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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복 없는 사람은 자식복도 없다는 거짓말.
    이혼이야기 2019. 5.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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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종 저의 이혼에 대해 제가 이야기할때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남편은 잃어버렸지만 아들을 찾았어요."
    이혼을 결정하고 되었을 때가 아들이 중2였습니다.
    가부장적인 아빠의 행동을 많이 따라가고 있던 아들.
    가족 여행을 가서도 아빠가 하는 행동의 무엇이 잘 못 된건지 인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답습해가고 있던 아들.
    가정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내 목소리를 내지 않고 살던 저라 전남편 처럼 저를 대하는 아들을 보며 뭐라고 말은 못하고
    마음 아프게 바라보기만 했던 시간들이 있었는데요.
    이혼을 하면서 자연스레 아들은 아빠의 모순들을 보게 되었고
    엄마의 희생과 노력들을 말 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아들이 되었고
    엄마의 해주는 모든 것에 감사를 할 줄 아는 아들로 자라주었습니다.
    올해는 어쩌면 아들과 함께 보내는 한동안의 마지막 마더스데이가 될 수도 있었던 날.
    마더스데이 여행을 다녀온 제게 아들은 전화로 몇시쯤 도착을 하실꺼냐고 물으며 저의 도착 시간을 체크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여행간 동안 집밥을 못 먹어서 배가 고파서 그러나 싶어서 언제 도착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저녁을 함께 먹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서둘러 돌아온 집에서 저를 기다린 감동의 서프라이즈.
    문을 여는데 정장 차림으로 멋지게 옷을 입은 아들이 부엌에서 바쁘게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집으로 들어오는 저를 식탁으로 안내를 하더니 준비해둔 와인잔에 맛있는 한잔을 따라서 내어 놓더군요.
    나름 분위기 낸다고 커튼도 치고 촛불을 밝혀두고 제가 좋아하는 잔나비밴드 음악을 깔아두고
    시간 맞추어 준비한 아스파라거스를 가니쉬로 얹은 스테이크를 꺼내들고 오는 아들.
    제가 어둡다고 불을 좀 키자고 했더니 엄마는 분위기도 모르냐고 불을 못 킨다던 아들.
    음식뒤로 선물과 카드를 주는데 많이 놀랐습니다.
    우선 카드를 읽다가 눈물이 펑펑.

    '18년 동안 ##맘으로 살아오셔서 수고 많으셨습니다.
    앞으로는 김미*로써 자신만의 멋진 인생을 펼쳐나가기를 기도할께요.
    말만 그렇지 그렇다고 저의 연이 끊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지금까지 열심히 저를 키워주셨으니 이제
    엄마의 삶을 편하게 즐기라는 거에요. 물론 토론토 가서도 자주 연락하고 만나러 올 생각입니다.
    그동안 수고많으셨고 정말 다른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한 멋지고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서 돌아오겠습니다.
    지금까지 키워주시고 특히 지난 4년간 이것저것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 진심 사랑합니다. '
    -아들의 카드 내용 중에서

    18년간의 결혼 생활에서 한번도 이런 걸 이벤트를 받아본적은 없으니 아들이 아빠한테 배운것은 아니겠지요.
    남편 복 없는 사람은 자식 복도 없다는 말은 말짱 거짓말인가봐요.
    엄마를 위해 이렇게 멋진 이벤트를 준비한 아들을 보며 자기 여자에게는 더 잘 해줄 남자로 길러낸 제 자신에게 정말
    뿌듯했습니다.
    적어도 며느리 될 아이에게 무슨 아들을 이렇게 키우셨나요 하는 원망은 듣지 않아도 될 듯해서요.

    평소에 요리 배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던 아들이라 스테이크를 어떻게 했냐고 물어보았더니
    유튜브에서 찾아서 보며 따라했다고 하더군요.
    참 세상 좋아졌습니다. 요리라고는 전혀 안해본 아들이 이런 저녁도 준비하고~
    장을 보러가서 어떤 고기를 사야 할지 고민하는 아들에게 친구는 한마디의 조언을 주었다네요.
    "그냥 제일 비싼 고기를 사~ "

    여자사람친구의 아이디어로 나온 선물.
    친구가 함께 여러 가게를 돌아다니며 목걸이를 사 드리라고 아이디어를 내고 함께 보러다녀 주었다고
    하더군요. 왠지 딸이 생겨서 받은 선물처럼 좋았습니다.
    사실 아들은 이런 쪽으로는 좀 약한데 말입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내가 이혼을 하지 않았어도 아들은 이렇게 엄마의 수고와 희생을 알아주고 감사할 줄 아는 아들로 자랐을까?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이렇게 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혼하고 엄마 혼자 키웠는데 이렇게 잘 자라준 아들.
    정말 감사하기만 하네요.
    제 인생 최고의 마더스데이 중 하나로 기억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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