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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소유스 호수에서 만난 그녀
    캐나다 (Canada) 2020. 8.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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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로 집에만 콕 박혀 있던 여름을 보내던 중 살고 있는 곳인 비씨주를 여행해보라는 광고를 너무 많이 접했는데요.
    워낙 땅덩이가 넓어서 사람이 별로 없는 곳으로 가서 휴가를 보내는 것은 괜찮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마침 아들 친구네가 오소유스로 짧은 휴가를 간다고 하기에 아들에게 갈래? 하고 물었더니 간다고 해서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오소유스는 이야기만 많이 들었지 한번도 안 가본곳이어서 언젠가는 가 봐야지 싶기도 했던 곳이었거든요.

     

    그렇게 훌쩍 온 곳에서 새벽에 습관처럼 하는 산책을 나섰습니다.

    밴쿠버가 22-23도 정도 하며 비가 오는 날씨였는데 이곳은 30도를 육박하는 해가 쨍쨍한 곳.

    사람들이 이곳으로 휴가를 오는 이유가 이해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별로 없는 이른 아침은 호수물을 무릎정도 까지 오게 다리를 물속에 담그고 파워워킹을 하기에 참 좋았습니다.

    물의 저항이 느껴지는 것이 꼭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찬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엄마 오리를 따라 나선 귀여운 아기 오리들도 만났습니다.

    전형적인 야생 오리 색깔의 형제들 중에 집오리의 색을 한 저 하얀 아기 오리가 보이시나요?

    형제들과는 다른 색깔에 제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부리의 모양도 다른것이 혹시 다른 오리알이 섞여 들어가서 부화가 되었나? 생각이

    들었는데요.  흠.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궁금해지네요.

    어렸을 적 읽었던 미운오리새끼 동화생각이 나기도 했는데요.  저 아기의 부리는 오리부리가 분명했어요.

    형제들과 똑같이 함께 다니며 부지런히 엄마오리를 따라다니고 있었으니 같은 형제 자매는 맞을 것 같아보이기도 했네요.

    전날 저녁에 산책을 하며 찍었던 노을인데요. 오소유스를 온다고 해서 별동별을 보러갈 생각에 들뜨기도 했는데 구름과 스모그로

    별을 보러가는 계획은 포기를 했었네요.

    근처에서 산불이 심하게 나서 심한 바람과 함께 스모그가 많이 넘어왔거든요.  얼른 산불이 잘 잡혔으면 좋겠다 기도만 했네요.

    아침 산책중에 이렇게 예쁜 장미를 만났습니다. 너무 예뻐서 그냥 지나갈 수가 없었네요.

    호수물이 얼마나 맑은 지 보여드리려고 못난 발도 한컷.

    이곳은 기후가 밴쿠버와 달리 아주 건조한 사막형인데요. 그래서 산들이 저렇게 민둥산이 입니다.

    미국과의 국경을 호수위로 지나기 때문에 이곳에서 배를 타면 미국으로 들어갈 수가 있는데요.  그래서 미국으로 가는 배는 필요한 서류를

    꼭 준비해 있어야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기도 합니다.

    호수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밤을 보낸듯한 캠퍼밴도 만났네요. 

    너무 더운 여름은 돌아다니기 싫은데 이렇게 선선한 아침의 산책은 마냥 기분이 좋아집니다.

    저 산아래로 보이는 초록들인 대부분 포도밭인데요. 이곳의 기후로 이 곳의 과일이나 와이너리가 유명하기도 합니다.

    참 평화로운 분위기죠?

    그렇게 산책을 하다가 이렇게 예쁜 아이들과 셋팅을 하고 사진을 찍고 계시는 저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분을 만났습니다.

    일단 양해를 구하고 너무 귀여워서 한컷 찍어보았네요.  그렇게 그녀와의 인터뷰아닌 인터뷰시간이 되었습니다.

     

    나: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요.

    그녀: 그렇죠? 내가 여행을 하면서 셀카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어느날 내 차에 아이들이 놓고간 인형이 보이길래 그 인형을 대신

             내가 여행하는 곳마다 데리고 다니며 찍어서 얼굴책에 올려놓다보니 그렇게 한지 6년째이네요.

             혼자 여행을 하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가족이나 친구들이 잘 다니고 있는 지 걱정을 하는데 이렇게 사진을 찍어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이야기 해주니 너무들 좋아해요.  그리고 나도 더 이상 혼자 여행하는 것 같지도 않아서 좋고.  그래서 내 아이들인것 처럼

             옷도 만들어주고 소품도 조금씩 늘어나게 되었네요.

    나:    저도 옛날에 나무인형을 데리고 다니며 셀카대신 찍어서 내가 어디를 여행중이다라고 올렸었는데 같은 생각을 하신분을 만났네요.

    그녀: 이 아이들과 그리스, 중국, 캐나다 자동차 대륙횡단등 여기저기 참 많이 다녔어요.

    나:    우와~  저도 몇년전에 캐나다 미국 자동차 대륙황단을 했었어요. 저는 혼자 한게 아니라 아들과 했었지만요. 

    그녀: 뉴펀들랜드에 있는 어느 원주민 부족이 완전히 없어졌다는 글을 책에서 읽고 굉장히 그 부족에 대해 궁금해 져서 그들이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사라지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그곳으로 운전해서 가본 여행이었어요.

    나:    어머, 그것도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도 백년도 더 전에 한국에 처음 왔던 선교사분이 노바스코샤분이시라는 것을 읽고 그분께 감동해 

             서 그분이 자란곳과 그분이 한국으로 오신 경로를 따라서 여행하고 싶어서 갔었거든요.  그분이 한국에 오셨던 그 옛날에는 선교사가 

             한국에 오면 박해가 심하던 시절이었는데요. 조선시대에는 선교사가 조선에 들어오면 목을 잘라버리던 때가 있었거든요.

