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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 아기 봐주기
    이런 저런 이야기 2021. 6.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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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신했을 때 부터 알고 지내고 있던 근처에 사는 엄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언니, 죄송한데 혹시 이날 시간되시면 아기 좀 봐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병원을 가야하는데 아이를 데리고 갈 수가 없어서요.
    남편도 휴가를 내기 힘든 날이라고 해서 혹시 언니가 봐주실 수 있을까 해서 전화드려봐요."

    출산을 했을 때도 제가 미역국을 끓여 병원으로 가져갔었고 퇴원을 하고 집으로 왔을때도 그 신생아보는 것을 도와주러 제가 갔었던
    인연으로 그 아기를 아주 예뻐하는데요. 코비드로 자주 보지 못해서 늘 사진으로 잘 크고 있다는 것을 보고 있어서 이런 기회가
    왔다는 것에 신이 났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아기보는 것을 정말 좋아했는데요. 초등학교때도 늘 문간방에 세들어 사시던 신혼부부들의 아기를 봐주고는
    했었으니요. 커서도 늘 한국에서 하는 자원봉사는 고아원이나 입양기관에 가서 아기 돌보기였는데요.
    https://godsetmefree.tistory.com/entry/오래-기억될-베이비박스에서의-하룻밤

    오래 기억될 베이비박스에서의 하룻밤...

    평소에 베이비 박스에서 자원봉사를 정기적으로 하지는 않는데요... 정기적으로 봉사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인데요.. 그래서 그냥 일손이 딸리실때 전화를 주시면 가서 도와드리는 식인

    godsetmefree.tistory.com

    친정도 시댁도 근처에 살지 않는 엄마가 남편과 둘이서 어린 아기를 키우는 것이 참 대견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아기를 봐달라는
    부탁에 선뜻 달려갈 수 있었습니다.

    "언니, 평소에 제 껌딱지인 아기이고 저와 떨어지는 것이 처음이라 언니가 많이 힘드실꺼에요. 제가 어디가고 남편 혼자서 아기를 봐도
    많이 칭얼거린다고 하는데... 죄송해서 어떻게해요? 혹시 애가 울면 영상통화라도 하게 해 주시구요. "
    이런 저런 걱정의 말을 늘어놓으며 준비물이나 어디에 뭐가 있는지를 알려주는 엄마를 보며 저는 마냥 느긋할 수 밖에 없었네요.

    "내가 알아서 할테니 걱정말고 잘 다녀와. 혼자 다운타운 나간김에 근사한 카페에서 느긋하게 차 한잔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먹고,
    쇼핑도 좀 하고 즐기다가 와. 애 걱정은 하지 말고" 라고 하며 애 엄마의 불안한 마음을 덜어주고 싶었지만 애를 키워본 엄마로서
    지금 이 엄마의 심정이 너무도 이해가 가기에 그 엄마의 걱정어린 이야기를 계속 그냥 듣고만 있었네요.

    아이의 아침을 먹이는 동안 아이 엄마는 나가고 다행히 아기는 엄마가 나가든둥 말든둥 관심없이 열심히 아침을 먹어주었는데요.
    뭘 잊어버리고 갔었는지 잠시뒤에 다시 들어오는 엄마를 보고도 그리고 챙겨서 다시 나가는 엄마를 보고도 아기는 별 반응없이
    잘 먹고 저의 노래와 손동작을 보며 웃어주며 잘 있었습니다.
    아마 애 엄마가 놀라기도 하고 안심하기도 하며 집을 떠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엄마와 애착관계 형성이 잘 된 아기들은 돌이 지나고 부터는 엄마가 눈에 안 보여도 다른 사람과 있다면 그리 크게 불안해 하지는
    않는데요. 엄마가 다시 돌아올 꺼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런면에서 이 아기와 엄마의 애착관계가 잘 형성이 되어 있는 것 같아서 애기 엄마가 열심히 키웠구나 싶었는데요.
    나중에 아기랑 놀다보니 이 아기가 참 무던한 아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걸 엄마는 잘 모르고 마냥 종종거리며 키웠겠구나
    싶기도 했었는데요.

