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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의 옛날 사진을 보며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이혼이야기 2019. 3.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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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여년 전 엄마와 캐나다 여행을 갔었던 사진을 보았습니다.


    예전에는 그 사진을 볼때면 늘 20대 초반의 젊은 나의 모습이나 멋진 캐나다의 자연 풍경에 눈이 갔는데, 

    마흔을 갓 넘긴 그날의 제 눈에는 엄마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20여년전의 엄마의 모습이 너무 젊어 보이시고 예쁘시더라구요.


    그리고 계산을 해 보니 그때의 엄마 나이 50대 초반.

    40대 초반의 제 나이보다 그리 많지도 않았던 나이였으니

    어찌보면 당연했을 엄마의 예쁜 모습 사진이 왜 그렇게 저를 놀라게 했을까요?


    이렇게 예쁜 엄마는 그때도 아빠와의 사이는 한없이 나빴고 엄마가 바라는 것은 

    아빠와 헤어지는 것이었고 그걸 실천으로 옮길 용기가 부족했던 엄마는 현실도피만 하고

    계셨었습니다. 


    그 사진에서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한 여자로 엄마가 보였습니다.

    그러고 나니 너무 서글퍼졌습니다. 저렇게 예쁜데.. 한참 예쁜 나이이신데...


    차라리 그때라도 용기내셔서 이혼을 하셨으면 엄마의 노년은 어땠을까?

    30년 교직생활로 노년의 경제적인 삶은 준비가 되어 계셨던 만큼 더 마음 편하게

    행복하게 사실 수 있지는 않으셨을까?

    그리고 이렇게 예쁘셨는데 좋은 분 만나서 사랑받으며 사실 수 있지 않으셨을까?

    지금처럼 혼자 적적함과 외로움과 싸우며 사실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지금보다 조금은 편한 인상의 예쁜 엄마로 나이드시지 않으셨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보다 저의 현실에서 생각이 멈췄습니다.


    전남편의 정확히는 몇번째인지도 모르는 외도를 또 알게되었을때,

    그 배신의 아픔에, 산산조각난 믿음의 조각들에 찔려 피를 흘릴때 엄마 옛날사진이 생각났습니다.


    아이때문에 혹은 이혼녀가 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이런 상처들을 계속 감내하며

    참으며 살다가 나도 어느날 엄마처럼 살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

    남편을 용서는 못하고 그 미움을 가슴에 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시간만 보내서

    노년을 쓸쓸히 혼자 보내고 계시는 엄마.


    50의 엄마도 저리 예쁜데 40의 나는 더 예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이렇게 예쁜 나이에 남편의 사랑도 못받고 되풀이 되는 상처에 시름시름 죽어가는 내가

    문득 불쌍해졌었습니다.

    그리고 엄마처럼 노년의 나이에도 남편을 용서하지 못하고 그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사는 내가 되어 있을까 겁이났었습니다.


    그 생각까지 미치고 나니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자식들을 위해 서로 맞지 않는 부모님이 희생으로 지켜낸 가정이 자식으로서 그닥

    감사하지만 않다는 것은 나의 경험으로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나는 나를 위해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라도 이혼을 해야겠다 결심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너를 위해 가정을 지키기위해 얼마나 희생을 했는데 라고 하는 말이 자식에게

    얼마나 짐이 되는 지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 짐을 아들에게 주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내가 아무리 그 말을 하려 하지 않더라도 나도 모르게 분명 은연중에라도 나올 것이기에...


    남편을 원망하며 자식을 원망하며 나를 원망하며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엄마의 옛날 사진을 보며 이혼의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나는 나를 좀 더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사는 삶을 선택하는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누구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해서 사랑받고 있는 삶이 아니고

    혼자 산다고 해서 사랑받고 있지 않는 삶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이혼 4년차, 점점 내 사진이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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