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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20대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던 산행.
    캐나다 (Canada)/산행(Hiking) 2019. 8.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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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과 백팩 캠핑을 좋아하는 제가 자주 체크하는 곳은 밋업이나 페이스북의 산행 동호회인데요.
     
    가끔 급벙으로 올라오는 코스가 마음에 들면 바로 신청을 해서 참가하고는 하는데 이번 산행이 그런 경우였습니다.
     
    월요일에 올라가서 화요일에 내려오는 1박 2일 코스를 출발 전날인 일요일 저녁에 봐서 신청을 하고 바로 월요일에
     
    만나서 함께 산행을 했는데요.
     
    이렇게 결정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늘 가고 싶었던 곳이고 보고 싶었던 별밤이고 주중 스케줄이라 캠핑 퍼밋을 살 수
     
    있어서 였습니다.
     
    제가 갔던 곳은 너무 인기가 많아서 주말 퍼밋은 한참 전에 사 두어야 하는 곳이었거든요.
     
    그들의 산행 스케줄을 보며 약간 무리겠다 싶기도 했지만 힘들면 저의 속도와 능력에 맞추어서 가야지 하고 생각을 하며
     
    참석을 했습니다.
     
    만나고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20대였는데요.
     
    무엇보다 함께 산행을 하며 요즘 20대 들의 삶을 옆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아들의 삶을 이해하고 조금이나마 조언을 해 주려면 저도 20대의 삶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의 지난 20대를 생각하며 하는 조언보다 지금의 몇년이라도 앞에서 살고 있는 20대들의 삶을 들여다 보는 
     
    것이 정말 살아있는 조언이 될 수 있다 생각을 하니까요.

    평일에 산행을 했던 그룹이라 더 뭐하는 사람들일까 궁금하기도 했었는데요.

    이 사진의 이들이 저와 함께 일박 이일 힘들게 산행을 하며 이야기를 많이 했던 이들이었습니다.

    맨 왼쪽부터 브라이언, 아이작, 아드리아나,알렉스, 션

     

    브라이언는 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하고 회계사로 5년동안 일을 하다가 그 일보다는 그 일과 연관된 다른 세분화된 일을

    하고 싶어서 대학원을 들어가서 석사를 공부하려고 일을 그만두고 한 달 동안 쉬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일주일 전에 웨지마운틴 호수로 산행을 했었고 2주 뒤에 웨스트코스트 트레일을 간다고 해서 서로 산행 스케줄이 비슷하다고

    신기해했었는데요.

    브라이언는 대학원을 벨기에로 가서 이제 9월이면 캐나다를 떠나야 해서 떠나기 전에 많이 산행을 하고 가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대학원을 왜 벨기에로 가냐고 물었더니 학비 때문이라고 했는데요.

    캐나다에서 대학원 학비가 2만 4천 불이 드는데 벨기에에 같은 코스가 2천 불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벨기에가 유럽의 중심이라 여행을 다니기에도 좋을 것 같아서 공부와 여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하더군요.

    벨기에에서 대학원을 나와서 캐나다에서 인정을 받냐고 물었더니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학이라 그렇다고 하더군요.

    안 그래도 요즘 아들의 대학 학비와 생활비로 아들은 학생론을 정부로부터 빌렸는데요.

    아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쯤 쌓여있을 빚을 생각하면 제가 다 머리가 아프고 아들이 언제 돈을 벌어서 저 빚을 다 갚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대학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 보게 되곤 하는데요.

    브라이언의 선택이 참 현명하고 멋져 보였습니다.

    이런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아들에게 알려줘야겠다 싶었네요.

     

    이번 산행의 리더였던 아이작은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리더 역할을 너무 잘 해내서 인상적인 아이였는데요.

    아이작의 엄마가 45살이라고 하니 아이작은 엄마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과 산행을 했었네요.

    온타리오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 년 반전에 밴쿠버로 이사를 온 아이작은 9월부터 대학을 들어가는데요.

    아이작이 선택한 전공은 어드밴쳐 투어리즘이라고 관광학의 한발 더 나아간 요즘 한창 유행하는 앞으로 미래에 더욱

    유행할 관광 스타일을 배우는 것이었는데요.

    아이작과 1박 2일을 해 보며 딱 아이작에게 너무 잘 어울리는 전공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을 찍는 것도 좋아하고 체력도 좋아서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무거운 배낭도 잘 들고 다니고 함께 산행하는 사람들을

    한 사람 한사람 다 잘 챙기고 딱 좋은 가이드였습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뒤쳐지면 기다려주고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 쉬었다 가자고 이야기해주고 참 고마웠네요.

    (물론 그래서 더 뒤처지지도 못하고 제 페이스로 못 가고 따라가느라 힘들긴 했지만요. ㅎㅎ   남들은 6시간이 걸렸다는 산행을

    4시간에 끝내버리는 사람들을 따라 함께 산행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네요.  뭐 덕분이 저의 능력이 한 단계

    올라간 것 같기는 했지만 말이지요.)