    아침을 다 먹은 아기를 손과 얼굴을 씻기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아기의 놀이공간에 넣어주었습니다. 싫다는 표시를 하기에 바로 빼내어서
    밖에서 원하는 만큼 놀게 해 주었는데요. 아기가 어지르면 안되는 곳들의 서랍을 열고 어지르고 싶어하기에 다시 놀이공간으로
    넣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 공간에 들어갔더니 별 불만이 없더군요.

    제가 읽고 있던 책을 오디오북으로 틀어놓으니 저는 책을 들어서 좋고 아이는 무슨 백그라운드 소리처럼 생각을 했는지 그냥 잘 놀더군요.
    혼자서도 너무 잘 노는 아이를 보며 그냥 지켜만 보고 있었네요.
    한참을 그렇게 잘 논 아이가 이제 거기서 노는 것이 실증이 난듯 보일때 유모차에 태워서 집을 나섰습니다.
    근처에 참 좋은 공원이 있거든요.
    꽃들이 한창 예쁜 시기의 공원입니다. 오늘 저와 함께 산책을 즐긴 아기여요.

    아침에 이렇게 야무지게 혼자 손으로 아침식사를 잘 했던 아기. 제 아들이 워낙 안먹는 아이여서 먹이는 게 힘들어서 그랬는지
    먹는 걸 너무 잘 먹는 아기들 보면 키우는 건 거저같아 보이기도 해요. ㅎㅎ

    이 공원엔 이렇게 다육이로 장식을 해 놓은 것이 참 좋았는데요.

    다육이로 참 아기자기 예쁘게도 만들어 두었습니다.

    물론 다육이 말고 다른 꽃들도 있어요.

    근데 이렇게 다육이로 만든 곳이 눈이 많이 갔네요.

    퀸스 파크라는 곳이었는데요. 이렇게 공원에서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이 생겼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네요.
    예전에 밴쿠버 전 공원에서 음주는 불가였었는데요. 조금씩 변화가 보입니다.
    어차피 몰래 마시니 그냥 합법적인 구간을 만들어 주어서 다른 구간은 금주로 확실히 경계를 만들어 주자 싶은가 봐요.

    공원 조경에 토템폴이 빠지면 섭섭한 캐나다입니다.

    달도 있고 용암이 흐르는 산인가요? 재미있게 꾸며놓았습니다.

    가끔 저렇게 뜬금없는 야자수를 보면 이해가 안가지만 서두요.

    장미의 계절이라 장미정원을 왔는데 마침 결혼식이 진행중이네요.
    이곳은 개인이 이렇게 결혼식이나 파티를 위해 예약을 하고 빌려서 쓸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벤트때문에 장미공원을 들어가지는 못해서 아쉬웠지만 두 사람의 결혼식을 축하해 줬네요.

    장미공원 입구의 행잉 바스킷이 예쁩니다.

    아침에 내린 비가 거짓말처럼 날이 좋아져서 산책이 참 즐거웠는데요.
    아기도 밖에 나온게 좋은지 이리저리 둘러보느라고 정신이 없습니다.

    19살에 죽은 아이를 기념하는 벤치였는데요. 생일이나 추모일이었는지 꽃다발이 많이 있었습니다.
    19살에 이렇게 좋은 세상을 떠나기가 얼마나 안타까웠을까요. 무엇보다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을지...
    이렇게 공원을 크게 한바퀴 돌 수 있는 큰 나무가 우거진 길도 열심히 걸어봅니다.
    이때부터 아기는 서서히 눈을 비비고 졸려하는 것 같기에 쪽쪽이를 입에 물려줬더니 열심히 빠네요.
    그리고는 제가 계속 걷는 동안 스르르 그냥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그 동안 아기는 잘있다 혹은 우리 이제 공원이다며 사진을 간간히 찍어서 엄마에게 보내주었는데요.
    잠이 든 사진을 보내며 아기 잠들었으니 편하게 잘 놀다오라고 했네요.

