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73년생 이혼녀 미자 -8
    73년생 이혼녀 미자. 2020. 4. 9. 05:56
    728x90

    산을 좋아하기는 하나 오르막을 너무 싫어하는 미자에게 린드세이 트레일은 참 힘든 코스였다.
    하지만 정상에서 만나는 경치를 알고 있기에 참고 올라갈 만한 길이었다.

    헉헉 거리며 올라가다가 존에게 먼저 가라고 했더니 성큼 성큼 앞으로 나아가는 존.

    그런 존을 따라가기 위해 속도를 내다가 그냥 포기해 버리고 천천히 걸으니 혼자 걷는 그길이 참 좋다.
    그냥 혼자 왔으면 살짝 무섭기도 하고 걱정이 될텐데 그래도 눈에 보이는 거리에 건장한 남자가 함께 있다는 것이 주는
    안정감이 참 좋다.
    무엇보다 존의 악수를 거절했던 첫번째 만남 이후로 아무런 스킨쉽을 요구나 시도를 하지 않는 존이라서 더 좋다.

    한인 산악회를 그만두고 혼자 산을 다니기 시작했을때 동네분이 혼자 가는 것은 위험하니 그냥 산행버디를 하라며
    미자보다 7살이 많으며 이혼하고 혼자 아이 셋을 키우는 분을 소개해주신적이 있었다.

    같은 동네에 살고 평일 오전에 산을 다니는 스케줄이 맞아서 한 두번 함께 산행을 했었는데 뜬금없이 손 한번만 잡아보면
    안되겠냐고 물어서 그 뒤로 두번 다시 그 남자를 만나지 않았던 미자는 그때 손을 잡기 싫었던 것이 아니라 그 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구나 하는 것을 존을 만나면서 알게 되었다.

    손을 잡아도 되냐고 물을 생각도 없어보이는 존의 손이 너무 잡아보고 싶고 무심한 존이 원망스러워지려는 그녀였다.

    그녀에게 마음이 있기는 한건지. 이런 험한 산길에서 여자가 헉헉거리면 옆에서 좀 도와주려고도 하고 이래저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시도도 전혀 없이 괜찮다는 미자의 한마디에 두번 물어보는 것도 없이 혼자 잘 가는 존을 보며 이 남자는 왜 나를 만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그녀였다.

    "너무 힘들어요~~~ 힝힝~~~ "

    앞에서 한참을 기다려준 존을 만나 그녀는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미자씨가 오자고 한 곳이어요. 왠 불평? 그냥 계속 걸어요. 오른발 앞에 왼발, 왼발 앞에 오른발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그냥 한걸음만 더 옮긴다고 생각하고 걸어요. 그럼 금방 정상이 될꺼여요.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

    미자가 투정을 부리면 존이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가 보고 싶었던 그녀였는데 그의 대답이 참 마음에 들었다.

    미자는 2주전에 와보았던 코스라 어떨지 알고 시작을 했지만 처음 와보는 존은 무슨 여자가 이런 코스를 데이트코스로 잡았나 불평할 수도 있는데
    그런거 전혀 없이 투정부리는 그녀를 보며 되려 그 잘생긴 얼굴로 웃으며 한발 한발 구령을 붙여주는것이 이 남자가 삶에 힘든일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할 사람인지를 보는 것 같아서 좋았다.

    그는 앉아서 불평하는 타입이 아닌 조금씩 조금씩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움직이며 행동하는 타입이다.
    그녀도 같은 타입이기에 비슷한 사람을 만난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한참을 가다보니 조금 험한 계곡이 나왔다. 사다리로 내려가서 작은 다리를 건너 다시 사다리를 올라가야 하는.

    먼저 올라간 존이 손을 내밀었다.

    "도와줄까요? "

    앗 이것은 미자가 그렇게도 기다리던 절호의 찬스~

    다른 남자였다면 바로 괜찮아요. 하며 혼자 씩씩하게 올랐을 그녀는 냉큼 "네~ " 하고 대답을 하고는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미자를 잡아 끌어올려주는 그의 힘이 너무 강하다. 다부져보이는 그의 체구를 보며 상상했던 딱 그 강함이다.

    앗. 근데 이 남자 미자를 올려주고는 잡았던 손을 놓는다. 힝...
    그리고는 계속 열심히 걷는 그가 이제는 야속해지기 시작하는 그녀였다.
    그의 손을 잡았을때 떨렸던 미자의 심장은 아직도 쿵쾅대고 있는데 말이다.

    옆에서 함께 걸어가며 속마음을 꺼내 보았다.

    "존, 질문있어요. 존은 왜 스킨쉽이나 그 어떤것도 하려고 시도를 하지 않아요? 제가 별로 마음에 안들어요? 존은 무슨 생각으로 나를 만나요?"

    미자의 너무 솔직한 질문에 살짝 놀라고 당황한듯 보이는 존의 표정.

    "무슨말이어요 미자씨. 처음에 만난날 미자씨가 보수적이라고 했고 저는 미자씨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최대한 내 마음을 죽이며 내가 서둘러서 미자씨가
    도망가지 않도록 온힘을 다해 참고 기다리고 있는데 그렇게 말하면 너무 억울해요."

