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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에서 찾은 위로
    이런 저런 이야기 2020. 10.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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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가을이네요.

     

    세계적으로 가을 단풍이 유명한 캐나다라고는 하나 서부에 살고 있는 저는 그닥 인상적일 정도로

    예쁜 단풍을 잘 보지는 못하는데요.

    단풍이 예쁜곳은 캐나다 동부쪽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사진을 볼때면 우와~  하고 감탄사가 나오면서 나도 저기 가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고는 하는데요.

     

    매일 10만명의 북한 어린이들에게 하루 한잔의 콩우유를 급식하고 수만명의 임신부와 영유아들에게

    영양실조를 예방하기위해 꼭 필요한 필수영양소를 제공하는 퍼스트스텝스에서 15년째 자원봉사를 해오고

    있는 제가 요즘 많이 하는 일은 후원자분들께 감사편지를 쓰는 일인데요.

     

    수년째 해오고 있는 일이지만 여전히 쉽지 않아서 매번 한번에 오케이를 받는 적은 없습니다.

     

    한참을 고심을 하고 고민을 하고 문장을 나름 다듬는다고 다듬어서 작성한 편지를 결제받으러 올렸는데

    여기저기 빨간 줄이 막 그어지고 교정되어져서 나오는 서류를 돌려받을때는 스스로의 무능을 자책하며

    괴로워지기도 하는데요.

     

    우연히 집어든 한권의 책에서 위로를 받았습니다.

    편집자가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물었다. 
    교정지에 손 많이 대고 참견이나 꼬투리 잡는 멘트 넣는 것이 기분 나쁘지 않느냐고. 
    그랬더니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렇지 않다고, 많이 고칠수록 고맙다고 했다.
    신초샤(일본 출판사)는 워낙 꼼꼼해 교정지가 새까맟게 돼서 오는데 정말 고맙다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교정지도 그렇게 새까맣게 온다고 하니 교정지가 빨갛게 와도 좌절하지 마세요, 동료 여러분.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 권남희 저.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글 잘 쓰시는 분의 원고도 교정지가 새까맣게 된다니 내 편지가 여기저기 울긋불긋 단풍이

    물든것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며 무라카미 하루키씨도 그런 교정지를 받으며 감사하다고 하시는데 내가 뭐라고

    속을 상해하고 있었나 싶었습니다.

     

    되려 15년이나 함께 일을 하고도 여전히 많은 교정이 필요한 서류를 받아보는 대표님께 죄송하지요.

     

    제 서류에 울긋불긋 핀 단풍들을 좀 더 감사와 사랑의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겠습니다.

    문득 책을 읽다가 기대하지 않았던 위로를 받아서 참 좋았는데요.

    아마 이런 재미로 우리가 계속 책을 읽는게 아닌가 싶네요.

    기대하지 못했던 위로를 받게 되는 순간들이 우리의 삶에 필요할 때가 있으니요.

     

    올 가을은 왠지 단풍을 즐길 틈도 없이 2020년의 다른 계절이 그러했던 것 처럼 지나가 버릴것 같은데요.

    그래도 블로그를 해서 다행이다 싶습니다.

    무엇을 했었는지 찾아볼 수는 있으니요.

     

    모두 건강한 가을 보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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