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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제목이나 줄거리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그냥 그 음습한 마음 풍경과 너무도 진해서 도저히 알아듣기 힘들었던 스코틀랜드 악센트의 영화가 떠오르는 연극이었다.
주인공이 누구였는지 어떤 내용이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냥 그 찐한 스코틀랜드 어촌의 사투리가 영상과 함께
너무도 진하게 뇌리에 박힌 이미지. 딱 그 이미지 같은 연극이었다.
아마도 한국에서 자고 나란 50대의 나도 알아듣기 힘든 옛날 어촌 사투리의 대사들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나라 말이 저랬구나 싶을 정도로 사전을 들고 혹은 나중에 대본집을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연극. 요즘 한참 이상의 소설 전집을 읽고 있다는 아들 생각이 났다.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아서 사전을 들고 읽다보니 진도가 너무 안나가요. " 라던 아들.
하지만 그 대사들이 글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 색채를 더욱 진하게 느끼게 해 줄 뿐이었다.
연극을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배우들의 연기 연출 무대까지 어느것 하나 흠 잡을 곳이 안보이는 진짜 좋은 연극이었다.
곰치의 고집을 보며 요즘도 비슷한 풍경을 본다 싶었다.
AI세상을 거부하며 옛날 방식으로 일을 고집하는 곰치같은 어른은 요즘도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짙은 여운을 남기는 참 좋은 연극 한편.
내 삶의 한 순간이 참 풍성해지는 느낌이 좋았다.
혼자 연극을 보러 갔는데 내 왼쪽에도 혼자 온 여자분 내 오른쪽에도 혼자 온 여자분이었다.
혼자 삶을 잘 즐기는 여자들이 많아진 것 같아서 좋은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