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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3년생 이혼녀 미자. 2020. 4. 14.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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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차 드실래요?"
    "아무거나 괜찮아요. "
    "녹차 괜찮아요? 일본에서 좋은 녹차 사온게 있거든요."
    "네 녹차 좋아해요."

    투명한 차주전자에 연두빛의 녹차와 함께 일본 과자를 챙겨서 내오는 것을 보니 그의 센스가 보인다.

    "일본은 언제 다녀오셨어요?"
    "지난 2월에요. 할머니와 친척들도 뵙고 친구들도 만나고 한달정도 다녀왔어요."

    오호~ 회사원인데 한달의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사람이네. 체크.
    매년 한번에 한달 이상의 해외여행을 한 두번 가는 미자라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연애할 사람의 중요한 점이기도 했다.

    "휴가가 많으신가 봐요. 저도 한달 한국 갔다왔는데요 ㅎㅎ"
    "일년에 휴가는 6주 정도 되요. 아무래도 연차가 있으니요. 한국에는 부모님 뵈러 갔다왔어요?"
    "네 부모님도 뵙고 친구들도 만나고 혼자 여행도 하고 좋았어요. 제가 제주도를 좋아해서 혼자 제주도 여행을 꼭 가거든요. 한국 가보셨어요?"
    "아니요. 한번도 못가봤네요. 나중에 가보고 싶어요."
    "그래요, 나중에 저랑 한번 가요. 제가 가이드 해드릴께요."
    "우와~ 좋은데요. 나중에 꼭 같이 가요."

    별 이야기를 나눈것 같지 않은데 벌써 미자가 집으로 가야할 시간이다.

    "이제 가야 할것 같아요. 그럼 내일 뵈요."
    "네, 내일 뵈요. 콘서트장에서 보면 되나요?"
    "음.. 혹시 저 내일 집까지 태워다 주실 수 있어요? 내일 친구와 일이 있어서 친구차로 다운타운을 나올꺼거든요. 혹시 존이 그 뒤로 함께 움직이고 저를 집까지 태워다주시면 제가 차가 없어도 덜 불편할것 같은데요."
    "그래요. 알았어요. 제가 태워다 드릴께요. 그럼 운전 조심해서 가요. 집에 잘 들어갔다 연락주구요."

    어렸을때의 미자라면 먼저 연락해서 보자고 하고 집에 데려다 달라고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미자의 넉살을 좋게 만든 것인지 자기가 원하는 것은 꼬박 꼬박 말로 표현하는 미자였다.
    어쩌면 그건 결혼 생활과 아들를 키우면서 알게 된 것이기도 했다.
    남자는 에둘러 말하며 알아서 여자의 마음을 알아채고 해 주기를 기다리기에는 생각들이 깊지 못했었다.
    괜히 이렇게 해 주기를 혹은 저렇게 해 주기를 바라며 속만 끓이지 말고 이렇게 확실하게 원하는 바를 이야기 할때 쉽게 잘 들어주고
    문제 해결이 간단해 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된 그녀였다.
    그리고 그녀가 부탁하는 것을 들어주기 싫은 사람이라면 그녀를 그만 만나자고 할터이니 좋았다.
    그녀는 밀당도 싫고 괜히 이것저것 시간만 질질 끌며 만나는 것도 싫어하는 스타일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녀의 민낯을 보여주고 그의 민낯을 보며 그냥 그날 그날이 만나서 좋았으면 그만인 사람을 만나고 싶었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지막 민낯을 보여주는 것에는 늘 최대한 뒤로 미뤄놓고 있으면서 말이다.

    그녀와 함께 주차장으로 내려온 그가 그녀의 차 앞에서 안아봐도 되겠냐는 제스처를 취했고 작별인사라 생각하고 포옹을 나누었다.
    잠깐 안긴 그의 품이 너무도 달콤해서 얼른 포옹을 풀고 차에 탄 그녀였다.
    그런 미자의 속마음을 알겠는지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배웅하는 그였다.

    "운전 조심해서 가요. 집에 도착하면 문자주구요."

    그가 사는 집을 용기내서 들어간 이유중 하나는 그의 매너를 테스트해보기 위함이었다.
    둘만 있는 공간 특히 그의 집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서 어떻게 행동을 하는 지 보고 싶었다.
    하지만 깔끔하게 그가 이야기 한대로 차와 과자를 대접하고는 그냥 대화만 나누는 그를 보며 그에 대한 신뢰가 더 커졌다.

    물론 그가 정말로 혼자 사는 사람인지 그리고 어떻게 사는 지를 보고 싶기도 했었다.

    이혼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특히 데이팅앱을 통해 사람을 만나며 많은 이야기를 들었던 미자여서
    존에 대한 체크가 끝나지 않고 있었다.

