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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의 "사랑해"라는 문자는 어디로 갔을까?
    이혼이야기 2020. 6.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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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도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저녁이었다.

    나는 저녁을 해 먹이고 아이의 저녁 일상을 챙긴뒤 아이를 재우고 늦게 퇴근한 남편의 옷을 받아들고

    몸매 관리로 저녁을 먹지 않는 남편을 고마워하며 간단한 간식을 챙겨주고

    모든 일상을 끝내고 하루의 보상인 드라마를 보기위해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나이를 들어가며 여성 호르몬이 나오는 건지 남편도 드라마를 함께 보는 것을 좋아하는 요즘이었다.

     

    한참 드라마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다가 문득 남편이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는 것을 보았다.

    바로 옆에 나란히 앉아서 드라마를 보고 있었으니 어깨너머로 그 사람이 보내는 문자를 보는 것은 쉬운일 이었다.

    하지만 왜 하필 그 순간에 그것을 보고 말았을 까.

     

    "사랑해"

     

    남편이 보내는 문자는 딱 저 세마디의 말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의 핸드폰을 들어 문자를 확인해 보았다.

    아무것도 들어와 있는 새 문자는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기다려 보았다.

    아무런 문자도 오지 않았다.

     

    그 순간 재미있게 보던 드라마가 아무런 감흥이 없어져 버렸다.

     

    그리고 머리속은 미친년 널을 뛰듯이 정신없이 이런 저런 생각들에 엉클어져버렸고.

    무엇보다 한번도 두번도 아닌 벌써 몇번째인지 되풀이되는 아픔에 잘 덮어두었다고 생각했던 지난 상처들까지 다시 벌어지며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나 당신이 보낸 문자 봤어요. 핸드폰 이리 줘봐요."

     

    나름 정신을 차리려고 냉정하게 사태를 수습해 보자고 마음을 다지며 용기를 내어 나는 남편에게 핸드폰을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남편은 늘 핸드폰을 잠그어두고 늘 비밀번호와 패턴을 수시로 바꾸는 남자였다.

     

    그리고 이미 다시한번 더 남편을 믿고 살아보자고 결심을 했던 나는 남편에게 비밀번호나 패턴을 풀어달라고 요구를 했던 적이 없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남편의 핸드폰 비밀번호나 패턴을 풀라고 요구하지 않는 것이 이 만큼 내가 당신을 다시 한번 더 믿고 살아보겠다라고하는 다짐을 보여주는 일이었고

    그만큼 남편에게 내가 노력하는 만큼 당신도 내 노력에 부응하길 바란다는 무언의 요청이기도 했었다.

     

    나의 말에 순간 흠칫했던 남편은 노련하게 바로 스스로를 추스렸다.

    그리고 늘 그랬듯이 차분하게 이야기를 했다.

     

    "당신이 무엇을 보았다고 하는 지는 알겠는데. 다 오해야. 그러니 신경쓰지 말고 그냥 자."

     

    한참 재미있게 보던 드라마가 끝이 나지도 않았는데 그냥 이런 말을 남기고 남편은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남편의 이런 반응을 처음 보는 것은 아니나 그래도 세번째 외도를 들켰을때 나는 별거를 들어갔었고 그렇게 몇달을 떨어져 살며 힘들게 마음을 다시 돌려 아이를 위해 그리고 이혼은 하지 않겠다는 남편의 마음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재결합을 하고 산지 몇년이 되지 않았던 때였다.

     

    순간 잘 덮어두었고 용서를 하고 잊어버리기로 했기에 가능했던 재결합의 의지마저 흔들리는 그 상황에 나는 그냥

    무너져내렸다.

     

    "내가 오해라고 하면 그냥 그 핸드폰을 열어서 나에게 확인시켜주면 되잖아요. 제발 핸드폰 열어서 나에게 그 문자가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서 가는 건지

    제대로 설명해 주세요. 이대로 나에게 어떻게 자라고 하는 거야. "

     

    다른방에서 자고 있는 아이가 혹시라도 깰까봐 큰 소리도 내지 못하고 크게 울지도 못하는 나는 거의 남편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숨이 막혀서 죽을 것만 같아서 제발 숨을 쉴 수 있게 살려달라고 도와달라고 애걸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남편이 누워있는 침대에 기대어 울고 있던 내가 억장이 무너진건 정말 잠들어 버린 남편을 발견하고서 였다.

    이 사람에게 나라는 존재는 이정도 밖에 안되는 거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것만 같았다.

     

    잠든 남편을 보며 이제는 주님께 화를 쏟아내고 있었다.

    '내가 이럴 줄 알아서 이혼을 하겠다고 했던건데 주님이 안된다고 하셨잖아요.  어떻게 나에게 또 이런 꼴을 보고

    살게 하실 수가 있어요?  이건 너무 하시잖아요.  저한테 이러실 수는 없는 거잖아요! '

    온 몸에 기운이 다 빠져나가 울 힘도 없이 느껴지던 그 새벽 2시에 주님의 음성이 들렸다.

    "복수는 내가 한다.  너는 사랑만 하여라."

    그 음성과 함께 말도 안되게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퍼지던 평화...  주님의 평안....

     

    그 밤은 그렇게 잠이 들었다가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들로 아침상을

    차리고 남편과 아들을 깨워 평화로운 아침을 먹이고 출근과 등교를 시켰습니다.

     

    주님이 주시는 위로나 힘이 없었더라면 그렇게 살 수는 없었을 것 같은데요.

    돌이켜보니 다 주님이 하셨습니다.

    주님이 행하시는 기적을 체험하며 목격하며 사는 이 축복된 삶이 그저 감사할 뿐이네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도 그런 축복이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네, 바로 당신을 위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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