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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어머니가 두 분 이셨어요.
    이런 저런 이야기 2021. 5.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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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편은 이혼가정의 자녀였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시어머니가 두분 계셨죠.  전남편을 낳아주신 어머니와 길러주신 어머니.


    결혼할 당시의 저는 너무 어려서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지 못했었습니다.

    만난지 3개월만에 결혼을 하며 약혼자가 있었던 전남편의 결혼이 결혼식을 몇일 앞두고 깨어졌던 이유가

    막연히 느껴지기 시작했던 것은 결혼을 하고 나서 였었네요. 

    두 시어머니는 서로가 저에게 당신이 좀 더 중요한 시어머니이시길 바랬고 두 분 사이에서 명절이나 무슨 날마다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힘들게 낳은 첫 아들인데도 돌잔치를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결혼식장에 누가 오느냐의 문제로 이미 한번 치렀던 일을 아들 돌잔치를 하면서 또 치르고 싶지는 않았던 건데요.

    그렇다고 해서 어느 한분을 초대를 안하고 돌잔치를 할 수도 없는 노릇.

    두 시어머니가 서로 꼭 오시겠다고 하는 것도 부담이었고 어느 한쪽을 못 오시게 하는건 결혼식때 이미 해 봐서 자식으로 할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었지요.

    마침 친정 조카가 아들과 한달차이로 먼저 태어나서 친정 식구들과는 그 조카 돌잔치에 제 아들도 한복을 입혀 조카 잔치끝나고

    아들을 그 돌상에 앉혀 사진 한장 찍는걸로 대신을 하고 시댁과의 돌잔치는 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소중하게 가진 아들이고 첫아들에 장남에 장손인 아들의 돌잔치를 하지 않겠다 결정을 하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었는데요.
    전 남편이 7살때 이혼하신 시 부모님때문에 아들 돌잔치를 못한 셈이 되었습니다.

    친모와 계모가 있고 두분이 서로 전남편의 어머니로서의 자리를 놓을 수 없는 (특히 며느리에게) 분들이라 멋모르고 결혼했다가 마음 고생을 좀 심하게 했던 저라서 더욱 내가 겪은 경험을 내 아이나 내 며느리에겐 주고 싶지 않아서 이혼을 하지 않으려고 그렇게 애를 썼었나 봅니다.

    캐나다에서 사는 아들이라 아들이 한국과 같은 결혼식을 할꺼라고 생각을 하지는 않는데요.

    만약 그렇게 되더라도 아들에게는 그리고 아들이 사랑하는 미래의 며느리에게는 제가 겪은 그런 아픔은 겪게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큽니다.

     

    전남편의 경우처럼 애매하게 두 어머니가 다 양육의 일정부분에 지분을 가지며 아들이 자라지는 않았기에 아들은 전남편과는 다른

    케이스가 될꺼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아들 결혼식에 전남편과 함께 혼주석에 앉을 생각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아들의 결혼식이나 손주의 기념일 같은 것은 내 마음은 내려놓고 아들이 원하는 대로 해 주어야 겠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다행이 캐나다식으로 할것이니 이게 내가 한국이 그리워도 외국에 살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닌 가 싶습니다.

     

    얼마전 이혼자들의 카페에서 재혼을 하신 분이 재혼을 한 남편의 연금의 일부를 이혼한 전처가 받게 되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셔서

    아주 억울하다는 식으로 열변을 토한 글을 읽었던 적이 있는데요.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의 입장에서만 모든게 억울하고 불합리하게

    느끼는 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연애만 하고 결혼을 안하고 싶은 이유중에 아들도 있는데요.

    이미 아빠가 재혼을 하셔서 새엄마가 생긴 아들에게 새아빠까지는 만들어 주고 싶지않네요.

     

    이혼은 당사자가 많이 힘든일이기도 하지만 길게 봐도 아이들이 제일 피해자입니다.

     

    어릴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고 재혼을 해서 족보가 복잡하다면 그 아이들이 결혼을 하고 손주가 생겨서까지도 복잡해지고

    그 복잡함이 만들어 낼 작고 큰 문제들의 피해는 고스란히 그 아이들에게 가는 건데요.

    이혼을 한 부모라면 자식들에게 좀 더 미안한 마음으로 잘 정리를 하며 생활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혼을 한 엄마의 마음으로 쓰는 글이 아닌 이혼한 가정에 시어머니가 두분이었던 며느리였던 사람의 마음에서 쓰는 글이네요.

    유학을 하면서도 이민 1세대들의 힘든 삶을 보면서 나는 이민은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했던 제가 마음을 바꾸고 이민을 하게 된

    이유도 두 시어머니 때문이었는데요.  때문이 아니라 덕분에가 되었습니다.

     

    살면서 힘든 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이유는 그 일을 통해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해 주기도 하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오늘도 힘들어도 헤쳐나가 앞으로 나아가는 행복을 누리는 하루 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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