     

    내가 여기까지 이야기 했을때 그녀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녀: 아, 그때는 정말 잘했네요.  지금까지도 그렇게 했어야 하는데.  나는 이곳 원주민이기때문에 선교사들이 우리들에게 한 짓에 대해서

             너무 많이 들었고 난 그들을 용서할 수 없어요.   난 기독교가 선교의 이름으로 다른 나라를 침략해서 없애버린 많은 문화가 참 안타깝           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나 :  아, 그런 이야기는 저도 들어봤네요. 죄송합니다...  그런데 제게 선교사님들은 참 감사한분들인데 말이지요...

     

    그녀를 아픔고 분노를 위해 속으로 기도를 하며 화제를 바꾸었습니다.

     

    나: 저는 2015년에 이혼을 하고 여행을 많이 했었어요.  아들과도 하고 혼자도 하고,

    그녀:  어, 나는 2014년에 이혼을 했어요.  우리는 정말 비슷한 점이 참 많네요. 나의 이혼은 4년반의 소송의 시간이 걸렸지요. 참 힘든 싸움이  었어요. 나와 21년을 결혼생활을 하고 함께 비지니스를 한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더 어린 여자와 살겠다며 이혼을 요구했을 때는 정말 어의가 없었어요.  나는 더 어려질 수 없는데 말이지요. 우리는 비씨주 북부에서 롯지를 운영했거든요.  내가 두개의 롯지를 건설하고 운영하고 펀딩부터 대부분 내가 다 이루어낸 사업인데 그걸 자기꺼라며 저와 아이들만 롯지에서 나가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그 사람을 이해할 수가 없었죠. 21년을 함께 살면서 한번도 보지 못한 면들을 이혼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데 도대체 저 사람은 어디에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처음에 전남편이 어린 여자와 살고 싶다고 이혼을 이야기 했을때 충격이 너무 커서 세도나로 10일간 요가 세미나를 갔었어요.

    나: 어 저도 거기 아는데...  ( 나도 생각은 했지만 그곳의 가격을 찾아보고는 돈이 너무 비싸서 가지 않았던 기억....)

    그녀 : 그곳에서 처음 혼자 밥을 먹으러 식당을 갔는데 참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나요.  왠지 다른사람들이 내가 젊은 여자때문에 늙어서 버림받은 여자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것만 같고 이혼 전에는 혼자 식당에서 밥먹는게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위축이 되었던지...

    뭐, 지금은 여행다니며 많이 좋아졌어요.  온전한 내 인생을 사는 것 같고. 난 정말 열심히 살았거든요.  그리고 돈도 많이 벌었고.

    이제는 이렇게 여행다니며 사는게 좋아요. 올해는 내가 사는 동네에 정말 단 하루도 햇살이 비친적이 없었어요. 비가 많이 오는 곳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름은 날씨가 참 좋은 곳인데 올해는 그 여름이 없어졌어요. 그래서 너무 우울하다 생각하고 있을때 마침 딸이 대학원 진학으로 밴쿠버를 오게 되어서 짐 가져다주러 차로 함께 내려왔는데 온 김에 남부 비씨를 여행해 보자 싶어서 다니고 있는데 이 햇살이 너무 좋아요.

    차박과 캠핑을 겸해서 이리저리 차를 몰다가 마음에 드는 아무도 없는 강가에서 며칠씩 보내다 한번씩 호텔에 들어와 샤워도 하고 쉬네요.

     

    어쩜 여행의 방식도 나와 비슷해서 너무도 깜짝 놀랐습니다.

     

    나: 저는 요즘 타이니 하우스 커뮤니티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기도 해요.

    그녀: 정말요?  사실 저도 요즘 이리 저리 다니며 땅을 보고 있기도 해요.  이렇게 햇살이 좋은 곳에 땅을 사서 타이니 하우스 커뮤니티를 

    만들어도 좋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는 정말 생각이 많이 비슷하네요.

    나: 저는 제가 운영은 자신이 없어서 그런 커뮤니티가 있으면 렌트해서 들어가고 싶어요~

    그녀: 나는 내가 롯지를 운영했던 사람이라 내가 그런걸 굉장히 좋아한다는 걸 알아요.  손님을 접대하고 낯선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그 후로 요즘 부동산 시장의 동향과 주식투자와 금을 샀다는 이야기까지 나누며 그녀와 한참을 대화를 하였네요.

    이렇게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생각을 하고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 참 신기하기도 하며 이게 우연일 수는 없어라고 생각을 해서 얼굴책으로 연락처를 나누었습니다.  

     

    문득 그녀와 함께 20년 이상의 결혼생활을 하고 문득 자신이 이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을 위한 힐링캠프 같은 것을 만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의 그 바닥까지 떨어진 자존감과 자신감을 되 찾을 수 있게 도와주고 그 충격에서 천천히 그리고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힐링캠프.  혼자 식당에 와서 밥을 먹으면서 다른사람들과 다르다는 생각에 주눅들지 않아도 되는 그런 환경의 캠프.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그 타이니 하우스 커뮤니티에 그런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 보았습니다.

     

    선교사들과 기독교를 너무도 싫어하는 그녀를 선교사들과 기독교에 너무도 감사하는 제가 만난것도 우연은 아닐꺼라는 생각을 해보았네요.

     

    이래서 여행을 참 좋아합니다. 새로운 꿈을 꾸게 해 주니까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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