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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3년생 이혼녀 미자. 2020. 4. 7.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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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뭐 하세요?"

    그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다시 그를 만나고 싶은 미자였다.

    "회사에 일이 있어서 출근을 해야 해요. 하지만 일이 늦게 끝나지는 않을꺼에요. 왜요?"

    토요일인데도 일하러 출근을 해야 한다는 그.
    주말인데 데이트신청을 안한 이유가 이거였구나 하고 알게된 그녀였다.

    "혹시 짜장면이라고 드셔보셨어요? 밴쿠버에서 제일 맛있는 집이 있는데 같이 점심먹을까 했죠."

    "점심은 안될것 같지만 이른 저녁은 괜찮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짜장면 처음 들어보는 음식이네요 근데 먹어보고 싶어요.
    몇시에 어디서 만날까요? 저는 오후 3시 이후부터 괜찮아요."

    첫만남에서 그의 인상이 마음에 들었던 미자는 그를 더 알고 싶었다.

    어렸을 때도 썸이니 밀당이니 그런건 미자의 성격과 맞지도 않았고 잘 하지도 못했던 미자가 40대 후반이 되어서 그런 것을 할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그리고 사람은 겪어봐야 알고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살아온 인생 경험을 통해 알게 된 미자라 마음에 드는 남자를 간만에
    만났는데 대화를 하며 시간을 가지며 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냥 미자가 하고 싶은대로 마음껏 다 하고 그런 미자가 싫어서 떠난다면 그걸로 그와의 인연은 거기까지였다고 생각하고 싶은 미자였다.

    어렸을 때의 미자는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났을 때 상대방의 눈치를 보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했다면 지금의 미자는 그냥 그녀의 모든 모습을,
    성격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는 그대로의 그녀가 좋다고 옆에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어려서부터 애정결핍이 있었던 그녀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이 그녀를 좋아하게 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맞추어주는 스타일이었고
    그렇게 맞추어주며 살았던 세월을 18년을 보내고 이혼을 했던 미자는 이제 그랬던 자신과도 이별을 하고 싶었다.
    이혼을 하며 친구들로 부터 이혼전의 그녀와 많이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그녀였고 무엇보다 그녀의 변화를 다들 긍정적으로
    좋아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결혼전부터 알고 있었던 친구들은 이혼을 하고 다시 결혼 전의 그녀로 돌아오는 것 같아 반갑다는 말을 듣다보니
    아무리 좋은 사람이 나타난다고 해도 다시 결혼 생활을 하던 그때의 그녀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는 그녀였다.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며 사랑받기위해 애를 쓰던 그때로는 말이다.

    짜장면을 처음으로 함께 식사를 하는 데이트 메뉴로 정한 이유도 그거였다.

    미자가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먹을 수 있는 사람인지를 보고 싶었고 새로운 음식앞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사람인지 보고 싶었던 것이다.

    토요일 오후 4시 중국집 앞.

    바쁜 시간을 피해서 약속시간을 잡았다고 생각을 했는데도 여전히 줄이 길다.
    줄이 길것을 생각해서 조금 일찍 나온 그녀가 줄을 서 있을 때 약속시간이 다 되어서 그가 도착했다.

    걸어오는 그를 보며 식당에 줄이 긴 것이 전혀 짜증이 나지 않았다.
    정말 잘 생겼다. 그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녀였다.

    "잘 지냈어요? 여기 정말 맛있는 집인가 봐요 이 시간에도 줄이 있네요. 일찍 오셨어요?"
    "네, 이집이 줄이 긴 집이라는 걸 알아서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점심도 안 드시고 일하셨을 텐데 배고프시겠어요."
    "괜찮아요. 간단하게 간식은 먹으면서 일했어요."

    그는 이 동네를 처음 와 봤다고 했다 이런 동네에 이런 맛집이 있을꺼라고는 그리고 그 집이 이렇게 줄이 길 꺼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는 말과 함께.

