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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 사시는 경도인지장애 82세 아버지의 일상 루틴
    이런 저런 이야기 2023. 2.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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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아버지가 치매이신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들어가는 길은 멀었습니다.

    2021년 코로나가 한창일때고 한국과 캐나다는 상호 무비자협정을 취소를 한 상태여서 제가 한국을 바로

    들어갈 수가 없었지요.

     

    2달에 걸쳐서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고 영사관에 새벽 5시부터 줄을 서서 겨우 비자 신청을 하고

    여러 우애곡절 끝에 F4비자를 받아서 한국에 들어갔었지요.

    제가 비자를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동안 서울에 있는 오빠는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진행하였고 아직 치매는 아니신 경도인지장애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저희 아버지의 문제는 인지보다는 청력이 더 큰 문제이셨는데요.

     

    제가 옛날에 해 드린 보청기를 당신은 불편하다고 제대로 착용을 안하시고 생활하시며 청력이 많이

    악화가 되어 있는게 문제이셨는데요.

    그래서 혼자 다시 보청기를 사셨는데 보청기는 계속 다니시며 본인에게 편하게 맞추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걸 하러 안 가시겠다고 고집이셨습니다.

     

    원래도 성격이 급하시고 본인 고집이 쎈 분이 연세가 드시니 더 심해지셨는데요.

     

    79세때 척추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시고 그때 섬망도 오시고 철심을 박는 수술을 하고 요양병원에 9개월을 

    계셨다 나오셨던 분이셔서 재활이나 운동에 대한 아버지의 강박은 대단하신 분인데요.

     

    일단 혼자 생활을 하시겠다고 고집을 하셔서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2022년 일년동안 캐나다집에 2달반 있었는데요. 그 많은 여행을 했던 이유는 할 수 있을 때 빨리 하자였어요.

    혹시라도 못할 때가 오더라도 아쉬워하지 않게요.)

     

    2022년 11월 거의 7개월만에 다시 찾아뵌 아버지는 더 건강해진 모습이셨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있는 동안 제가 하는 일은 아버지의 루틴을 확인하며 아버지가 혼자 사실만 한가 아닌가를

    살펴보는 일입니다.

     

    아침 7시 기상. 일어나시면 생양파와 우유를 갈아서 한잔 드시는 것으로 아침을 대신하십니다.

    이렇게 해서 당뇨가 있으셨는데 없어지셨다네요.

     

    아침 10시 반에 집에서 나가셔서 아파트 단지에 있는 운동기구 시설들을 한시간에 걸쳐서 다 도시는 운동을

    하시고 사당에서 여의도로 점심을 드시러 가십니다. 12시반 여의도 한식부페 식당에서 점심을 드십니다.

    (점심을 드실때 부페식당이어서 양껏 골고루 잘 드십니다. 식사량이 저의 두배정도. )

    그리고 다시 지하철타고 동네로 돌아오셔서 오후 3시간 동안 걷기와 운동을 하십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5시.

    코로나 전에는 바둑을 두셨는데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바둑두러 가지를 못하시니 아쉽지요.

     

    저녁은 약을 드시기 위해 당신이 준비하신 영양밥으로 당신이 좋아하는 한우를 살짝 구워서 드십니다.

    (냉동실에는 마트 세일할때 사다 놓으신 한우가 가득하지요.한끼 분량으로 포장이 잘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텔레비를 보시다가 저녁 9시반쯤에 약을 드시고 잠을 주무십니다.

    물론 주무시다가 6번정도 화장실을 가시려고 일어나시긴 하지만 잘 주무십니다.

     

    아버지의 루틴은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부나 변화가 없으신데요.

     

    "너는 비 온다고 밥 안먹니? " 라고 하시며 운동하러 나가시지요.

     

    매주 토요일 집안 대 청소를 하시고 일요일 목욕을 하십니다.

     

    다만 청력이 안 좋으셔서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것을 꺼려하시고 두뇌활동이 별로 없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저희가 어떻게 해 드리려 한다고 말을 들으실 분이 아니라 그냥 지켜만 봅니다.

     

    영하 18도의 한파에도 아버지집 보일러는 돌아가지를 않는데요.

    아버지가 보일러를 틀지 않으셔서 그래요.

    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 때는 걱정만 했는데요. 그냥 아버지집에서 같이 생활을 하며 겨울을 한달정도

    같이 지내보니 영하 18도에도 보일러를 틀지 않아도 괜찮은 집이구나를 알게 됩니다.

    저도 이번 겨울 아버지집에서 머물면서 보일러를 한번도 틀지 않고 지냈거든요. 못 틀게 하시니요.

    (난방텐트와 전기 방석만으로도 지낼만 했습니다. 낮에는 훈훈한 온기까지 있구요. 집에 햇빛이 잘 들어서)

     

    이런 아버지의 고집때문에 엄마가 집을 나가셔서 혼자 살고 계시니 ...

    두분이 함께 사시면 자녀로서의 부모님 챙김이 훨씬 쉬워질 것 같지만 두분의 성격과 살아온 삶을

    알다보니 함께 사시기를 바란다고 말씀 드리지는 않습니다.

    두분 다 안 원하시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서요.

     

    아버지가 혼자 잘 지내시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캐나다로 돌아왔습니다.

    (6-7 개월 뒤 다시 한국에 갑니다.)

     

    아버지의 노화 과정을 보며 우리 아버지는 왜 저리 고집을 부리나 속상해 하기보다는

    아버지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내가 해 드릴 수 있는 것을 찾아 해 드리고

    내가 해 드릴 수 없는 것은 빨리 포기하고 속상해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아버지는 저에게 끝까지 아버지이고 싶으실꺼라는 것을 저도 엄마라 이해할 수 있네요.

     

    부모님이 부부 교사로 은퇴하시고 평생 교사연금으로 생활을 하시는 분들이라 경제적으로

    독립된 부분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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