    대학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시청에서 청소부로 일을 하고 있는 아이작은 일요일에 밤샘 근무를 하고 잠깐 자고 

    산행을 왔었으니 정말 체력이 좋은 아이였고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잘 찾아서 공부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유비씨를 졸업했다는 아드리아나는 파트타임일을 하면서 직장을 구하고 있었는데요.

    아무 직장이나 들어가서 불평을 하기보다는 조금 천천히 신중히 직장을 구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정말 체력이 

    좋은 아가씨였습니다.

    아드리아나는 평일에 함께 산행을 할 친구가 없어서 혼자 갈 생각을 하다가 우연히 날짜와 장소가 같은 이번 모임을 보고

    일요일 저녁에 신청을 해서 함께 하게 되었다고 했을 정도로 혼자 이 코스를 백팩 캠핑을 계획할 정도로 보기와는 다르게

    당찬 아가씨였는데요.

    겨울에 이 코스로 스키를 타러 몇 번 와 보았다고 할 정도로 야외활동을 좋아하는 아가씨였네요.

    이 산행 뒤에 운전을 해서 집으로 갔다는 것만으로도 아드리아나의 체력은 정말 최고이었습니다.

    다른 남자들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았으니요.

    저 작은 체구 어디에서 그런 체력이 나오는지 신기했었네요.

    저의 20대 때는 저는 그런 체력 없었던 것 같거든요.

     

    팀의 유일한 30대 알렉스.

    스코틀랜드에서 온 알렉스는 지금은 워킹비자로 지붕을 가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스코틀랜드에서 늘 실내에 앉아서 하는 일만 했다는 알렉스는 새로운 인생을 위해 완전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케이스였습니다.

    친구가 하는 지붕 회사에서 이민 신청 중이라고 이야기하는 알렉스를 보며 역시 영어가 되니까 그리고 영연방 국가에서 와서

    이민 신청이 순조롭고 빠르구나 싶었는데요.  지붕을 가는 일을 하는 걸로 이민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으니요.

    평소 자전거를 타고 마라톤을 하는 알렉스여서 지붕을 가는 험한 막일 일도 할 수 있는 거라 생각이 들었는데요.

    알렉스도 체력이 참 좋은 친구였습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의 영어 발음은 정말 알아듣기가 힘들어서 많은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는데요.

    제가 일부러 피해 다녔거든요... ㅎㅎ

    그런 거 보면 우리나라에서 영어 발음에 신경을 쓰는 게 그게 중요한 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영어 발음이나 악센트가 중요한게 아니고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고 나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데 말이지요.

    세계에 나와보면 별 희한한 악센트와 발음을 다 듣게 됩니다.

    그걸 이해하고 나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는 것도 그들과 함께 어울리다 보면 느끼게 되지요.

    제가 사는 이곳 캐나다는 그 사람의 발음이나 악센트로 취업이 되는 게 아니다 보니 관공서나 회사에 전화를 해서도

    온갖 종류의 발음과 악센트를 다 들어야 하는 곳이거든요.

    정말 저런 영어로 어떻게 취직을 했을까 싶기도 할 때도 있거든요.

    그러니 한국 사람들은 당신들의 영어에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당당하게 대화를 하면 잘할 텐데 자신감이 부족한 것 같거든요.

     

    마지막으로 션.

    정말 산행 내내 자신이 갔던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니면 이런저런 식물들을 살펴보고 그것들에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던 션.  전공이 식물학이었습니다.

    9월 학기부터 대학원에서 석사를 들어가는 션은 전공을 너무 좋아해서 선택을 했구나 하는 게 산행 중에 보였는데요.

    그렇게 끊임없이 식물의 이름을 이야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해주고 혹시 모르는 식물이 있으면 사진을 찍어서

    나중에 찾아봐야겠다고 저장을 하던 션.  전공에 연관된 코업을 통해 다른 나라에서 생활을 해 보았고 이런저런

    여행도 많이 했던 션은 정말 쉼 없이 이야기를 하는 스타일이었는데요.

    다 너무 재미있어서 그냥 션 뒤에서 조용히 걸으면 듣기만 해도 무슨 수업을 듣는 것 같았습니다.

    각종 베리들의 이름과 먹을 수 있는 애들과 없는 애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션도 참 자신의 전공을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게 무엇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연관된 공부를 하고 대학을 마치고 일을 하다가도 그만두고 좀 더 넓고 경제적인

    곳에서 공부를 계속하는 것을 선택하는 요즘의 20대들을 본 것이 이번 산행에서 제일 좋았던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그들의 인생을 책임지고 살아내고 있는 그들을 보며 그들의 젊은 에너지를 받아오는 것 같아서

    참 좋았던 산행이었는데요.

     

    아들을 토론토로 보내기 전에 2박 3일 산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끔 저에게 어떻게 그렇게 외국인들과 산행을 다닐 수 있는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제일 중요한 것은 영어.  그리고 체력과 열린 마음  이것만 있으면 돼요.

    첫날밤에 함께 카드놀이를 하며 참 재미있었는데요.

    이렇게 이들과 함께 산행을 하고 카드놀이를 하고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유가 제가 영어를 할 수 있어서

    이니 새삼 제가 영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영어를 하는 것이 제 삶을 얼마나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지 참 감사했습니다.

     

    여러모로 참 좋았던 산행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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