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눈이 펑펑 오는 날 혼자 하는 스노슈잉
    캐나다 (Canada)/광역벤쿠버 즐기기 (Vancouver) 2019. 2. 26. 06:00
    728x90

    몇일동안 내린 눈으로 트레일에 눈이 많이 쌓여 있을 것 같아서 주말에 빈둥빈둥 누워있어야지 했던 몸을

    힘껏 떠밀어서 나왔습니다.

    먼 거리에 있는 트레일이면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제가 많이 게을러서 운전을 안 좋아하거든요.

    미국 캐나다 대륙횡단 로드트립까지 한 사람이 하기엔 좀 웃긴 이야기이긴 하지만요.

    집에서 차로 3분거리에 있는 트레일이라 이미 다 준비되어 있는 가방만 들고 나가면 되는 거라 결정이 쉬웠습니다.

    혼자 하는 스노슈잉이라 음악이나 책을 들으며 하고 싶어서 몇년전 생일날 아들이 선물해준 이어폰을 가지고 갔었는데요.

    잃어버리고 온 것이 안타깝지만 좋은 스노슈잉이었습니다.

    왜 그걸 주머니에 넣고 가서 어디서 떨어뜨렸는지 기억도 못하고 혹시 떨어뜨렸다 하더라도 많이 내린 눈들이 소복이

    덮어버려 찾을 수 없겠지만 아들의 선물이기에 좋아했던 거라 참 많이 속이 상하기는 한데요.

    찾을 수 없게 잊어버린 무언가라면 이 미련은 빨리 떨쳐낼 수록 좋은 거겠지요.

    눈이 녹은 그 트레일을 다시 찾은 어느날 우연히 다시 찾을 수 있다면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집에서 나설때는 눈이 오지 않아서 갔었던 스노슈잉이었는데요.

    중간에 눈이 펑펑 내려서 더 멋졌었습니다.

    그럼 눈의 왕국으로 함께 가 보실까요?

    전날 내린 눈으로 나뭇가지에 눈꽃이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다행이 주차장까지는 차 한대가 갈 정도는 눈이 치워져 있어서 주차장까지 들어갈 수 있었는데요.

    주차장 자체는 눈을 치워두지 않아서 주차하는데 약간 애를 먹었습니다.

    그래도 많은 차가 올것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싶었네요.

    제 앞에 차가 두대가 더 와 있어서 혼자는 아니겠구나 싶어서 안심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혼자 하는 스노슈잉에 혹시나 무슨 일이 있을까봐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놓고 시작을 합니다.

    혹시 3시까지 나한테서 문자가 없다면 경찰에 신고해죠, 난 이글마운틴 사이프러스 호수 트레일로 산행가. 하고 말이죠.

    앞에 막혀있는 저 게이트 보이시죠? 이곳이 트레일의 시작입니다.

    인증샷!  화장도 안하고 나섰는데 화장을 하나 안하나 사진에 표가 안 난다는 것은 좋은 일일까요? 슬픈일일까요?

    제 앞에 누군가가 스노슈잉을 하고 계시네요. 소복이 쌓인 눈위로 나 있는 흔적이 괜한 안심을 줍니다.

    다른 이의 흔적 위에 저의 스노슈즈를 가져다 놓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앞을 걸어간 이 발자욱이 주님의 발자욱이고 이것만 따라가며 살면 되는 내 인생 참 편하구나...

    누군가 길을 내어 놓지 않은 눈길에 길을 내어가며 스노슈잉을 하는 것은 힘이 더 드는데요. 이렇게 먼저 간 사람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가면 눈이 이미 어느정도 다져져서 힘이 덜 드는데요.

    이런게 주님의 한걸음 한걸음 인도를 따라 걷는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주님의 인도가 늘 이렇게 선명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갈림길이 나왔는데요.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기도 전에 발걸음이 오른쪽 오르막으로 갔으니 그대로 따라갑니다.

    물론 얼핏 보기에도 왼쪽길이 더 경사도 없고 편한 길처럼 보이는데요.  그래도 내 앞을 인도하는 발걸음이 오른쪽으로

    갔으니 그대로 따라갑니다.  오르막입니다.  좀 더 힘들겠지요. 하지만 그 만큼 저에게 운동이 되고 또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길이 되겠지요. 그냥 별 다른 계산없이 따라갑니다.

    이런 날 스노슈잉을 온 사람이라면 트레일을 잘 아는 사람일것이고 저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며 산행을 하고 있을 것이니

    믿고 따라가 봅니다.

    인생에 어려움이 닥쳐도 그렇게 생각해 봅니다. 나보다 더 큰 그림을 보시고 그리시는 분인 주님이 허락하신 어려움이니 

    이 어려움의 끝이 내가 생각지도 못한 축복일꺼라는 기대감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것, 뭐 그런것과 비슷한거죠.

    눈의 무게에 나무가지들이 축 쳐져 있습니다.

    이런 나무들 사이로 나있는 발자욱. 다른 생각 안하고 한발 한발 열심히 따라가 봅니다.

    그러다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눈을 즐기기 위해서 온 것이니 그저 신이 납니다.

    눈이 정말 많이 왔죠? 여전히 오고 있습니다.

    이런 겨울에 이런 산행은 곰이 무섭지는 않은데요. 곰들은 자고 있을 꺼라.  문득 쿠거가 떠올랐습니다.

    혹시 배고픈 쿠거가 저를 본다면 그건 문제가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든 순간 엄청 무서워지기도 했었는데요.

    순간 알수없는 불안함이 저를 덮칠때 기도를 합니다.

    믿고 매달릴 곳이 있다는 것은 삶의 여러순간에 위안이 됩니다.

    그 기도의 끝은 항상 이렇게 되거든요.  제가 쿠거를 만나기를 원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주님의 뜻이라면 뭐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렇게 마음이 차분해지고 나면 다시 또 열심히 스노슈잉을 즐기게 됩니다.

    살면서 문득 불확실한 미래나 이런 저런 생각들로 걱정이나 불안이라는 감정이 불쑥 찾아들때가 있잖아요.

    그럴때면 마음에 안정을 잃고 평소에 평안이 흐트러지곤 하는데요. 그럴땐 기도가 최고인것 같습니다.

    주님 뜻대로 하소서 하고 기도를 하고 모든걸 내려놓으면 참 편안해 지거든요.

    걱정을 한다고 일어날 일이 안 일어난다면 다들 걱정하며 살겠지요?

    그리고 살다보면 일어날 일 보다 안 일어난 일을 걱정하며 사는게 얼마나 많은가요?

    부정적인 생각은 끊임없이 머리에서 쫒아내면서 삽시다. 긍정적으로 살기에도 짧은 시간이니요~

    올 겨울은 정말 눈이 별로 없어서 눈다운 눈 구경은 못하고 겨울이 가나보다 했었는데.

    2월 중순에 제대로 눈 구경을 합니다.

    그것도 하와이를 다녀와서 즐기는 눈 구경이 왠지 하와이 여행이 꿈이었나 싶은 생각을 하게 해 줍니다.

    눈꽃들이 너무 예쁘지요?

    종종 사람들이 벤쿠버는 지루한 천국이고 할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하는데요.

    저에게 벤쿠버는 정말 멋지고 다이나믹하고 재미있는 천국입니다.

    집에서 차로 3분거리에 이런 멋진 트레일이 있는 도시가 얼마나 될까요?

    어디에서든 어떻게 살기 나름인것 같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요~^^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