    정말 억울하다는 듯한 그의 표정이 너무 사랑스러워 그의 손을 슬그머니 잡은 미자.

    "나는 존과 포옹을 해 보고 싶어요. "

    수줍은듯 용기를 내서 말하는 미자에게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살짝 뜸을 들였던 존이 이렇게 말하며 미자를 꽉 안아주었다.

    "온몸에 땀나서 지저분하고 냄새나는데......."

    존의 말에 온몸에 땀나고 지저분한 본인의 상태에 대해 생각이 든 미자는 꼭 안겼던 품에서 바로 빠져나왔다.
    하필 첫 포옹이 이렇게 땀에 절어 지저분한 상태라니... 이런....
    그저 그의 마음을 확인해 보고 싶었던 그녀의 짧은 생각이 저지른 참사였다.

    "그러네요. 나도 땀나고 냄새날꺼여요..."
    그렇게 몸을 빼는 그녀를 다시 끌어다 안는 존
    "아니어요. 미자씨한테는 향긋한 냄새만 나요... 좋은데요~ "
    미자가 저지른 참사를 달콤한 순간으로 바꾸어주는 마법을 부리는 존이었다.

    그렇게 잠깐 인사같은 포옹을 했는데 심장이 터질것 같은 미자는 얼른 사태를 수습하며 다시 갈길을 재촉했다.

    "자 갈길이 멀어요~ 얼른 가요~ "

    일단 존이 미자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사실에서 너무 행복한 미자였다.

    "근데 존 도대체 왜 나여요? "

    존같이 좋은 조건의 잘생긴 남자가 미자같은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 잘 믿기지 않아서 자꾸 물어보게 되는 그녀였다.

    "미자씨가 어때서요? 미자씨가 얼마나 멋진 여자인데요. 산행을 좋아하는 여자는 많지만 미자씨처럼 등산화를 신으면서
    다른때는 하이힐도 신는 여자들은 많지 않아요. 거기다 아이도 있고 아이는 다 키운 이렇게 예쁜 여자는요.
    그리고 미자씨를 만나는 것은 기분이 좋은 일이어요. 그러는 미자씨는 왜 나예요? 더 어리고 잘생긴 남자들이 많이
    대쉬를 했을 텐데요. 16살 연하도 만나봤다면서요... ㅎㅎ 데이팅앱에서도 미자씨는 예쁜 사람중 하나거든요."

    "전 어린 남자들은 결혼하고 애 낳고 싶어해서 싫고 아이가 없는 싱글을 찾다보니 존을 만나게 된거죠. 존은 아이를 원하지 않아서 좋구요.
    그런데 전 연애만 하지 결혼은 할 생각이 없어요. 그러니 혹시 존이 결혼이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저를 만나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셔야 할꺼여요"

    혹시나 존이 결혼할 여자를 찾는 사람일까봐 그 사실을 분명하게 해 두고 싶은 미자였다.
    미자의 생각과 다른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져서 나중에 상처를 주거나 받게 되는 일은 피하고 싶은 그녀였다.

    "미자씨의 경험과 주변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내린 결정이라는 거 알아요. 존중하구요. 하지만 미자씨도 다른 대접을 받고 다른 경험을 하다보면
    생각이 바뀔 수 있지도 않겠어요? 그리고 우리 이제 만난지 얼마 안되었어요. 이제 서로를 알아가고 있는데 결혼을 하네 마네 하는 이야기는
    너무 성급하지 않나요? 저는 미자씨의 결정과 생각을 존중할 꺼여요. 그러니 먼 미래에 대한 걱정따위는 하지 않기로 해요."

    그녀는 늘 성급하게 모든 계획을 하고 생각으로 미래를 보고 결정을 내려서 선을 긋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었고 그게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쩌지 못해 다시 되풀이 하고 있었는데 존의 말을 들으며 다시한번 그러지 말자고 스스로를 단속해 보았다.

    존과는 미자가 해 보지 못했던 연애를 해 보겠다고 옛날의 미자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미자가 되어보겠다고 다짐을 하는 그녀였다.

    ( 린드세이 트레일 산행기를 첨부합니다. 사진 많아요~ 즐감하세요~^^)

    7시간의 산행 후 치맥은 사랑입니다.

    2주 전에 갔었던 린드세이 호수 트레일이 눈으로 끝까지 가지는 못했었는데요. 요즘 날씨가 계속 좋아서 눈이 많이 녹았을 것 같아서 다시 도전을 해 보았습니다. 린드세이 호수 트레일은 집에서 가까운 번젠호수..

    godsetmefree.tistory.com

    <script async src="https://pagead2.googlesyndication.com/pagead/js/adsbygoogle.js?client=ca-pub-5127668932683022"
         crossorigin="anonymous"></script>

    '73년생 이혼녀 미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73년생 이혼녀 미자 -10  (2) 2020.04.13
    73년생 이혼녀 미자 - 9  (1) 2020.04.10
    73년생 이혼녀 미자 -7  (4) 2020.04.08
    i73년생 이혼녀 미자 -6  (3) 2020.04.07
    73년생 이혼녀 미자 -5  (8) 2020.04.06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