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73년생 이혼녀 미자 -18
    73년생 이혼녀 미자. 2020. 4. 24. 06:00
    728x90

    "잘 다녀왔어요?"
    "네. 잘 다녀왔어요. 완전 좋았아요. 내년에 또 가고 싶을 정도로요."

    일주일간의 백팩 캠핑을 다녀와서 오래간만에 존을 만난 미자는 기분이 들뜨고 있는 것을 느꼈다.
    간만에 다시 만난 그는 다시 봐도 잘 생겼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참 좋아지는 잘 생김이었다.

    "그럼 갈까요?"

    선셋비치에서 밴쿠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야외 콘서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미자가 제안을 했던 데이트였다.
    아이를 키우며 살던 때의 미자는 주차가 힘든 밴쿠버 다운타운쪽에서 있는 이런 이벤트를 다녔던 적은 별로 없었다.
    아마 아이가 어릴때 경험삼아 한두번? 그러고는 그게 다였다.
    하지만 워낙 음악회나 콘서트 공연등을 보러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가 공짜라는 이런 멋진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고
    존의 집 주위에 있는 이벤트라 존의 집에 주차를 하면 되니 그것도 참 좋았다.
    존은 이래저래 참 완벽한 연애 상대였다.

    "존은 이 콘서트 와 본적 있어요? 작년에도 했었다고 하던데..."
    "아니요. 처음이어요. 미자씨 덕분에 와 보네요. 미자씨 아니면 집에서 게임만 하고 있었을 텐데 말이지요.. ㅎㅎ"
    "저도 선셋 콘서트는 처음이어요. 존 덕분에 와보네요. 함께 와 줘서 고마워요."

    이혼을 하고 뭐든지 혼자 잘 즐기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을 했던 그녀라 혼자도 하고 싶은 건 다 하려고 했던 미자였지만
    존과 이런 저런 것들을 함께 하며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즐기는 것이 혼자 즐기는 것 보다 훨씬 로맨틱하고 행복하다는 것을
    새삼 깨닳고 누리고 있는 그녀였다.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며 근사한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들으며 잔디에 깔아둔 돗자리위에 앉아서 그에게 기대어 있는
    그 순간이 꼭 어느 영화의 한 장면같이 느껴져 현실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 그녀였다. 그냥 너무 행복했다.

    "집에 가서 와인 한잔 할래요?"
    콘서트가 끝나고 존의 집으로 걸어가며 그가 물었을때 그걸 거절할 이유를 찾을 수 없는 미자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원하던 대학을 들어간 그녀의 아이는 여름방학을 맞이해서 한국과 일본으로 친구들과 배낭여행을 가고 없었던 것이다.
    그녀가 집에 빨리 들어가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는 그런 주말이었다.

    "좋아요. "

    존의 거실 소파에 앉아서 유튜브 채널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서 셋팅을 하고 존이 들고 오는 트레이를 받아들며 그의 취향에 새삼 감탄했다.
    맛있는 와인과 그에 어울리는 치즈와 크래커 그리고 쵸코렡까지 그의 취향은 그녀의 것과 비슷해서 참 마음에 들었다.
    특히 그녀가 좋아한다고 스쳐가듯 이야기 한것도 쵸코렡도 딱 그 브랜드로 다 사두고 있는 그였다.
    혼자사는 남자가 이런 것 까지 준비해 두고 산다는 게 존이 게으른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연애가 일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그가 어떤 일상을 사는 사람인지도 지켜보던 그녀였기에 존이 살림을 사는게 몸에 베인 남자라는 것이
    참 좋은 미자였다.