    짜장면 짬뽕 탕수육 세트를 시킨 미자.

    식탁이 차려지며 함께 나온 가위를 보며 존이 신기해 하며 물었다.
    "가위가 왜 나오는 거여요? "

    미자가 친절히 가위를 들고 탕수육을 한입에 먹기좋은 사이즈로 자르고 짜장면과 짬뽕의 면발을 짤랐다.
    "이렇게 사용하라고 나오는 거여요. 한국음식은 가위로 음식을 많이 짤라요."
    "진짜 신기하네요. 이렇게 가위로 음식 자르는 건 처음 봐요."

    40여년을 밴쿠버에서 태어나서 산 그가 중국집이 처음이고 한국음식 가위로 자르는 것도 모르고 살았다니 그는 한국 친구를 사귄적은 없는 모양이었다.

    "한국 사람을 친구로 사귄적 없어요? 한국 식당 가본적도 없구요?"
    "아니요, 한국 친구 있어요. 근데 여기서 태어났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거 같아요. 그리고 한국식당은 좋아해서 자주 가 봤어요. 그런데 중국집은
    처음이네요. 음~ 짜장면 맛있어요. 이 맛있는 걸 왜 그동안 나한테 소개해준 한국친구는 없었던 거죠? ㅎㅎ 미자씨 덕분에 맛있는 것을
    하나 더 알게 되었네요. 고마워요~ "

    진짜 맛있게 먹는 존이었다.
    살짝 맵지 않을까 걱정했던 짬뽕까지 아주 맛있게 먹는 그를 보며 음식은 통과 하고 체크마크를 마음속에 하나 그려넣는 그녀였다.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그 옆에 있는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서 커피를 마셨다.

    존과 함께 앉아있으면서 계속 이 남자 너무 현실감 없이 잘 생겼다는 생각을 하는 미자였다.

    미자의 눈에는 다니엘 헤니를 닮은 이 남자.

    미자가 데이팅 앱으로 만났던 다른 남자들과 달리 미자를 어떻게 해 보려는 노력도 전혀 보이지 않고 그냥 담백하니 매너도 좋고
    대화상대로도 참 끌리는 데 함께 카페에 앉아있으니 바라만 보고 있어도 눈정화와 함께 일주일의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

    그렇게 잘 생긴 미혼의 연하 남성이 눈앞에 앉아 있다는 것이 너무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서 한번 쿡 찔러보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고 있는 미자였다.

    존과 맛있는 짜장면을 먹은 일주일 뒤 미자와 존은 그랑빌 아일랜드에서 만났다.
    존이 신청한 데이트로는 첫번째 데이트였던 날이었다.
    아웃도어 활동을 다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존이 준비한 데이트는 그랑빌 아일랜드에서 카약을 타는 것이었다.

    마침 날도 화창한 5월의 어느 주말이었다.

    "한주동안 잘 지냈어요? "
    다니엘 헤니처럼 잘 생긴 남자의 인사는 언제나 좋다.

    "네, 덕분에 잘 지냈어요. 존은 어땠어요?"
    "바빴지만 좋은 한주 보냈어요. 여기서 카약 타본적 있으세요? "
    "아니요, 그랑빌 아일랜드에서 카약을 빌려서 탈 수 있다는 것도 몰랐어요. 그러니 처음이라고 할 수 있겠죠?"

    존이 예약을 해 둔 카약렌탈 회사를 찾아서 걸어가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날 좋은 주말에 그랑빌 아일랜드를 왔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미자는 존처럼 잘 생긴 남자가 옆에 함께라는 사실에
    설레이고 있었다.