    데이팅앱에서 워낙 거짓말 하는 사람도 많이 있어서 그 사람이 이야기 하는 말이 전부 사실인지를 확인하기전에는
    만남에 신중을 가해야하는 법이었다.
    그 확인을 하는 가장 좋은 방법중에 하나가 집을 가보는 것이고 집에서 그가 퇴근 후 던져놓은 사진이 있는 회사명찰을
    확인한 일은 그의 이름과 직업이 사실이라는 것과 혼자사는 것등 여러가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워낙 좋은 직업과 선량한 이미지의 얼굴로 황당한 사람도 경험을 해 보았기에 끌리는 마음이 커질 수록 경계의 마음도 쉬
    풀지 않는 미자였다.

    평일에 일정 시간 이후에 연락이 잘 안되는 사람 혹은 주말에 연락이 잘 안되는 사람은 백퍼 유부남이라는 말도 있고 이름을
    가짜이름으로 데이팅앱을 쓰는 남자도 여럿 보았었으니 존은 사소한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더 신용이갔다.

    미자가 만났던 사람중에 가명을 쓴 남자들은 대부분 사회적 인지도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의사나 사업을 크게 하는 사람이라 인터넷에
    이름을 치면 논문이나 신문 기사에 나오는 사람. 그러다 보니 본명을 쓰지 않는 다는 설명을 만났을 때 해주며 확인을 시켜주었지만
    그냥 그런 거짓말 조차도 싫은 그녀였다.

    그냥 평범하면서 진솔한 사람을 만나고 싶은 그녀였다.

    그의 포옹에 심장이 너무 뛰는 것을 느꼈던 그녀는 그 이상의 진도를 나가고 싶었지만 그 뒤는 더욱 자신이 없어서 겁이 나는 미자였다.
    그리고 미자는 그런 자신이 너무 싫었다.
    나이 47살에 좋아하는 남자와의 잠자리가 두려운 여자라니...
    잠자리가 두려운게 아니라 잠자리후에 그녀에게 실망하고 그녀를 떠날까봐 그게 두려운 것이었다.
    그녀의 전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

    이렇게 인내심과 사려심이 깊은 존과의 관계가 잘 안된다면 다른 남자를 만나서 다시 시도해볼 용기를 완전 잃을 것만 같은 그녀였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 남자라면 다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기는 그녀였다.

    "콘서트 어땠어요?"
    "좋았어요. 미자씨 덕분에 좋은 시간 보내었네요."

    힐송 유나이티드의 북미 투어 콘서트.
    그녀가 그를 초대한 콘서트는 기독교 찬양으로 유명한 팀의 콘서트였다.
    그녀가 좋아하는 팀이었고 그 팀이 시작을 한 교회를 보기위해 호주 시드니까지 여행을 갔었던 그녀였다.
    그들을 그녀가 사는 곳인 밴쿠버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고 그들의 찬양은 특히 그녀가 이혼을 하고
    힘들어 할때 많은 힘을 준 노래들이어서 미자에게는 특히 의미가 큰 콘서트였다.

    세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미자는 평소의 그녀의 모습 그대로 그냥 콘서트를 즐겼다.
    일어나서 두팔들고 찬양하며 기도하며 성령충만해서 울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냥 존에게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고 싶었고 무엇보다 존을 신경쓰느라 콘서트를 즐기는 것을 못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더욱 그냥 평소의 그녀처럼 찬양을 하며 그 시간들을 즐겼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데는 이런 내가 싫으면 알아서 떠나세요 하는 마음도 있었다.
    가끔 옆을 보았을때 존은 그녀와 같이 가끔 일어서기도 하며 손을 함께 들어주기도 하며 나름 밝은 얼굴로 콘서트를
    즐겨주고 있었다.

    무엇보다 커다란 화면에 띄워진 가사를 따라 읽으며 함께 노래를 불러주는 모습은 고맙기까지 했다.

    그녀가 그와 다양한 데이트를 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앞으로의 삶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이기에 이런 저런 것들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알아보기 위함이었는데 그는 무난히 다 통과를 하고 있었다.

    지나온 세월과 경험을 통해 그녀는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데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를 만난다는 것은 그냥 마음이 끌리고 사랑하게 된
    사람이 아닌 취미와 취향이 비슷하고, 성향이 비슷하고, 체력과 능력이 비슷해서 누가 누구에게 의지하며 걸어가는 것이 아닌
    독립된 인격체의 한 사람으로 자신의 삶을 가는 길에 있어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누군가를 만나서 나란히 걷고 싶기에 더욱 이런 저런 면들을 면밀히 살펴보는 중이었다.

    그런데 오늘 지켜본 그에게서는 왠지 함께 교회를 다닐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적어도 기독교에 거부감은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 큰 수확이었다.

    "참 짧은 시간에 다양한 데이트를 하게 되네요. ㅎㅎ "
    "그러게요. 근데 전 다 좋았어요. 미자씨는요?"
    "저도 다 좋았어요. 우리 다음에는 뭐 할까요?"
    "미자씨 골프 쳐요? 우리 골프 연습장 데이트 할까요?"

    미자는 골프를 시작한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열심히 레슨을 받으며 연습중이었고 그 말을 기억한 존이 골프 연습장 데이트를 신청해 왔다.