    미자는 남자가 혼자살기 귀찮아서 청소와 밥을 해 줄 여자를 찾고 있는 그런 남자는 싫었던 것이었었다.
    그리고 살림은 하지 않던것을 하려면 얼마나 힘이 든지를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에 살림이 몸에 베인 사람을 만나고 싶었는데 존이 딱 그런 남자였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 이야기 좀 해 줘요. 어땠어요?"
    "완전 너무 좋았어요. 내년 여름에 또 가고 싶을 정도로요. 다음엔 어떤 준비를 어떻게 하고 가면 되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고 초보를 위해서는
    전체 코스말고 중간에서 시작해서 북쪽만 하는 코스를 해봐도 좋겠다 그럼 더 자연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무엇보다 그 코스를 16번 왕복했다는 분들이나 매년 온다는 분들도 만났었는데 그분들이 왜 그러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었어요.
    정말 세계적으로 유명한 트레일이 사는 곳에 있다는 게 뿌듯할 정도로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을 많이 만났었어요.
    같은 캐네디언도 중부나 동부에서 온 분들을 정말 많이 만났어요. 다들 그 트레일이 힘든 트레일이라 훈련과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고 했는데
    사실 비씨주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냥 평균적인 트레일이었어요. 그런데 그런 말이 많은 이유는 중부나 동부 사람들은 이런 산이 없어서 이런 산행에
    익숙하지 않고 바닷가에 살아본적이 없어서 이 바닷가 트레일이 유명한 거구나 싶었어요. 우린 정말 좋은 곳에 사는 복받은 사람들인거 같아요.
    내년 여름에 혹시 같이 가 볼래요?"
    "그러고 싶네요. 내년 여름에 생각해 봐요."

    맛있는 와인과 치즈, 크래커에 얼마전 다녀왔던 트레일에 대한 이야기를 신나게 하며 마시고 있던 그녀는 어느 순간 그녀가 평소 주량 이상을 마셨음을
    알게 되었고 운전을 해서 집에 가지는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 자고 가도 되요?"
    알딸딸하게 기분좋게 취한 그녀는 취하면 잠이드는 스타일이었다.
    "ㅎㅎ 그래도 되요. 미자씨 하고 싶은 대로 해요."

    그녀 마음대로 하라는 그의 말에 홀린듯 그녀의 입술을 그에게 가져갔다.
    부드럽게 그녀의 입술을 받아주는 그의 입술이 참 따뜻하고 달콤했다.

    멈칫 멈칫 하면서도 용기를 내는 그녀의 손길을 따뜻하고 차분하게 기다려도 주며 리드도 하며 그는 그렇게 그들의 첫밤을 맞아들이고 있었다.

    "제발 나와 자고 나서 나한테 실망하지 말아요.... "
    "절대로 그런 일 없어요. 쓸데없는 걱정하지 마요.. 그냥 미자씨 하고 싶은 대로 해요.... "

    서툰 손길로 그의 셔츠의 버튼을 풀며 없는 용기까지 다 끌어내어 스스로가 가진 두려움에 맞서는 중인 그녀였다.


    "쉬.... 괜찮아요..."

    설움에 복받친듯 터져나오는 울음을 쉽게 멈추지 못하는 그녀를 어린 아이를 달래는 엄마처럼 조심스레 안고 있던 그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가 느끼는 그 복잡 미묘한 감정을 모두 설명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그녀는 일단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본 감정이었다. 남녀가 사랑을 나눈다는 것이 이렇다는 것을 그녀는 경험을 해 본적이 없었다.
    그녀에게 남녀가 사랑을 나눈다는 것은 마냥 아프고 힘들고 싫은 것이었다.
    책이나 영화에서 보았던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사랑을 나눈 다는 것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그냥 눈물이 났다.
    기뻐서라든지 행복해서라는 감정도 있었겠지만 왠지모를 복받쳐 오는 설움에 회한의 감정도 섞여 있는 눈물이었다.

    지난 20년의 세월을 그녀의 탓이라 생각하며 살았었다.
    전남편과의 잠자리가 너무도 힘이 들었고 싫었던 그녀는 전남편의 말처럼 그녀의 문제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의 외도도 받아들이고 살았다.
    늘 그는 그가 바람을 피우는 이유는 그녀때문이라고 말했었다.

    전남편은 늘 그녀에게 자신의 인생에 사랑은 미자 하나밖에 없다고 했다. 미자는 삶의 동반자이자 그의 아이의 엄마로서 최고의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자로서의 그녀의 문제로 그가 바람을 피우게 되는 것이 그도 안타깝지만 기다려 달라고 했었다.
    그가 나이가 들어서 성욕이 없어지고 나면 더 이상 바람은 안피지 않겠냐며 그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했었다.
    그녀의 문제라고 그녀에게 문제가 있어서 남편이 바람을 피고 남편의 육체적인 사랑을 받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세월들이었다.

    책이나 영화에서 말하는 사랑하는 사람사이의 멋진 그런 일은 그녀의 문제로 그녀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 생각하며 살았던 세월이었다.
    무엇보다 더는 못 참겠다 이혼을 결심하고 전남편의 되풀이되는 외도로 한 이혼이었지만 그 외도의 원인이 그녀라는 생각에
    아이에게 늘 죄인이라는 죄책감에서 쉬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녀였다.