    캐나다에서 오래 살았지만 남자와 데이트라는 것을 전남편과도 해 본적이 없었던 미자로는 남자가 알아서 예약을 해두고
    결제를 하고 직원의 설명을 듣고 미자를 챙기며 액티비티를 하러 가는 그 모든것이 처음인 경험이었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캐나다에 살면서 그런 모든 것들은 늘 미자의 몫이었기 때문이었다.
    영어를 잘 하지만 그냥 귀찮아했던 전 남편도 늘 그녀에게 모든것을 미루었고 아들에게는 엄마였던 미자는 뭘 하든지 알아서
    찾아보고 예약하고 뭘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고 아무도 하지 않던 삶을 살았었는데 다른 사람이 그녀와 함께 하는
    액티비티를 위해 알아보고 예약하고 챙겨주는 것은 처음이지만 너무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새삼 현지인을 만난다는 것이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그녀였다.

    사실 데이팅앱에 가입을 하기 전에는 한국에 있는 남자를 만나고 싶었었다.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데이트를
    하고 싶지 않은 이유도 하나이긴 했지만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면 부모님이 계신 한국으로 가서 살고 싶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계속 살고 싶지는 않았던 그녀는 함께 한국에서 6개월 캐나다에서 6개월을 살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었다가 다시 마음에 상처를 입었고 앞으로 사람을 만나는데 있어서 미래를 생각하며 만나지는
    말자고 다짐을 하고 있지만 보수적인 미자에게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존이 더 마음에 들었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만났을때 한국에 계신 부모님이 혹시 아프시거나 그녀를 필요로 하시면 한국을 갈껀데 그런 그녀라도 만나겠냐고 물었을때
    존의 대답은 이랬었다.

    "남녀가 만나다 보면 헤어지게 되는 이유는 다양해요. 미자씨가 한국에 가게 되기 전에 우리가 그만 만나는 사이가 될 수도 있지요.
    뭘 그렇게 일어나지도 않은 일까지 다 생각하며 살아요? 그냥 오늘 만나서 행복하면 만나요. 나중일은 그때가서 생각하죠."

    사실 미래까지 생각을 많이 하는 성격의 그녀는 존같이 좋은 남자가 왜 자기같은 여자를 만나서 나중에 좋아하는 사이가 되어서 혹시라도
    그녀가 한국을 가야하면 좋아하는 마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는 혹은 헤어지게 될 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을
    감수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런 일이 생기기도 전에 헤어질 수도 있는데 뭐 그런일 까지 생각하냐는 존의 현실적인 대답이
    참 마음에 들고 고마웠다. 그러면서 마음속에 있던 미안한 감정을 지워버렸다.

    2인용 카약을 렌트하러 가며 그녀는 앞에 앉겠다고 했다.

    친구들과도 2인용 카약을 탈때는 늘 잘 타기 때문에 함께 타는 사람을 배려해서 뒷자리에 앉는 그녀였는데 드디어
    앞자리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심지어 존은 2인용 카약은 처음 타보는 거라는데도 미자는 그를 위해 배려를 해 줄 생각이 없었다.
    그냥 미자가 앞자리에 앉고 싶었고 누리는 데이트를 해 보고 싶었다.
    그녀는 그 남자와의 데이트를 통해 살면서 해 보지 못했던 것들을 다 해보고 싶었고 그러다 그 남자가 떠나가도 그녀가 해 보고 싶었던 것을
    다 해봤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이었다.
    어쩌면 존처럼 잘생긴 미혼의 연하남을 만난다는 것이 다시오지 않을 행운 같아서 그냥 그날 그날 가능한 날들을 누리고 싶은 미자였다.

    "오른쪽? 왼쪽? 어느쪽으로 가고 싶어요?"

    카약을 타고 나가며 존이 물었다.

    오른쪽이면 미자가 좋아하는 크릭쪽이었고 바다도 훨씬 잔잔하여 카약을 타기 쉬울것이었고 왼쪽은 스탠리공원쪽으로 넓은 바다라 좀 더 많은 체력이 요구되는 코스였다.

    "존이 가고 싶은대로 결정하세요. 저는 어느쪽이든 괜찮아요."

