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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헌혈 실패기
    작은 나눔 2013. 1. 14.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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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때 부터 헌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어머님은 굉장히 부정적이셨습니다.

    어머님의 어린시절인 전쟁직후 여러모로 우리나라가 힘들었을때 정말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피를 팔아먹고 살았던 시절의 기억이 있으셔서 인지 (물론 그 시절은 나도 힘들때인데 피를 뽑았으니 헌혈을 하고 난 사람들의 후유증이 있었으리라 짐작이 갑니다만...) 제가 헌혈이 해 보고 싶다는 말만 꺼내도 헌혈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왜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지는 당신의 아픈 기억중 한 부분까지 꺼내시며 눈물을 찍어내시며 말씀을 하셨었습니다.

     

    그래서 제게있어 헌혈은 내가 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할 수 있고 아니 헌혈을 받는 사람들은 얼씨구나 할 일이지만 내가 안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어머님의 가르침도 있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한 저는 당연 어머니의 영향력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했고 또 여러소스를 통해 헌혈에 대한 새로운 시각들을 가지게 되면서 어느새 헌혈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어머니가 제게 심어놓으신 공포나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이유들 보다 더 커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헌혈차를 지나다가 문득 결심을 하였습니다.

    그래!!!!   하자.

     

    어찌보면 참 제게있어서는 큰 결심이었는데....

     

    헌혈차에 올라가서 이런 저런 서류작성을 하고 몸무게를 밝히는 순간...

    "죄송하지만 체중미달로 헌혈을 하실 수가 없습니다.....  "

    띵.......................   이게 무슨....

    옛날에 정말 먹을게 없어서 배를 굶다가 자기 피를 팔아먹었다는 사람들은 그럼 다 체중이 많이 나갔었단 말이야?     하지만 세월은 많이 변해 있었고...  높은 기준치를 가지고 제대로 된시스템으로 선진 헌혈을 하는 요즘시대(물론 15년도 더 전이지만)에서는 제 체중은 헌혈의 기준치를 못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정말 건강하고 원래 먹어도 안 찌는 체질인데... 어찌 체중미달....

     

    암튼...  그렇게 첫번째 좌절을 경험하고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제 체중은 원치않아도 많이 찌는 체질로 바뀌면서 불어나 있었고...

    그렇게 또 어느날....    설마 이제는 되겠지...  하는 마음에 두번째 헌혈의집 문을 두드렸습니다.   서류를 작성하는데...

    "죄송하지만 해외다녀오신지 한달이 안 넘으셨네요...   오늘은 헌혈이 안되시겠는데요... "

    엥?   이건 또 뭔말씀?     이래저래 해외를 다니는 저는 해외를 다녀온지 한달이 안되는 사람은 헌혈이 안된다는 것을 몰랐었기에 그렇게 두번째 좌절을 경험하고 물러나야 했었습니다.

     

    애를 키우며 캐나다와 한국을 왔다갔다 하는 삶에서 헌혈의 집을 바로 다시 방문하기가 쉽지 않아 또 세월이 흐르고.....    이제는 정말 헌혈을 해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

    또 헌혈의 집 문을 두들겼는데....  

    "어.. 생리 끝나신지 얼마 안되셨네요...   여성분들의 경우는 생리 끝나시고 적어도 15일정도 후에 오셔야 가능하십니다....  "

    이건 또 뭔말....    생리시 많은 양의 피를 잃는 여자들의 경우 생리끝나고 얼마 안되서 오면 피검사에서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렇단다..   처음 들은말.....

    28일을 주기로 꼬박꼬박 한달에 두번을 할때도 있는 나로서는 그 날짜를 잘 따져서 다시 헌혈의 집을 찾는 다는게 쉬운일은 아니었다.

     

    세번의 좌절후.. 난 열심히 공부를 했다...    혹시 이 세경우를 제외하고는 안되는 경우는 없는거지요? 라고 제차 확인을 하면서....

     

    그렇게 또 시간이 지나...     이번엔 정말 꼭 하고야 만다!!!!

    라는 일념으로 모든 조건을 맞추어 정말 우리나라에서 제일 추웠다는 한겨울 어느날임에도 불구하고, 겨울방학이라 집에서 뒹굴거리는 아들이 있음도 뒤로하고 옷을 단단히 갖추어입고 헌혈의 집을 찾았다.

     

    "어......   외국인이시네요..  외국인은 저희나라 오신지 일년이상이 지나야 헌혈이 가능하신데 언제오셨어요?   "

     

    그렇다...    캐나다와 한국을 왔다갔다하며 살았던 나는 그동안 캐나다 시민권을 따서 한국국적을 포기해야만 했었기에 한국에서 외국인이 되어있었고 일 이년에 한번씩 왔다갔다 하다보니 이번엔 한국에 들어온지 4개월이 조금 넘은 상태였다....

     

    4번째 좌절.....

     

    이제 나에게 있어 헌혈은 정말 내가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일 또는 정말 하기 힘든일이 되었다..

     

    난 헌혈이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제일 나누어주기 쉬운것이 아닌가 생각을 했었는데 정말 아니었던 것이다...

     

    돈은 내가 벌어야 하고 남을 주어버리면 내게서 없어지는 것이고 다시 벌기에 내가 힘을 써야 하는 것이지만..  헌혈은 내가 안주면 그냥 내안에서 없어지고 난 어차피 계속 새피를 만들어 내고 있기에 어찌보면 남을 주어 보물이 될수도 생명을 살릴수도 있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그냥 개수대에 흘려보내버리는 것이 될 수 있는 것을 주는 것이기에 제일 쉽고도 정말 고귀한 일이라 생각하는데...

     

    그게 쉬운일은 아니었다....

     

    물론 난 달력에 내가 다시 시도할 수 있는 날을 표시해 두었다.

    비록 8개월뒤 어느 날이기는 하나 그날까지 밥도 잘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며 기다릴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내가 못하는 대신 다른분들이 열심히 해 주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지금 이시간에도 병원에서 피가 모자라서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의 따스함이라도 보태어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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