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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t. Edith Cavel 인 쟈스퍼
    캐나다 (Canada)/록키여행(Rocky trips) 2021. 8.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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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쿠버에서 나고 자란 남자친구에게 이번 록키 여행은 생애 처음이었습니다.
    밴쿠버에 살면서 적어도 몇년에 한번씩은 왔던 저에게는 사십대 중반이 되도록 한번도 안왔다는 남자친구의 말이 이해가 안되었는데요
    남자친구의 설명을 듣고 보니 공감이 가기도 했습니다.
    자기에게는 그냥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이고 그냥 그곳에 있는 것이기에 별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못해 보았다구요.
    그리고 주위에서 록키를 가자고 하는 사람도 없었기에 아직 와 본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록키를 온 남자친구는 와서보니 산불 연기로 산도 잘 안보여 예쁘다는 호수는 그냥 밴쿠버 근처에 있는
    호수와 별 다를바가 없어 캠핑장은 나무가 다 잘려있는 것이 여기서 왜 자나 싶어, 그런데 다리에 기부스까지 하게 되었어,
    정말 남자친구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보니 저보다 더 화가나고 스트레스 받는 환경이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의 화나 스트레스는 좀 사그러드는 것 같았는데요.
    상대적으로 불편한 캠핑을 하고 있으니 더욱 다리를 다친 남자친구에게는 불편할것 같아서 저의 마음을 더 다스리게 되었습니다.

    남자친구도 제가 계획한 산행들을 알다보니 그걸 다 취소하게 한 것이 미안했는지 어느정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데 까지는 해보고
    싶다고 해서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짧은 산행이지만 멋진 경치를 볼 수있는 곳으로 검색을 했는데요.

    멀티 하이킹으로 가고 싶은 통킨 밸리 트레일 헤드를 지나서 있는 이다스 카벨산 빙하를 보러가기로 했습니다.

    아주 높은 고도로 키가 큰 나무는 별로 없는 산 위에 야생화가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이디스 카벨산을 가는 도로는 고도가 높아서 눈이 오거나 날씨가 안 좋으면 도로가 차단이 되니 가시기 전에 잘 확인을 해 보고
    가시길요. 그 도로를 올라며 건너편 산에 산사태가 있었던 것이 보였습니다.
    많은 나무들이 병충해를 입어서 죽어있는 것도 보이는데요. 그게 붉은색의 나무들입니다.
    나무가 병충해나 산불로 죽고 나면 그 다음해는 산사태나 홍수가 일어나기 쉬운것 같습니다.

    통킨 밸리 트레일 헤드 표지판이 참 반가워서 한컷 찍어보았네요.
    내년에는 통킨 밸리 멀티데이 하이킹을 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여기도 인기가 많은 트레일이라 예약이 쉽지는 않을 듯 싶은데요.
    내년이면 남자친구가 회사를 그만두고 1년정도 저와 여행을 다니기로 해서 여유있게 계획했던 산행들을 다 해볼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남자친구의 회사가 밴쿠버에서 철수를 결정한 것이 작년이었습니다. 코로나를 핑게로 회사가 결정을 내리기 쉬웠을 것 같은데요.
    20년을 그 회사를 다니며 그 회사에서 정년퇴직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남자친구에게는 천청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다니던 회사가 TOYOTA 자동차 밴쿠버 공장이었거든요. 거기서 IT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인데 토요타가 워낙 큰 회사고 나름 자신의
    일에 만족을 하고 있었고 해서 토요타가 없어질꺼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던 남자친구는 정말 큰 충격을 받았었는데요.
    토요타는 앞으로 전기차에 더 중점을 둘 생각으로 사업의 방향을 정리하며 밴쿠버 공장은 닫고 정리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네요.
    한참 수익도 잘 나던 공장이라 그 결정에 남자친구는 더 놀랐었습니다.
    토요타는 큰 회사답게 직원들에게 두가지 옵션을 주었는데요, 토론토에 있는 공장으로 옮겨서 회사를 계속 다니던지 아니면
    명예퇴직금 같은 것을 더 받고 회사를 그만두던지 였습니다.
    밴쿠버를 너무 사랑하는 남자친구는 토론토로 이사를 가기 싫다는 이유로 퇴직금을 더 받고 회사를 그만 두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2년치 연봉을 한꺼번에 받고 백수가 될 예정인데요. 지난 20년 넘게 열심히 일했으니 한 1년 정도는 같이 여행을 다니자고
    제가 꼬셨습니다. 1년 정도 여행을 하고 나면 그 다음 너의 인생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알게 되고 어차피 컴퓨터 프로그램 짜는
    사람이라 재취업은 욕심만 버리면 쉬울것 같았거든요.

    토요타가 공장을 닫고 팔고 밴쿠버에서 철수하는 결정을 내리고 직원들에게 통보를 하고 준비를 하는 과정을 작년부터 쭈욱 지켜보고
    있는데요. 참 놀라운점이 많았습니다. 공장 문을 닫는 다는 결정을 거의 2년전에 직원들에게 통보를 하고 직원들이 재취업이나
    다른 결정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면서 심지어 이력서를 쓰는 것을 도와주는 외주업체까지 고용을 해서 직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는데요. 한국에서의 상황들과 비교를 하며 이게 토요타의 문화인것인지 캐나다의 법이 그렇게 되어 있어서 토요타가
    따르는 것이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러다가 같은 기업이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사업을 하는지를 생각해보며 이건 토요타의 문화가
    아니라 캐나다 고용법에 따른 절차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는데요.
    아무튼 알면 알수록 참 마음에 드는 캐나다입니다. 물론 한국이나 다른 나라 상황을 모르는 남자친구에게는 이런 모든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일이겠지만 다른 상황을 아는 저에게는 캐나다란 나라로 이민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더 드는 일입니다.
    특히 내 아들이 이런 환경에서 일하게 되겠구나 하는 것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 후손들은 저의 선택에 고마워해주겠구나 싶었습니다.
    이민 1세대의 고달픔을 다 감수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것이겠지요. 보다 나은 환경에서 내 자손들이 살기를 바라는 마음.