    그리고는 집으로 와서 유모차에서 아이를 꺼내 침대에 눕혀서 재웠습니다. 물론 유모차에서 꺼내고 침대에 눕히려고 할때 깨지요.
    다시 재우면 되요. 그리고 침대에 누워 자는 아이의 사진을 다시 찍어 엄마에게 보내줍니다.
    아기 침대에서 자고 있으니 걱정말고 천천히 오라구요.
    유모차에서 잠든 사진에서 끝나면 아기를 계속 유모차에서 재울까봐 신경쓰이잖아요. ㅎㅎ 저는 그랬거든요.

    한시간 정도 잘 자고 일어난 아기를 아기 식탁에 앉히고 애기 엄마가 준비해둔 이유식을 먹였네요.
    어쩜 이리도 잘 받아먹는 아기가 있는지... 그저 예쁠 뿐이었습니다.

    이유식을 다 먹고 다시 아기를 씻기고 기저귀 갈고 옷 갈아 입히고 아기가 자는 동안 정리해둔 아기 놀이방에 다시 넣어주었습니다.
    아기들은 정리되어 있는 곳을 다시 어지르는 거 좋아하잖아요. 어지러져 있는 곳은 별로 흥미없어하고... ㅎㅎ

    아기가 자는 동안 저도 점심을 먹었으니 슬슬 졸려오는 눈꺼풀에 노는 아기 옆에서 잠깐 눈을 붙여봅니다.
    아기가 계속 쳐다보고 있지 않아도 너무 잘 논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안심하고 잠깐 오수를 즐겼네요.
    혼자 놀기 지겨워진 아기가 제게 와서 저의 잠을 깨우기에 이제 아기와 같이 놀아줍니다.

    아기와 거의 5시간 반을 둘이 있으며 옛날에 친정엄마 생각이 났었습니다.
    저는 아들과 종종거리며 육아를 하는데 엄마는 너무 쉽게 하더란 말이지요. 그래서 엄마가 종종거리는 제게 하는 말씀을 다 잔소리라
    생각하고 듣기 싫어했었는데요. 이제 이렇게 보니 엄마의 잔소리가 이해가 됩니다.

    "그냥 이렇게 쉽게 하면 되는 왜 그렇게 종종거리며 하니? 그러니 아이도 너의 그 불안한 심정을 읽어서 불안해하고 예민해 지는 거야.
    니가 차분한 마음으로 육아를 하면 아이도 불안해 하지 않고 혼자 잘 놀기도 할텐데 말이야."

    이 엄마를 보면서 그때의 제가 이해 되기도 했습니다. 육아는 처음이고 잘 하고 싶은 마음에 아기가 조금만 칭얼거려도 뭔가를
    해 줘야할것 같은 그런 마음들 말이지요.

    이래서 육아는 어른들이 옆에서 함께 도와주시는 게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옛날 대가족시대에는 시어머니나 시 할머니나 시 고모님이나 도와주실 분들이 많았을 텐데요.
    물론 나름 다른 마음고생이 있을 수도 있으나 그런 마음고생 안주는 가족이라면 옆에 살면 좋을 듯요.

    물론 저보고 다시 육아를 하라고 하면 못하겠지만요. 간만에 아기를 봐서 참 기분이 좋은 하루였습니다.

    그동안 코비드라서 할 수 없었던 일중에 하나였었는데요. 이제 백신도 맞고 점점 규제도 풀리고 하니 종종 아기보기를 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으네요.

    베이비시터 자원봉사 단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아기를 맡기는 일은 돈 보다는 믿음이 더 중요한 일이라 믿고 맡길 수 있는 단체가 있으면 참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오늘 하루도 더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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