    그런데. 아니었다.

    존과의 잠자리는 그녀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고 남자한테 육체적인 사랑을 받는 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 주었다.

    그녀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미자는 존과의 잠자리가 좋았다는 기쁨보다 더 복잡한 심경으로 터져나온 눈물을 쉬이 멈출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저런 너무도 많이 밀려오는 여러 생각들에 머리가 복잡해지는 미자였다. 하지만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묻어버리고
    그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라도 알게 되었다는 것에 너무 감사한 그녀였다.

    "괜찮아요. 그리고 고마워요.... "

    그렇게 잠자리를 하고도 미자를 사랑한다고 이야기 하지 않는 존이 참 고마웠다.

    그는 그녀가 했던 이야기들을 다 기억하고 조심하며 배려해 주는 남자였던 것이다.

    그를 만나고 얼마되지 않았을때 미자는 그에게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했었다.
    그녀는 행동이 따르지 않는 그 말을 너무도 많이 들었었기에 사랑한다는 말은 그 자체는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그냥 그녀가 그의 사랑을 느끼게 해달라고 했었다. 존이 말로 하지 않아도 그녀가 느끼면 그게 사랑일꺼고 존이 아무리
    사랑한다고 말을 하더라도 그녀가 그렇게 못 느끼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도 이야기 했던 그녀였다.

    다른 남자라면 혹은 책이나 영화에서 본 장면으로는 이럴때 남자들은 사랑한다고 이야기를 해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자는 존과 그런 이야기를 하기에는 이밤의 행위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도 잘 안다.

    미자가 알고 있는 사랑은 내가 가진 모든것을 다 주고 싶을 만큼 아니 그럴 수 있는 희생이 따르는 것인데
    그녀는 그에게 그녀가 가지고 있는 것을 다 주고 싶은 생각이 없고 그의 것을 다 가지고 싶은 생각도 없다.
    무엇보다 그녀의 재산은 그녀 아들의 것이라 생각하기에 더욱 그럴 수 없었다.
    그러니 그들의 이 감정은 미자가 알고 있는 그 숭고한 사랑이 아닌 그냥 두 남녀 사이에 끌리는 감정,욕정 뭐 그런 것 이었으리라.

    그러기에 그가 여기서 사랑한다고 사랑의 무게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날리는 그런 가벼운 사랑을 이야기 하는 남자가 아니라서 좋았다.
    그 또한 그 단어의 무게를 신중하니 받아들여주는 것 같아서 좋았고 그녀와 한번 더 자보기 위해 사랑을 파는 그런 남자는 아니라서 좋았다.

    20대의 미자는 이 사람과 함께 하고 싶고, 자고 싶고, 모든 순간을 함께 하고 싶어하는 이런 감정이 사랑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18년의 결혼생활과 이혼을 통해 아이를 혼자 키우며 그녀가 알게 된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사랑해도 사랑이 생활이 되면 변질이 되었고 사랑이라는 말 하나로 사람을 얼마나 구차하게 만들 수 있는 지도 알게 되었고
    행동과 책임이 따르지 않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 어떤 상황에도 변하지 않는 사랑이라는 것은 그 상황이 되어봐야
    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예수님의 사랑만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성경에서 이야기 하는 사랑을, 고린도 전서에서 말씀하시는 사랑을 실천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스스로를 죽여가며 희생하며 뼈를 깍는 고통으로 참으며 주님께 매달리며 살아봤던 미자라서
    몇달을 혹은 몇년을 만났다고 연애를 했다고 사랑을 논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아는 그녀였다.

    그래서 사랑한다고 이야기 하지 않고 그냥 온 몸으로 느껴지게 꼬옥 안아주고 있는 그가 너무도 좋았다.

    <script async src="https://pagead2.googlesyndication.com/pagead/js/adsbygoogle.js?client=ca-pub-5127668932683022"
         crossorigin="anonymous"></script>

    '73년생 이혼녀 미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73년생 이혼녀 미자 -20 (완결)  (20) 2020.04.28
    73년생 이혼녀 미자 -19  (1) 2020.04.27
    73년생 이혼녀 미자 - 17  (2) 2020.04.23
    73년생 이혼녀 미자 -16  (0) 2020.04.22
    73년생 이혼녀 미자 -15  (2) 2020.04.21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