    그런 마음으로 지구 온난화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같이 여행을 하자고 남자친구가 결정을 내리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수십년간 일을 하던 사람이 매달 들어오는 월급이 없는 삶을 결정하고 계획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남자친구를 보면서 느꼈네요.
    저를 만나서 새로운 일에 도전을 많이 해 보게 되는 남자친구입니다. 저 또한 남자친구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는 합니다.
    혼자 세계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동반자가 생겼구요. 무엇보다 아들이 엄마 혼자 가는 것보다는 더 마음이 안심이 된다고 해줘서
    좋습니다. 특히 남미나 동남아를 여행할때 마음이 든든할것 같습니다.

    남자친구 가족들도 다 저와 여행가는 것이 참 좋은 결정인것 같다며 지지해 주셔서 남자친구가 더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듯요.
    요즘은 회사 사람들과 회사 문닫고 나면 뭐 할꺼냐고 대화를 할때 남자친구가 자기는 여자친구와 1년간 세계여행을 갈 계획이다라고
    이야기하면 다들 부러워하니 더 그 결정에 대해 마음 편해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매달 200만원의 월세를 내고 살고 있는 사람이라 짐을 다 정리해서 방을 빼기만 해도 월 200만원이 절약이 되는 거니 그 돈이면
    충분히 여행을 하지요.

    인근 비씨주 산불의 영향으로 연기가 자욱해서 아쉬움이 많은 이디스 카벨산입니다.

    빙하가 녹은 물이 내려가는 저 계곡물이 어찌나 차갑던지요.

    글레시어 트레일까지 45분정도만 가시면 예쁜 빙하호수를 만나실 수도 있습니다.
    모기가 어마어마 한 곳이기도 하니 모기약 뿌리는 것도 잊지 마세요.

    고도가 높은 산이라 나무가 저 위로는 나무가 거의 자라지 못하네요.

    이디스 카벨은 세계 1차대전때 사람들을 많이 살린 간호사의 이름을 따서 이름이 붙여진 산인데요.
    이분이 정말 대단한 업적을 남기셔서 이분을 기억하기 위해 그 이름을 산에 붙여주었다는 것이 참 감동이었습니다.
    사람은 가도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이런 말인가봐요.

    에어기브스에 목발을 짚고 열심히 산을 올라가는 남자친구인데요.
    자꾸 저 발을 쓰게 되고 무리하는 것이 싫었지만 잔소리를 할수는 없는 노릇이라서 그냥 할 수 있다는 것은 지켜보기만 했네요.

    저 아래로 내려가면 빙하와 호수물을 만져보실 수 있는데요. 평소라면 당연히 저 위까지 갔을 산행을 포기하고 멀리서 지켜만
    보았습니다. 남자친구는 차에서 기다릴테니 저더러 산행을 하고 오라고 했는데요. 그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서 내년을
    기약하며 그냥 멀리서 사진만 찍었네요.

    열심히 내려가다 의사선생님 같은 분을 마주쳐서 한소리 들었습니다.
    그 다리로 왜 의사의 주의를 무시하고 하이킹을 하고 있냐고 말이지요. 참 고집도 있는 어른입니다.
    제 아들이라면 두들겨 패서라도 가만히 앉아있게 했을 것 같은데 말이지요. ㅎㅎ

    나중에 남자친구가 보내준 사진. 찍는지도 몰랐는데 이런 모습을 찍었더라구요.
    참 편해보여서 마음에 드는 사진입니다.
    남자친구가 보는 저의 모습이 이렇구나 했었네요.

    누군가와 여행을 하면 제가 다 챙겨서 일을 하는 버릇때문에 혼자하는 여행을 좋아하게 된 저인데요.
    그래도 덜 챙겨서 할 수 있는 남자친구여서 함께 여행하는 것을 기대했는데 이렇게 다치고 보니 또 제가 다 하게되었는데요.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은 삶을 함께 사는 것과 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의 삶 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삶도 함께 감당할 준비와 자신이 있을때 함께 해야 하는 거구나 하고 말이지요.

    사실 이혼을 하고 나서 아들을 다 키우고 나서의 저는 저희 부모님과 아들 말고는 제가 책임을 져야하는 누군가는 다시는 옆에 안 두고
    싶었는데요. 그래서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났을 때 이 사람은 내가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 아니고 혼자서 다 잘하는 사람이라 좋았는데요.
    막상 이렇게 다리를 다치고 함께 여행을 하다보니 내가 다 해야해서 여러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냥 나에게 록키는 내가 다 챙겨줘야하는 사람들과 와야 하는 곳인가? 이게 내 팔자인가? 팔자도둑은 못한다던데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내년에 다시 한번 남자친구와 록키를 와서 그 팔자를 꼭 깨주고야 말겠다는 다짐도 해 보았습니다.

    의외의 사건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여행을 하게 되었는데요. 나쁘지마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고를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한 그때에 강함이라
    (고린도 후서 12:10 _

    오늘 어떤 의외의 사건을 만나더라도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는 하루가 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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