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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꽃과 번데기
    캐나다 (Canada)/광역벤쿠버 즐기기 (Vancouver) 2021. 3.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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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좋은 주말 봄 꽃을 즐기러 산책을 나섰습니다. 일상이지요.

    매년 돌아오는 봄이고 늘 나가는 산책인데도 매일이 이렇게 즐겁고 새로와보이니 참 감사한 일상입니다.

     

    예년에 비해 많이 이른 벚꽃의 개화가 지구 온난화에 대한 걱정을 살짝 하게 해주기도 했었는데요.

    그래도 이렇게 예쁜 꽃들을 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목련도 곧 피겠지요? 한껏 자신의 때를 기다리며 몸을 부풀리는 봉오리가 꼭 출산을 앞둔 임산부의 배 같아 보였습니다.

    만개한 개나리의 노란색은 언제봐도 따뜻한것 같습니다.

    꽤 많이 피었지요?

    늘 지나다니던 길에서 한블럭 더 올라가서 걸었을 뿐인데 예전에 못보았던 곳을 발견했습니다.

    들어와보라는 말에 들어가 보았는데요. 밴쿠버 시 소유지에 비영리단체에서 자원봉사자들로 이루어진 사람들이 정원을 가꾸며

    아이들이나 사람들에게 환경에 대한 교육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기도 했는데요.

     

    아들 뻘 되는 자원봉사자 학생의 안내를 받으며 둘러보다가 누에꼬치가 있다는 말에 신기하게 생각을 했었는데요.  뽕나무도 있어서

    여름이면 그 뽕나무의 잎으로 누에고치를 키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누에고치를 구경하러 그곳 한켠에 있던 사무실로 들어갔는데요.

    코쿤의 형태로 있는 누에꼬치들입니다.

     

    누에꼬치들을 보고 있는데 그곳 책임자로 보이시는 나이가 지긋한 분이 제게 다가오셔서 말을 거셔서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한국사람이라고

    하니 그럼 혹시 이것을 먹을 수 있느냐며 책상 어디선가 '뻔데기' 캔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어려서부터 뻔데기는 제가 정말 좋아했던 간식중 하나인데요.  그래서 당연히 좋아하는 간식이라고 했더니 그럼 자기들 앞에서 어떻게

    먹는지 보여줄 수 있느냐고 하기에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때 마침 그곳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단체가 와 있었는데 그들과 동네 주민들도 불러서 10여명이 둘러서서 지켜보는 가운데

    번데기를 먹었는데요.  먼저 다른 분들께도 드셔보시라고 하고 저는 입안 한가득 넣어서 먹는 시범을 보였는데요.

    그곳 책임자이시던 그분은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으시더군요.

     

    그리곤 제게 너무 번데기를 먹는 것을 보여주어서 너무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한국식품점에서 이 캔을 사서 캐쉬어들에게 물어보았는데

    다들 먹는 거라고는 했는데 한번도 정말 이걸 먹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고 하셨는데요.

    그 분들이 이 캔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먹는 것에 관심이 있는 이유가 흥미로웠습니다.

     

    지구 온난화와 환경문제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분들이다보니 앞으로 지구 환경을 위해서는 소나 돼지등 축산업을 줄이고 사람들이

    단백질로 번데기 같은 애벌레를 먹어야 할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 번데기를 미래 식량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생각은 하지만

    막상 먹으려고 하니 거부감이 많이 드는데 한국마트에서 번데기를 캔에 파는 것을 보았고 막상 사기는 해서 누에고치를 보러 오는 학생들

    에게 교육은 하고 있지만 실제로 먹어보지를 못했거나 먹는 사람을 못 봤었는데 제가 너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며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쉽게 하고 있는 것들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더 번데기를 미래 식량으로 친숙하게 느낄 수 있어서 참 고마웠다고 하시더라구요.

     

    우리들에게 번데기는 먹을 것이 풍부하지 않았던 그 시절 흔한 간식중 하나였는데 이제는 그것이 미래 식량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이

    풍족한 문화권에서 귀하게 혹은 다른 비젼으로 취급을 받는 것을 보며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가치없는 것도 다른 이에게는 가치가 높은 것일 수 있기에 사람들은 교류를 하며 다른 문화권의 생각을 들어보며 살아야 하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  내가 가치 없게 생각했던 것도 다시한번 더 돌아보게 되는 생각.

     

    문득 그런 미래가 와도 나는 번데기를 참 좋아하는 사람이니 다행이다 하는 생각을 잠깐 해보기도 했었네요.

     

    자연과 환경을 좀 더 아껴서 그런 미래는 안 오면 더 좋겠지만 말이지요. 

    다른 사람들이 먹는 시도를 해 보려고 하지 않아서 결국 제가 저 한캔을 맛있게 다 먹었네요.

    밴쿠버에서 산책중에 번데기를 얻어먹게 되다니.  살면서 이런 경험을 하게 되는 날이 올꺼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는데요.

    역시 삶은 알수 없어서 더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그 정원앞에서 다른 자원봉사자분께서 꽃을 심고 계셨는데요.  앞으로 종종 들러보게 될것 같습니다.

    제게 제발 자주 들러달라고 하시던 그 분을 뵈러갈지도 모르겠네요.  한국에서 여러 방송사에서 와서 촬영을 해서 가기도 했다면서

    관련 사진을 보여주시기도 하셨는데요.  그 책임자분은 올해 한국에서 있었던 정원 컨퍼런스에 주요 연설자로 초대받으셔서 줌으로

    발표 연설을 하기도 하셨다고 하는데요.  세상엔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위를 조금만 둘러보아도 몰랐던 일을 많이 알게 되는 것이 참 신기한 세상입니다.

    근처 동네 커피숍에서 커피를 사고 근처 도넛 맛집에서 도넛을 사서 커피와 도넛을 맛있게 먹으며 산책 중 떨어진 당을 보충하기도 했네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해변가에서 버스킹을 하시는 할아버지 4인조를 만나기도 했는데요.

    봄인가 봅니다.  재즈 선율에 묻어나는 연륜이 참 좋게 들렸네요.

    화사하게 피어나는 꽃처럼 따뜻한 주말의 오후 산책이었습니다.

     

    행복한 오늘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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