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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이니까 가능한 이야기 - 동백꽃 필 무렵
    한국(Korea)/서울 (Seoul) 2019. 11.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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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꽃 필 무렵을 너무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아니 보고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이 드라마를 내가 동백이인양 내 아들이 필구인양 재미있게 또 가슴아프게 보고 있습니다.


    저 동백이와 필구가 캐나다에서 살았다면 저런 드라마는 나오지 않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국을 벗어나서 다른 나라에 살면서 보이는 것들입니다.


    한국이 얼마나 사람의 인생을 여러모로 힘들게 하고 스트레스 주는 나라인지 하는 것이요.


    한국에서 오랜시간동안 여러군데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미혼모와 그 자식들이 겪는 사회적 편견과 시선들

    그 힘든 삶에 대해서는 조금 더 알고 있는데요.

    미혼모 보호시설이나 입양기관에서 자원봉사를 할때는 그런 선택을 한 그녀들이 그냥 안타까웠고

    이 험한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려고 저런 길을 들어서나 걱정스러웠는데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들을 위해 요리해주고 기부금 모아서 전달해주고 아이 봐주고 하는 것 밖에 없어서

    그런 일들을 했었는데요.


    캐나다로 돌아와서 주위의 친구들의 미혼모 딸들을 보며 미혼모로 자식을 키워낸 친구들을 알게 되며

    캐나다라는 사회가 미혼모와 그 자녀를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있는 지를 직접 옆에서 지켜보며

    한국같은 그런 시선이 없는 사회에서의 미혼모의 삶은 한국과 얼마나 다를 수 있는 지를 보며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이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러다 그런 일을 직접 경험하게 되는 일이 생겼는데요.


    제가 이혼을 했습니다.


    한국에서 살때 이혼을 결정해서 당시 중2였던 아들에게 이혼한다고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때 아들은 친한 친구들에게 우리 엄마아빠 이혼하신데라는 이야기를 했고 친구들은

    "앞으로 너 어떻게 하냐..."  하며 같이 엄청 울었다는데요.


    친구들의 반응을 보며 아들은 더 무섭고 걱정스러웠었다고 나중에 이야기를 해 주더군요.


    그렇게 한국에서 이혼을 아들에게 이야기하고 한달이 안되어서 아들을 데리고 캐나다로 돌아왔었는데요.


    캐나다에 와서도 아들은 친구들에게 엄마아빠가 이혼을 하신다는 이야기를 했고

    이곳 친구들의 반응에 아들은 무척 놀랐었다고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같이 울면서 너 앞으로 어떻게 하냐며 걱정해주던 한국 친구들과 달리 캐나다 친구들의 반응은


    "그래서 뭐?  "   하며 너무도 쿨한 반응에 아무도 부모님이 이혼을 한다고 이야기 하는 아들을 걱정해 주지 않더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냥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그런건 별일 아니라는 듯이 그리고 그 일이 너의 인생에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듯이

    신경도 안쓰고 그냥 같이 노는 친구들을 보며 아들은 저의 이혼에 대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었다는데요.

    그리고 아들도 조금은 더 쿨하게 이혼의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물론 이혼의 상처는 깊게 남았습니다만...)


    동백꽃이 필 무렵 드라마를 보면서

    까불이가 동백이를 노린다는 것을 알게된 동네 주민들이 하나가 되어 동백이를 지키려고 하는 것을 보면서

    왜 진작 저래주지 못했을까?  그럼 동백이의 삶은 훨씬 스트레스가 덜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였고


    엄마의 결혼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필구를 보면서

    필구가 캐나다에서 자랐다면 저런 스트레스는 덜할텐데 라는 생각을 했네요.


    옛날에 읽었던 기사중에는 프랑스의 아이들은 이혼한 부모의 재혼을 선물을 줄 조부모님이 늘어나는 것으로

    받아들이며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읽었던 적이 있는데요.

    그런것 처럼 한국도 이혼한 부모의 재혼을 혹은 미혼모의 결혼에 대해 긍정적 시선으로 바라보며

    받아들이는 문화였다면 필구가 저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을까 하는 생각을 했네요.


    아이의 엄마로 살겠다고 총각인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결정을 한 동백이를 보면서도

    싱글맘과 총각의 결혼이 아무렇지 않은 캐나다에서 살았다면 동백이도 저런 결정을 하지는 않아도 될텐데 라는 생각을 하며...


    한국 사회가 개인에게 주는 스트레스가 캐나다에 비해 얼마나 많은지를 본의아니게 비교해서 보게 되면서

    이런 드라마를 보며 사람들이 동백이나 필구와 함께 우는 것으로 끝날것이 아니라


    미혼모나 싱글맘과 그 자녀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편견이 바뀌었으면 좋겠라 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럼 필구 같은 고민과 아픔을 가질 아이들이 얼마나 많이 줄어들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친구가 한국에서 한국의 가을이라며 사진들을 보내주었습니다.

    이런 사진을 받으면 한국이 너무너무 그리운데요.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조금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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