    "저야 좋죠. 근데 저 아직 초보인데 존은 골프 잘 치세요? "
    "저도 지난 8년정도 안 쳐서 요즘은 모르겠어요. 옛날에는 한창 열심히 골프장을 다니곤 했었는데 말이지요."
    "혹시 백팩 캠핑은 가 보셨어요?"
    "백팩 캠핑이요? 대학교때 친구들과 한번 가보고는 안가봤는데요. 왜요?"
    "제가 조프리 레이크 캠핑장 예약을 해 두었거든요. 혹시 같이 가실래요?"
    "같이 가도 되요? 대학다닐때 친구들과 조프리 레이크가서 캠핑하고는 처음인데..."
    "장비는 혹시 있으세요?"
    "텐트를 제외하고는 다 있어요. 침낭이랑 에어매트랑. "
    "텐트는 저랑 같이 쓰셔도 되요. 그럼 같이 가는 걸로 하죠."

    이런 제안을 하면서도 쿨한척 하느라 두근거리는 마음을 한껏 억누르는 그녀였다.

    그와 한 텐트에서 잠을 자는 1박2일 백팩캠핑을 제안하다니.
    하루종일 땀 흘리고 올라가서 샤워도 하지 않고 자야하는 그 땀내나는 텐트에서의 1박을 제안하다니 그녀는 스스로를 미쳤다 아니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대부분의 주말이 산행이나 백팩캠핑 예약이 되어 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그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을 채우기 위해서는.
    그리고 산행 뒤에 함께 텐트에서 자는 것은 각자의 침낭안에 들어가 있어서 더할나위 없이 안전하다는 것도 알고 있는 그녀였다.

    그녀가 워낙 좋아하는 백팩 캠핑이라 존이 그걸 함께 다닐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확인도 필요했었다.
    지난 산행 데이트에서 7시간 산행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확인했지만 대부분 15키로 정도 되는 짐을 메고 올라가서 샤워를 하지 않고 하루를 불편한
    텐트안에서 자고 와야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그녀의 전남편이 워낙 싫어했던 캠핑이라 결혼생활 중에는 할 수 없었던 것이기도 했기에 다시 즐기게 된 캠핑을 존때문에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 미자였다.
    미자는 이제 사랑을 위해 본인이 무언가를 희생해야 하는 것이 아닌 그리고 상대도 무언가를 희생해야 하는 것이 아닌 좋아하는 것이 같아서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연애라는 것이 그냥 그사람이 좋아서 마음이 설레서 마냥 함께 있는 시간이 행복해서 하기에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연애도 생활이 될것이라는 것을 결혼 생활을 통해 알게된 그녀는 아무리 그가 잘 생기고 마음이 설레도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서 함께 할 사람이 아니라면 연애를 하고 싶지 않은 그녀였다.

    깡~

    그가 날리는 골프공 소리가 참 청량하다.
    그는 그의 몸의 근육의 힘을 낭비하지 않는 것 같은 샷을 보여줬고 미자는 골프연습장 네트를 넘어가는 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헐. 완전 멀리가요."
    "원하는 방향은 아니었어요. 흠. 간만에 치니 몸이 잘 안풀린듯요. 너무 오래 쉬었었나봐요. ㅎㅎ"
    "제가 보니 완전 잘 치는데요 뭘~ 저야 말로 힝... 공이 말을 안들어요."
    "제가 좀 봐드려도 되요?"
    "네 조언은 언제든 감사하죠."

    그렇게 미자가 골프공을 치는 모습을 비디오를 찍어주는 존은 비디오를 다시 보여주며 그녀의 포즈를 지적해주었다.

    "골프는 코일처럼 상체와 하체를 분리해서 꼬았다가 따로따로 풀면서 치는 운동이어요. 그러니 다리를 먼저 밀어서 풀어주어요."
    "에잇~ 안된다구요~~~ 힝. 저는 골프에는 재능이 없나봐요."
    "하하 그런게 어딨어요. 미자씨 운동신경 좋잖아요. 다른것도 다 잘하면서 이제 시작이니 연습하면 되요."

    미자의 투정을 잘 받아치며 자신의 공을 치는 틈틈히 미자의 포즈를 봐주며 비디오를 찍어주는 존이 참 좋은 그녀였다.

    남자와 골프 연습장을 와 본것도 골프 코치님빼고는 처음이었으니. 그 새로운 경험이 참 기분이 좋은 그녀였다.

    20대때나 즐겼을 이런 설레임을 40대 후반이 된 나이에도 가지게 될 줄은 상상도 못해봤던 일이었는데.

    70대에도 연애는 설렌다고 하시던 어느 인생 선배님의 말씀이 이해가 가는 요즘이었다.

    이혼후 연애를 포기했던 자신이 다시 용기를 내고 시도를 해 봤다는 점에 있어서 스스로에게 대단한 칭찬을 해 주고 싶은 요즘이었다.



    (힐송 콘서트 사진은 이곳에서 보세요~ )

    힐송 유나이티드 콘서트 다녀왔네요~

    몇 년 전 엄마가 호주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하셔서 준비를 하면서 저는 호주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요. 별로 관심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는 곳을 엄마와 아들을 위해 준비를 하며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godsetmefre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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