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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이야기

이역 만리 고국에서 엄마가 보내주신 미역기다리(미역귀)

한국으로 여행을 갔던 아들이 돌아왔습니다.
외할머니댁에 며칠을 머물렀던 아들은 엄마가 제게 보내주신 보따리들을 가지고 왔습니다.

아들의 가방이 무거울까봐 많이 넣지도 못하시고 나름 심려를 기울여 선별해서 보내셨을 엄마의 선물

당연히 그것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미역 기다리(미역귀)였습니다.

제가 엄마 뱃속에 있을때 엄마가 근무하셨던 학교가 있던 곳이 부산 옆에 있는 기장.

그래서인지 저는 아기때부터 미역기다리를 너무 좋아했습니다.

엄마가 무쳐주시는 미역기다리 고추장 무침을 제일 좋아했었는데요.

20여 년 전 처음 캐나다 나와서 공부를 할 때도 엄마가 보내주신 반찬 소포를 받았을 때가 제일 행복했었는데요.

이번에 아들 손으로 엄마가 보내주신 미역기다리를 받으니 새삼 그때 행복했던 기억이 떠 올랐습니다.

짜지도 않고 딱 사이즈도 알맞는 좋은 미역기다리를 사러 다니시고 집에 사 가지고 오셔서 봉지째 옆에 다른 바구니를

끼고 앉으셔서 하나하나 미역기다리를 뜯으셨을 엄마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고 말이지요.

그러다 문득 현실적인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 엄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미역기다리이고 그건 캐나다에서 살 수가 없는 물건이니 이렇게 준비를 해서 보내면

내 딸이 너무 좋아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당신도 들떠서 준비를 해 보내주셨을 것 같은데요.

이제 아들을 토론토로 보내야 하는 저는 아들이 그리워할 좋아하는 것을 뭘 보내줘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다가 턱 막혀버렸습니다.

밴쿠버에서 자란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중에 토론토에서 못 사 먹을 음식은 집밥 말고는 없을 것 같아서 말이지요.

집밥은 말그대로 집밥이라 제가 가지 않고는 해서 보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음식이니 그것도 보낼 수는 없고 말이지요.

밑반찬에 밥만 있으면 행복한 저와는 다르게 아들은 밑반찬을 먹는 스타일이 아니고 그때그때 해줘야 하는 스타일이고

전자레인지에 음식 데워서 먹는 것도 싫어하는 아이라 별로 음식을 해서 보내 줘야겠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여행을 떠날 때도 반찬을 해 놓고 가면 돌아와서 전혀 손도 안 대고 먹지 않은 반찬들을 버리게 되는 날들이 많았던 터라

여자인 저처럼 반찬을 보낸다고 해서 아들이 밥을 잘 챙겨 먹을 것 같지도 않고.

문득 나는 아들에게 뭘 보내줘야 할까 고민에 빠졌습니다.

차라리 우리 엄마는 행복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딸이 좋아하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커서까지 한결같이 미역 기다리이고.

하필 미역 기다리 같은 것을 사기 쉽지 않은 나라로 이민을 가서 엄마가 보내주기만 하면 행복하게 잘 먹을 거라는 것을

알고 계시니 딸에게 선물 보내기가 얼마나 쉬우실까요.

그리고 또 딸이 얼마나 좋아할지는 잘 아시니 얼마나 보람 있으시고 뿌듯하실까요.

엄마한테 선물을 받았는데 괜히 제가 착한 딸이 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엄마에게 확실하게 딸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평생의 선물 아이템을 안겨드렸으니요.

저는 아들에게 뭘 보내줘야 아들이 행복해하며 힘든 타지 생활을 잘해 나갈지 생각이 안 나거든요.

이 고민 계속될 것 같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으면 주위에서는 한마디 하십니다.

요즘은 하나밖에 없어.  현금 보내줘~

저도 그걸 꺼라 생각은 하지만 그건 너무 정성이 안 들어가고 정이 없게 느껴지지 않나요?

뭐 좋은 아이템 있으신 분~~~

 

 

  • 땅콩맘 2019.08.14 17:18

    공감~^^
    엄마 사랑 듬뿍 느낄 맛난 선물에 따뜻했겠다~

    장성해서 공부하러 떠나는 아들에게 뭔가 좀 단디 챙겨주고 싶은데 막상 또 그게 뭐 딱 떠오르지도 않고 그렇지? ....
    나도 올초에 그랬다우~ㅎㅎ
    그때 딱 하나 아들이 좋아하는건 '엄.카' ㅋㅋ
    아 캐나다에서는 엄마카드 막 쓰면 안되나?
    그럼 그냥 짤 없이 현금이여~~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