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73년생 이혼녀 미자 - 13
    73년생 이혼녀 미자. 2020. 4. 17. 06:00
    728x90

    "미자씨 가방이 더 무거워 보이는데 내가 미자씨 가방을 멜까요?"

    겉으로 보기에 두사람이 사용할 텐트와 주방기구까지 다 들어가있는 미자의 가방이 존의 가방보다 더 크고 무거워보였다.
    하지만 사실은 초경량의 백팩용 텐트와 침낭등을 가지고 있는 미자는 보기에 비해 가방이 그렇게 무겁지는 않았다.
    되려 먹을 과일과 야채에 마실 물과 와인과 일반용 두꺼운 옛날 침낭과 에어메트를 가지고 있는 존의 가방이 보기에는 작아보여도 더 무거울것 같았다.

    "아니어요. 어차피 이 가방보다 조금 더 무거운 가방을 메고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을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훈련을 위해서도 내가 멜께요."

    미자의 버킷리스트중에 하나인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로 출발을 2주 정도 남긴 시간이라 매일 훈련과 준비에 매진하는 그녀였다.
    그래서 그 정도의 가방의 무게로 조프리 레이크를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전혀 아니었다.

    존과 처음으로 밤을 지샐 생각에 더 마음이 쿵쾅쿵쾅하는 그녀였다.
    그냥 백팩캠팽 자체에만 집중을 해서 즐기자라고 다시 한번 뛰는 가슴을 부여잡아보는 그녀이기도 했다.

    "날씨가 정말 좋네요."
    "그죠? 그럼 시작해 볼까요?"

    함께 올라가며 미자의 사진을 찍어주는 존이 고마운 그녀였다.

    "헉헉, 조금 쉬었다 가도 되요?"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올라가는 산행은 대학교 이후 처음인 존이 미자에게 물었다.
    "당연히 괜찮아요. 미안해요 존 생각은 안하고 혼자 열심히 가서."

    지난번 산행에서는 존이 먼저 올라갔는데 오늘 산행에서는 무거운 배낭에 훈련이 되어 있는 미자의 발걸음이 존보다 빨랐다.

    "일단 이것도 좀 드세요."
    힘든 산행을 처음하는 존을 위해 미자는 준비해간 간식들을 전해 주었다.

    쵸코렡과 너츠들이 들어있는 에너지바. 이런 산행에 최고의 간식이다. 그리고 저며서 말린 생강.

    "오~ 맛있는 데요. 힘이 불끈 쏫는 것 같아요. 고마워요. ㅎㅎ"

    캠핑장의 퍼밋은 몇달전에 사 두었던 것이지만 텐트를 치는 위치는 먼저 온 사람 순서대로 좋은 곳을 잡는 시스템이어서
    올라갈때는 조금 마음이 조급해지는 미자였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초행인 존을 배려하지 못하고 빨리 걸었나보다. 괜히 미안해지는 그녀였다.

    "제가 존을 배려하지 못한것 같아요. 미안해요. 캠핑장에서 좋은 자리를 잡으려는 욕심에 그만."
    "괜찮아요. 이해해요. 제가 미자씨를 빨리 못 가게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할 뿐이네요."
    "아니어요. 저도 힘들어서 딱 쉬기에 좋은 타이밍이었어요. 산행은 무리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지요."
    "생각보다 정말 사람들이 많네요. 이렇게 좋은 곳에 데리고 와 줘서 고마워요 미자씨."
    "무슨 말씀을요. 함께 와 주셔서 제가 감사하지요. 그럼 다시 출발해 볼까요? "

    그날따라 공휴일을 낀 롱위크앤드 토요일이라 휴일이라 사람들이 참 많았다.
    그래도 존과 미자처럼 백팩을 메고 가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이 캠핑장이 붐빌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냥 걷기에도 힘든 길을 헉헉이며 걷던 사람들이 존과 미자를 대단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 미자의 작은 체구에 그 몸집보다 커보이는 배낭을 메고 오르막의 산길을 걷는 미자를 보며 사람들은 경이의 눈초리를 보내주기도 했고
    미자는 은근히 그런 시선을 즐겼다.
    몸집 작은 동양인 여자도 충분히 이런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나 할까.
    그녀가 동양인 여자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있다는 생각에 더 자부심을 느끼며 백팩캠핑을 즐기는 미자였다.

    사실 미자의 백팩캠핑에 불을 지핀것은 "Wild" 라고 하는 영화였다.
    2014년에 나왔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리즈 위더스푼이 주인공으로 나왔던 영화.
    그 영화를 다시 보며 많은 생각에 잠겼던 것은 이혼을 한 뒤였고 그녀도 그렇게 백팩캠핑을 하며 하염없이 걷다보면
    삶에 위안과 미래를 다시 설계해 볼 수 있을까하고 막연히 생각만 하다가 실천에 옮겼던 것이 2년전 그랜드 캐년 백팩캠핑이었고
    그 뒤로 산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대단하다는 말을 들으며 이혼후의 삶도 정말 잘 살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던 그녀였다.