    사실 미자는 오른쪽으로 가고 싶었지만 일단 선택권을 존에게 넘겨주었다.

    "그럼 제대로 운동 좀 되게 왼쪽으로 가 볼까요?"

    일주일에 3-4번을 헬스장을 가서 운동을 하는 존 답게 험한 코스를 선택했다.

    "알았어요. 왼쪽으로 가요. 그런데 저는 중간 중간 사진과 동영상 좀 찍을께요~ "

    그녀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던 터라 어디가서 무엇을 하던지 사진을 찍는 미자를 이해하는 존이었다.

    잘 관리된 요트들이 정박되어 있는 곳을 지나 다리를 건너 선셋비치를 지나가며 햇살이 눈부시게 부서지는 토요일 오후를 만끽하는 그녀였다.

    "역시 큰 바다쪽으로 나오니 생각보다 바람이 많이 세네요. 우리 크릭쪽으로 돌아갈까요?"

    파도에 맞서 노를 젓는 것에 지쳤던지 존이 먼저 제안을 해 왔다.

    "네~ 그래요. "

    둘이서 힘들게 파도와 싸우며 전진을 하다가 돌아가는 길은 훨씬 쉽고 크릭으로 들어서니 풍경도 더 예쁘고 훨씬 여유로워 졌다.

    "근데 미자씨, princess가 한국말로 뭐여요? "

    "공주님이요. 근데 그건 왜 물어보세요?"
    "아, 미자씨가 공주님인거 같아서요."
    "네? 제가 그렇게 우아하고 예뻐요?"
    "아니 그런 뜻이 아니고 같이 카약을 타는 데 어쩜 그렇게 같이 노를 안 젓고 혼자 사진찍고 여유있게 경치를 즐기는 모습이 꼭 손 많이 가는 공주님 같아서요."
    "풋! 그러네요. 저는 공주님 존은 노예. 딱이네요. 계속 그렇게 열심히 저으세요~ 그리고 누가 열심히 그렇게 젓기만 하래요? 존도 좀 쉬엄쉬엄 즐기며 저어요."

    평생을 무수리 시녀로만 살았던 그녀라 비록 존이 나름 돌려서 한 이야기이겠지만 그래도 공주님이라는 소리를 들어서 기분이 좋은 그녀였다.
    그래. 누가 되었든지 앞으로는 나를 공주님으로 생각하는 사람만 만나리라 하고 다시한번 다짐을 하는 그녀였다.

    당차게 받아치는 그녀가 귀엽다는 듯이 큰 웃음을 터트리는 그의 모습이 참 싱그럽다 생각되는 오후였다.

    그의 핸드폰에 등록되어 있는 그녀의 전화번호에 이름이 'mija gongjunim' 라고 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된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오늘 내가 실수한거 같아요." 열심히 노를 젓다가 경치좋은 곳에서 잠깐 쉬고 있던 존이 느닷없이 말을 꺼냈다.
    "응? 뭘 실수 하셨어요? 전 모르겠는데... "
    "데이트로 2인승 카약을 타기로 한게 실수인거 같아요. 2인승 카약이라 3시간동안 미자씨 얼굴을 볼 수 없잖아요. 보이는 거라곤 미자씨 뒷모습밖에 없으니..."

    헉....
    이렇게 달달한 멘트를 날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니...
    거기다 이렇게 잘 생긴 남자가 날리는 멘트라니... 그자리에서 녹을 것만 같은 그녀였다.
    (그랜빌 아일랜드에서 카약 사진은 아래 포스팅에서 보실 수 있어요~^^ 참고가 되시길요~^^)

    그랜빌 아일랜드에서 카약을 타보세요~^^

    밴쿠버에 살면서 해보고 싶은 일들이 있었는데요. 살다 보니 언젠가는 하겠지 하며 미루어 두었던 일들. 이제 언제 떠날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하나씩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인 그랜빌 아일랜드에서 카..

    godsetmefre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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