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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 아기를 봐주며...
    작은 나눔 2017. 1. 16.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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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에서는 아기가 어려도 베이비시터를 쓰고 엄마 아빠가 데이트를 하러 가는 일이 흔한일인데요.

    물론 한국 사람들은 그렇게 잘 하지를 못합니다.


    베이비시터를 쓰는 돈도 부담이지만 아기를 남에게 맡기는 것을 쉽게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저희 동네에는 친정과 시댁이 다 밴쿠버가 아닌 가정이 많은데요..

    그런 가정일 수록 어린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별로 없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근처에 사시지 않는 이상 그럴것 같은데요...^^


    예전에 제가 우울증으로 힘들어 했던 이야기를 썼던 적이 있습니다.

    http://firststepscanada.tistory.com/entry/응팔은-유토피아


    제글을 보시고 산후우울증으로 너무 힘들어 하고 있던차에 제 글을 읽었다면서  한번 만나주면 안되겠냐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바로 약속을 하고 만났던 엄마와 아기가 있었는데요.


    생후 2개월된 아주 예쁜 딸을 데리고 있던 초보엄마는 산후 우울증으로 너무 힘들어 하고 있었습니다.

    산후 우울증...  경험을 안해보신 분들께는 설명조차 어려운...

    하지만 당사자는 너무너무 힘든...  


    다른 사람들은 멀쩡히 아이 낳고 잘 키우는데 너는 왜 그래? 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라 더 힘든..

    그리고 아기가 한창 엄마의 손을 필요로 할때라 힘들어 하는 엄마는 충분히 아기를 잘 돌볼 수 없어서 가족이 더 도와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은데요


    그 엄마에게 아기를 데리고 저희 집으로 오라고 해서 초보 아빠도 함께 오라고 해서 

    산후우울증이 얼마나 힘든 일일지 하지만 많은 여성들이 겪고 있는거고 아빠도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이해하고 도와주라고

    차 한잔 하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한참을 아기를 봐주며 엄마가 좀 쉬게 해 주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그때 부터 제가 제안을 했던 것이 한번씩 힘들면 나한테 아이를 맡기고 둘이 기분 전환도 하고 데이트도 하고 하라는 거였는데..


    상태가 많이 안좋았던 아기 엄마는 결국 친정엄마가 계신 한국으로 가는 결정을 하였고 마침 재택근무가 가능했던 아기 아빠도

    함께 한국으로 갈 수 있어서 아기와 온 가족이 한국으로 갔는데요...

    우울증 약을 처방받고 잠을 좀 잘 수 있게 된 엄마는 6개월 정도를 한국에서 지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가끔 얼굴을 보는 사이가 되었고 저희 교회 성경공부나 그 뒤 모임에 함께 하는 사이가 되었구요...


    몇일전 톡이 왔습니다.

    이번주 금요일 아기좀 봐주실 수 있으세요?  공짜 영화표가 생겨서요...


    그래서 성경공부가 있는 시간이었지만 제가 성경공부를 빠지고 아기를 봐주겠다고 데리고 오라고 했습니다.


    성경공부를 가고 싶었지만 늘 하는 공부보다는 이웃을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아기는 금요일 저녁 우리집에 오고..평소에도 가끔 봤던 사이라 아기는 칭얼대지 않고 저랑 잘 놀아주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라는 말이 생각이 났습니다.  정말 공감하는 말이거든요...


    제가 어린 아들을 키울때 남편없이 혼자 밴쿠버에서 키우며 얼마나 힘들었던지를 기억하니까 더 쉽게 다른 집 아이

    키우는 일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었던듯요.


    제게는 어느날 저녁 5시간의 일이었지만 그 시간이 그 엄마와 아빠에게는 얼마나 달콤한 휴식이었을 지를 너무 잘 아니까요..


    혹시라도 산후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초보 엄마가 이글을 읽으신다면 주저말고 도움을 청하세요 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혼자 이겨내려고 애써본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남들이 쉽게 이기던데 한다고 해서 나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으니요..

    꼭 병원 가보시라고 말씀 드려요.


    주변에 어린 아가를 키우며 삶에 허덕이고 있는 가정을 본다면 가끔은 내가 애 봐줄께 둘이 데이트 할래?

    라고 권해보세요.


    한국 어머니들은 특히나 신세지는 것을 어려워하고 자기 아기를 자기가 쉬기 위해서 남에게 맡기는 것을 쉽게 생각하지

    않는데요...

    아기를 위해서도 어머니를 위해서도 그리고 부부관계를 위해서도 그런 시간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아기 봐줄께 부부는 데이트 할래?  라고 말을 건네놓으셨는데 혹시 애 봐주실 수 있으세요? 하고 어느날 연락이 온다면

    다른 중요한 약속 아니면 시간을 내어 주세요..   

    그렇게 부탁을 하기까지 그 엄마도 많이 망설였을 테니요...^^


    저도 이 엄마가 그런 부탁을 결심하기까지 일년의 세월이 걸린걸 보다보니... 흔쾌히 그래~ 라고 할 수 있었던듯요.


    간만에 아기를 보다보니 저도 너무 행복한 시간 보내었네요...


    오늘도 더 행복한 하루 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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