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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아들과의 첫 여행에서 제일 신경쓴 것.
    이혼이야기 2019. 8.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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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이 중2때 이혼을 했습니다.
     
    부모님이 크게 싸우는 것은 커녕 사소한 다툼한번 없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만 보던 아들이 받았을 충격을 가늠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던 모든 활동들을 내려놓고 아무것도 하고 싶어하지 않으며 자기 방에만 쳐박혀 있는 아들을 보며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으리라는 것은 알수가 있었는데요.
     
    미안한 마음이 큰 엄마이지만 무엇을 해 주어야 할지 알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마침 여름방학이었는데 이런 저런 제안을 해 보아도 아들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대답만 하였습니다.
     
    그러다 친구와 디즈니랜드로 여행을 갈까? 하는 제안에 솔깃해 하는 아들을 보며 바로 계획을 잡았습니다.
     
    밴쿠버에서 엘에이까지 가는 로드트립에 캠핑을 하며 내려가는 여행으로 말이지요.
     
    디즈니랜드만 갔다오는 것 보다는 자연이 줄 힐링을 믿었기에 그리고 친구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며 아들의
     
    아픔을 달래주고 싶었고 부모가 이혼을 해도 아들의 세상이 그리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방에 가만히 있으면 이리 저리 생각이 많을 테고 그 생각들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을 때라 그런 생각의 시간을
     
    없애고 싶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생각보다는 몸을 더 많이 움직여야 하는 코스로 계획을 짰었는데요.
     
    매일 혹은 이삼일에 한번씩 이동을 하며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고 캠핑장 주위 주립공원 혹은 국립공원을 탐험하는
     
    일은 아들에게 다른 생각을 할 시간을 주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아들의 절친도 캠핑여행을 많이 해서 아들보다 더 캠핑장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 지 알고 있던 아이라
     
    아들을 이끌고 여기저기 탐험을 다녀주어서 참 좋았습니다.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고 걷는 것은 아이들이 담당을 해 주었고 저는 운전과 식사준비를 담당하며 그렇게 했던 로드트립
     
    그 끝은 디즈니랜드에서의 일주일이었으니 딱 좋았었는데요.
     
    무기력증에 빠져 아무것도 하고 싶어하지 않던 아들이 신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이혼 후 아들과의 첫 여행에서 제일 신경쓴것은 신나게 놀기 였던것 같습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 인생에는 생기기도 하니까요.
     
    그런 슬픈일에 잠식당하기 보다는 툴툴 털고 일어나서 신나게 즐기는게 인생이라는 것을 가르켜 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또 살아내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었네요.
     
    세상 무너지는 일이 생겨도 그게 세상의 끝이 아니다라는 것을 알고 주고 싶었었네요.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일에 절망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라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네요.
     
    페이스북이 가끔 예전의 추억을 소환해냅니다.
     
    지난 사진을 보며 문득 그날이 생각이 나서 끄적여 보았네요.
     
    제가 이혼을 통해 아이들이 받는 상처에 대해 이야기 하며 아이들의 아픔을 잘 헤아려주고 풀어주라고 노력을 하라는
     
    이야기를 어느분께 드렸더니 그분이 이혼을 통해 당사자들이 받는 상처가 더 크지 아이들이 뭘 안다고 상처를 받느냐
     
    라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도 계셨는데요.
     
    이혼의 당사자인 부모들도 당연히 상처를 받지만 적어도 그런 일이 생길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시간이 있었고 
     
    감정적으로 준비가 되는 시간들이 있었고 이혼하고 남이 되어버리면 그만인 상황이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상상도 못해봤던 일이 일어났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고 그 일에 대해 준비할 시간같은 것은 없었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그렇다고 해서 남이 되지도 못하는 관계이구요.
     
    어쩜 아이들의 상처가 부모들의 상처보다 더 클것입니다.
     
    이혼으로 인한 아이들의 상처를 더 자세히 들여다 보시고 도와주세요.
     
    적어도 미안하다고 사과해 주시구요.

    아들 옆에서 묵묵히 함께 걸어준 아들의 친구가 너무 고마웠습니다.

    이렇게 마시멜로도 구워 먹으며

    그냥 괜찮다고 아들 옆에서 함께 앉아있어 주었던 그 친구가 너무 고마웠습니다.

    함께 신나게 놀아준 아들 친구가 참 고마웠습니다.

    아이들의 좋은 친구에게 투자를 많이 하세요. 절대로 아깝지 않은 투자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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