    그래서 2주뒤에 있을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도 오래동안 준비해 오고 있었고 와일드 영화에 나오는 그 전구간을 걷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 구간의 일부인 정말 아름답다고 하는 미국의 죤 무어 트레일을 도전해 보고 싶은 계획도 가지고 있는 미자는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은 혼자 가지만
    죤 무어 트레일은 존과 함께 갈 수 있다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존이 그러고 싶은지 그리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인지는 더 천천히 알아봐야 하겠지만 말이었다.

    캠핑장에 도착을 해서 물빛이 아름다운 호수가에 텐트를 치고 자리를 잡았다.
    텐트를 치고 에어메트리스에 바람을 넣고 자리를 잡고 침낭을 꺼내놓으니 그녀의 2인용 백팩용 텐트가 꽉 찬다.
    혼자 다닐 생각에 배낭을 넣고 조금 넉넉하게 쓰고자 샀었던 2인용인데 이렇게 2사람이 쓰게 되는 날이 올줄은 생각도 못했던 그녀였다.

    "배 고프지 않아요? 존?"
    괜히 많아지는 머리속 생각들을 떨쳐버리며 존에게 시장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미자였다.

    "배 고파요~^^ 하지만 천천히 준비해도 되요."
    식사의 모든 준비는 미자가 해 왔다. 과일에 채소에 백팩용 카레밥과 고추장비빔밥까지.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을 준비하며 지난 3월에 한국에 갔었던 미자는 한국에서 백팩용 식사를 많이 사가져왔었다.
    일주일치 식사를 다 들고 들어가야 하는 트레일인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은 백팩용 식사들로 특히 무게 때문에 다 드라이푸드들로 준비를 해야 했는데
    캐나다나 미국에서 파는 드라이푸드들은 영 미자의 입맛에는 안 맞아서 한국에 갔을때 인터넷으로 뒤져서 찾아두었던 백팩캠핑용 드라이푸드를 잔뜩
    사왔던 미자는 이번 조프리 캠핑에도 그 음식들을 가지고 왔다.
    다행히 한식을 좋아하는 존은 처음 먹어보는 음식들임에도 맛있게 먹어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여유있게 차를 마시고 한가한 호수를 바라보며 해가 지는 것을 보니 그냥 천국이 여기구나 싶은 그녀였다.

    "와인 한잔 할래요?"
    "아, 잊어버리고 있었네요. 완전 좋아요."

    존이 가지고 온 와인을 캠핑용 머그잔에 따르고 존이 준비해온 치즈와 크래커를 곁들여 한잔을 하니 너무 행복해 지는 미자였다.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좋아서 현실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미자였다.

    "혹시 주위에 저를 만난다는 이야기 했어요? "
    "네, 어머니와 아버지한테도 미자씨를 만난다고 했어요."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때 존은 머리를 깎으러 갔다가 평소에 존의 머리를 깎아주던 일본인 미용사가 아닌 한국인 미용사에게 머리를 깎았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존이 한국인 여자친구가 있다고 그런데 그 여자친구가 아이가 있는데 아이를 다 키운 사람이라고 자랑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혹시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도 미자의 이야기를 했는지 그리고 그들의 반응은 어떤지가 궁금한 그녀였다.

    "아이가 있는 이혼녀라고 이야기 했어요? 그랬더니 뭐라고 하세요?"
    "아이가 있는 이혼녀라고 이야기 했고 3살 많은 한국여자라고도 이야기 했고, 다들 좋은 사람을 만났고 제가 행복하다고 하니까 좋다고 기뻐해주셨어요.
    아버지는 특히 그래 남자는 나이들면 싸움을 할 사람이라도 있어야 해. 잘 했다. 남자는 혼자 늙으면 안돼 라고 하셨어요."

    존의 이야기를 들으며 미자는 또 하나의 장애물을 건너는 기분이 들었다.
    한국같았으면 연하 총각에 애있는 이혼녀의 만남은 남자집에서는 완전 뒤집어지시며 반대하실 노릇이기도 하건만.
    역시 캐네디언들이라 그러신 건가? 열려있는 마음으로 둘의 만남을 축복해 주신다니 너무 감사할 노릇이다.
    특히 일본인이신 아버지가 좋아하신다니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알딸딸 하게 마신 와인의 기운과 방금 들었던 기분 좋은 이야기에 미자는 너무 기분이 좋아져서 자기도 모르게 옆에 앉아있는 존의 볼에
    뽀뽀를 해 버렸다.

    살짝 놀랐다는 듯한 존은 특유의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그의 입술을 미자의 입술에 내려다 놓았다.


    추신:) 조프리 레이크 백팩 캠핑 사진은 이곳에서 즐감하세요~ https://godsetmefree.tistory.com/entry/joffery-lake

    <script async src="https://pagead2.googlesyndication.com/pagead/js/adsbygoogle.js?client=ca-pub-5127668932683022"
         crossorigin="anonymous"></script>

    '73년생 이혼녀 미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73년생 이혼녀 미자 -15  (2) 2020.04.21
    73년생 이혼녀 미자 -14  (2) 2020.04.20
    73년생 이혼녀 미자 -12  (3) 2020.04.16
    73년생 이혼녀 미자 -11  (2) 2020.04.14
    73년생 이혼녀 미자 -10  (2) 2020.04.13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