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살고 싶다는 농담
    책 이야기 2021. 1. 13. 06:00
    728x90

    허지웅씨가 암투병을 하고 나서 썼다는 에세이집.  읽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책이 온라인 서점에 떴기에 읽어보았습니다.

    매일 밤 침대에 누워 잠이 들기 전 그런 생각을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 내가 보았던 천장과 바닥을 감당하고 있을거라고

    말이다. 그 어둡고 축축한 구석을 오랫동안 응시하며 정확히 뭐라고 호소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 거라고

    말이다. 피해의식과 절망과 비탄으로 현실을 왜곡하고 애꿏은 주변을 파괴하며 오직 비관과 자조만을 동행 삼아 이 모든 건

    결코 바뀌지 않을 거라 믿고 있을 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돌이킬 수 없는 서택을 하기도 할 거라고 말이다. 여러분의 고통에 관해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건 기만이다. 고통이란 계량화되지 않고 비교할 수 없으며

    천 명에게 천가지의 천장과 바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기로 결정하라고 말하고 싶다. 죽지 못해 관성과 비탄으로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살기로 결정하라고 말이다.

     

    저에게도 저런 침대가 있었습니다. 전남편의 마지막 외도를 알게 되었던 날 이후로 제가 누워있던 침대가 그랬었지요.  계속 눈물로

    축축하게 적셔지던 침대였습니다.  이혼을 하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놓고 나면 여지없이 누워있던 침대였네요. 그냥 누워서 일어나지

    않아도 되길 바랬던 침대.  하지만 아이가 학교를 마치는 시간에는 데리러 가야했고 밥을 줘야했고 아무일도 없는 것 처럼 괜찮은 척

    열심히 생활을 해야 해서 더 힘들었던 시절의 침대.  그래서 요즘의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내가 누워있던

    축축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 힘들어하며 누워있을 것이며 피해의식과 절망과 비탄으로 현실을 왜곡하고 애꿏은 주변을 파괴하며

    오직 비관과 자조만을 동행 삼아 이 모든 건 결코 바뀌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을 거라고 말이지요.

     

    그래서 더 열심히 저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꾸역꾸역 일어나서 살다보니 아이는 다 컸고 좋은 사람 만나서 연애를 하며 언제 그렇게 아팠었냐는 듯 싶게 너무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 드리고 싶나 봅니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살기를 결정하고 살아내다 보면 좋은 날은 반듯이 온다는 이야기를 해 드리고 싶고.

    무엇보다 감사일기를 쓰며 하루를 살다보면 감사할 꺼리가 참 많은 인생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날이 올것이라는 이야기도 하고 싶네요.

     

    그렇게 여러 명의 상대를 떠나보내고 내가 떠나오기를 반복하며 삶을 살아내다 어느 순간 마침내 깨닫게 된다. 그것 때문에헤어진 게 아니라는 걸 말이다.  시간을 돌려 특정한 행동을 고치거나 아예 벌어지지 않게 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을거라는 걸 말이다. 관계가 이어졌다가 끊어지기까지의 과정에서 명확한 건 오직 시작과 끝뿐이다. 나머지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실타래다. 거기서 선명한 원인 한가지를 찾아내겠다고 애쓰는 건 이미 먹고 있던 국수 그릇에서 처음 삼킨 면과 마지막에 삼킬면의 시작과 끝을 찾아 이어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벌어질 일은 반드시 벌어진다. 운명 이야기가 아니다. 충분한 원인과 조건이 갖추어졌기 때문에 결국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일이라는이야기다.  피할 수 없다.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결과를 감당하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있는 힘껏 노력할 뿐이다.

     

    찾을 수 없는 원인을 찾아가며 무언가를 탓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에 수습하고, 감당하고, 다음 일을 하자. 그러면 다음에불행과 마주했을 때 조금은 더 수월하게 수습하고,감당하고, 다음일을 할 수 있다.

     

    내가 겪고 이겨낸 불행은 다음에 불행과 마주했을 때 조금은 더 수월하게 수습하고, 감당하고, 다음일을 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경험으로 알게 되는 것들이네요.

     

    악마는 당신을 망치기 위해 피해의식을 발명했다.

     

    피폐한 마음을 가진 자들의 가장 편안한 안식처는 늘 자조와 비관이기 마련이다. 어느덧 나는 완전무결한 피해자라는 생각안에안도하며 머물게 되는 것이다. 그런 자신을 구하기 위한 자력구제의 수단으로 무엇을 선택하든 늘 옳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인간은 그렇게 타락한다. 니체가 말한 심연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피해의식은 사람의 영혼을 그 기초부터 파괴한다. 악마는 당신을 망치기 위해 피해의식을 발명했다. 결코 잊어선 안된다.

     

    허지웅씨를 처음 본것이 마녀사냥이었는데요.  그냥 성격이 강한 분이다라고만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 참 괜찮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분의 말들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라인홀드 니부어의 기도문이다.

     

    정말 바꿀 수 없는 건 이미 벌어진 일들이다.  내가 한 말과 행동, 선택으로 인해 이미 벌어진 일들 말이다.이미 벌어진 일에 마음이 묶여 신음하는 소리를 들어보라, 얼마나 참담한가.  벌어진 일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쉬운일이라면 그토록 많은 시간 여행 이야기들은결코 사랑받지 못했을 것이다.  바꿀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는 건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 가운데 하나다. 

     

    이혼을 하고 사는 사람들에게 특히 필요한 기도문인것 같습니다.

    이혼을 하고 나서도 그 상처에 매여 신음하고 있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는데요.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평온하게 받아들이고 변화에서 오는 바뀐 현실에 대해 적극적으로 잘 적응할수 있는 용기가 중요한듯요.

     

    가끔 아이가 아빠없이 자라는게 혹은 엄마없이 자라게 된 것이 너무 가슴아프다며 우시는 분들을 보는데요.  저도 그랬어요.

    하지만 그런 현실에 아파할 시간에 아이와 더 재미있게 놀아주시라고 말씀을 드리네요.

    이미 아이가 그렇게 자라게 된걸 어떻게 하겠어요? 그냥 주어진 현실에서 최선을 다해 살다보면 아이는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괜찮게 잘 현실에 적응하고 살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매 상황에 어떻게 판단하고 말을 해야 할지 지혜를 간구하는 기도를 하는데요.

    모두에게 주님의 지혜가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