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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니멀리스트의 여행가방
    이런 저런 이야기 2025. 3. 25.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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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여행 가방은 늘 7키로 기내용 가방 한개이다.
    몇일의 여행이든 몇달의 여행이든 이 가방 한개이다.
     
    두달만에 다시 짐을 싸며 이렇게 미니멀리스트로 여행을 하면 뭐가 좋은지 생각해 보았다.
     
    일단 살면서 내가 얼마나 불필요한 짐들을 안고 사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다.
    그리고 나의 일상이 얼마나 럭셔리한지를 깨닳게 해 준다.
     
    내가 좋아하는 일상 중에 향이 좋은 바디오일이 있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온 몸에 바디오일을 바르며 향을 맡고 마사지를 하는 시간이 좋다.
    하지만 여행을 갈때 이런 바디오일은 가져갈 수가 없다. 7키로가 한계인 여행가방에는 바디오일의 자리는 없는 것이다.
    대신 유럽의 향을 마음껏 맡고 올것이니 두달동안 이 바디오일의 향을 즐기지 못하는 아쉬움따위는 괜찮다.
     
    몇일전 예술의 전당에 '피가로의 결혼' 오페라를 보러갔다.
    그때 나의 복장은 가벼웠는데 지인이 한마디 했다.
    "이 복장은 산에 가는 복장이지 오페라를 보러 가는 복장은 아닌데? "
     
    예전의 나였다면 신경을 쓰고 그런 말을 들어서 속상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의 나는 여행자. 오페라를 보러가는 복장을 따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옷을 어떻게 입고 가든 내가 그 오페라를 사랑하고 즐기는 마음만 있다면 되는 것 아닐까?
     
    이런 마인드가 된 것이 내가 미니멀리스트로 여행을 다니며 만들어진 것 같다.
     
    7키로짜리 여행 가방에는 많은 옷이 들어갈 수가 없어서 나에게 T.P.O. 란 그저 내가 춥지 않고 덥지않고
    불편하지 않은 옷 즉 T. 는 시간 즉 계절이 되고 P. 는 장소 예를 들면 경건한 종교적 장소에 나시나 반바지가 아닌 긴 옷을 입고 가는 정도 남들의 문화에 무례하지 않은 정도의 예의를 갖춤이고 O. 는 더욱 잘 모르는 사람이  된것 같다.
    장례식에 검은 옷만 입고 가는 
     
    정말 딱 기본 예의만 갖추면 되는 것.  그것이 미니멀리스트의 삶이 주는 자유이자 기쁨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아무생각 없이 일상을 살다가 한번씩 이렇게 가방을 싸 보면 내 삶에서 뭐를 더 없애야 하는지
    내가 평소에 얼마나 누리고 사는지가 새삼 느껴진다.
     
    작은 가방을 들고 가는 여행은 나에게 일상의 탈출이 아닌 내 일상이 얼마나 누리고 사는 게 많은 지를 알게 해 주는 일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누리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 다시 상기시켜주는 일이기도 하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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