 바꿔야하는 나이인것을 요.
제가 영양에 맞춰 식사시간에 밥을 챙겨먹여야 하는 시기는 끝이 난 것을요.
2015년 이혼을 하고 우울해 하는 아들과 아들 절친을 데리고 밴쿠버에서 엘에이로 2주간의 자동차 캠핑여행을 떠났었는데요.
친구와 신나게 노는 아들이 잠깐이나마 부모의 이혼에 대한 아픔과 슬픔을 잊어버린 듯 보여서 좋았었는데요.
아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 주고 내가 해 줘서 바뀌는 것을 보는 것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인것 같습니다.
아들이 미성년일때 최선을 다해 키운것에 보람을 느끼고 그 이후의 삶에는 손을 떼고 그아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나가고 걸어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부모의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록 처음 혼자가는 발걸음이 위태위태해 보이고 부모의 마음에 차지는 않더라도 말이지요.
아들은 혼자서 멋지게 독립도 할 것이고 자신의 인생을 잘 살아갈 아이라는 것을 믿고 알기때문인데요.
가끔 이혼을 한 엄마라서 아이에 대해 남들보다 과한 미안함으로 혹은 책임감으로 뭔가를 해주려는 저를 보며 이것또한 건강한 것이 아니라는 반성을 합니다.
아이와의 건강한 관계를 위해 함께 살면서도 독립시키기.
백종원님의 유*브를 보며 계란말이를 하는 아들을 보며 독한 마음 먹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제 내년에 다시 토론토로 돌아가서 자취를 하며 학교를 다녀야 하는 아들에게 지금부터 좋은 연습의 시간이 되어 줄것 같습니다.
아이가 성인이 되고 나면 엄마가 해 줘야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기도인것 같아요.
그것밖에 없는 듯요.
기도하고 믿고 기다려주기.
절대 쉽지는 않는데요. 이건 엄마고문임에 틀림이 없는 일인듯요.
엄마가 챙겨주고 싶은 대로 챙겨주고 밥해주고 하는 것이 아이를 제대로 독립적으로 키워내는 것보다 훨씬 쉬운일이라는 것을 안해주고 지켜보면서 깨닳게 되었는데요.
좋은 엄마가 된다는 것은 아이가 어릴때나 커서나 늘 힘든 길인거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또 매순간 나를 채찍질하며 한걸음씩 나아가야 하는 거겠지요.
멋진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오늘도 고민하며 스스로를 채찍질 하고 있을 모든 양육자분들 화이팅!!!
편안한 둥지에서 밀어내야 아기새는 스스로의 힘으로 날아가서 멋진 삶을 살아내는 거니까요.'이런 저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에서 즐기는 석양 (ft 애키우며 제일 힘든건 선 지키기) (0) 2020.10.02 여행중 어느 호수에서 만난 그녀 (4) 2020.09.10 월세를 살려고 하다가 집을 샀었던 이유 (2) 2020.09.03 1호가 될 순 없어 - 임미숙씨네 가정을 보며 들었던 안타까운 생각들. (5) 2020.09.01 현실과 이상의 사이에서 (8) 2020.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