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남자친구 여동생에게 차를 빌려주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 2022. 5. 18. 06:00
    728x90

    작년 11월에 작성한 글...

    제가 한국에 가 있는 동안 주차장에서 쉬고 있을 제 차를 남자친구 여동생에게 빌려주었습니다.

    몇일전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남자친구 여동생이 차를 사기 위해 보고 있는데
    아직 마음에 드는 차를 발견하지 못해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이 되어서
    제가 먼저 그럼 제가 없는 동안 내차를 타고 다니라고 제안을 했습니다.

    보험료를 알아보니 제가 내고 있는 금액에 추가 운전자로 포함을 시키는 거라 그리 많은 금액도
    아니어서 제가 내주고 제 차를 타라고 빌려주었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겨울에 오토바이를 타고 출 퇴근을 할 여동생이 걱정이 되어서 였는데요.

    혼자 속으로 그런 결정을 하고 저녁에 남자친구에게 이야기를 하니 반응이 별로 입니다.

    남친: 왜 당신 차를 그 아이에게 빌려주겠다고 해요?
    나 : 이 추운 겨울에 오토바이를 타고 비를 맞으며 출 퇴근을 하는게 너무 힘들것 같아서요.
    남친 : 어차피 그 애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던 애이고 그 아이의 결정인데 그 아이가 결정해서
    겪고 있는 고통을 당신이 굳이 덜어주려고 할 필요가 있을까요?
    나 : 어차피 나 한국에 간 동안 주차장에 있을 차라서 좋지 않을까요?
    남친 : 글쎄요. 당신 차고 당신 결정이니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남자친구의 떨떠름한 반응을 보고 나니 좋은 일을 하려고 한다며 칭찬을 받을꺼라 기대를
    했던 제 마음이 바람이 빠지는 풍선마냥 쭈그러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내가 왜 이러려고 할까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사람의 여동생이라 내것을 당연히 나누며 시댁을 챙기던 습관이
    남아있어서 나도 모르게 여동생의 상황을 살피게 되었던 것은 아닌지.
    이 여동생이 내 남자친구의 여동생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나는 이런 제안을 선뜻 하려고 했을지,
    남자친구와 둘만 연애를 한다고 생각했을때는 여동생까지는 챙기지 않았었는데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보니 무의식중에 당연하다는 듯이 여동생을 챙기는 결정을 한건 아닌지...

    여러가지 일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을 재보지도 않고 선뜻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남자친구의 여동생이고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감수를 해야 하는 내 가족의 일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닌지 그리고 무엇보다 남자친구한테 그런 기특한 생각을 해 주어서 고맙다라는
    칭찬을 받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남친의 반응을 보며 이건 뭐지... 하게 되었네요.

    그 뒤 여동생과의 차 문제로 이야기 하는 동안 전혀 관심을 주지 않는 남자친구.
    차를 세차를 하고 정리를 해서 여동생에게 차 열쇠와 함께 차를 넘기고 나니
    한마디 합니다.

    "내 여동생에게 차를 빌려줘서 고마워요. 나중에 당신에게 복잡한 일이 생기는 일은 없길 바래요. "

    이 남자친구와 사귀면서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며 이 사람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는 것 같은데요.
    자라온 문화가 달라서 서로의 행동이나 생각이 예상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은 우리.
    그런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하기 위해서 참 필요한 상황들이다 싶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사람은 이렇게 행동을 하는 구나를 보며 상대를 알아가는 것.
    그게 연애구나 하는 것도 이 사람과 처음 해 보네요.

    남친에게 사랑받기 위해 여동생에게 차를 빌려주고 싶었던 나는 내가 남친의 여동생을
    챙기든지 안 챙기든지 남친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이번 일의 수확이라면
    수확이고 무엇보다 제 안에 아직도 내가 이렇게 하면 나를 더 사랑해 줄껀가요? 라고
    생각을 하며 행동하게 하는 어린아이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자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18년 결혼생활 중 경제적으로 부족한 집안 종손 맏며느리로 살면서 시댁의 사촌 조카들까지 챙기며 살았었습니다.
    두명의 시 사촌들을 어학연수를 시킨다는 명목으로 캐나다에서 데리고 살기도 했었지요.
    가끔은 과하게 챙겨서 그 스트레스와 뒷감당에 참 힘들어 했던 시간들도 많았었는데요.
    이혼을 하며 이제는 그런 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참 홀가분 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연애가 길어지다 보니 나도 모르게 다시 남친의 가족들을 챙기고 있었나봅니다.

    이번 경험에서는 옛날 시댁에서 했던 경험들과는 다른 경험을 해 보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때의 마음과는 다른 마음으로 하는 착한일이기에...

    누구에게 사랑받기 위해 하는 착한일은 그 사람의 사랑을 받지 못했을때 내게 힘듦만
    가져다 주었고 그게 진정한 착함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으니요.
    그리고 나의 착함을 그들의 당연한 권리인양 받던 사람들과 이 여동생은 다른 사람이니요.

    이렇게 또 인생을 살아갑니다.

    아무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안 생길 인생에서...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