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73년생 이혼녀 미자 - 4
    73년생 이혼녀 미자. 2020. 4. 2. 06:00
    728x90

    "우리 만날까요?"

    데이팅앱에서 서로에게 관심을 표시한지 채 몇일이 되지 않았던 때였다.
    너무 빠르다.....

    하지만 그녀는 관심이 가는 상대가 근처에 사는데 문자와 통화로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ㅎㅎ 그래요, 언제 어디서 만날까요?"

    흔쾌히 웃으며 만나는 것에 동의를 해 온 그.

    평소대로의 규칙이라면 일요일 오후 2시 미자의 집 근처여야 하는데 미자는 일요일 까지 기다릴 인내심이 없었다.
    왠지 느낌에 이 사람에게는 모든 규칙을 다 깨어버리고 새로운 규칙들을 세워야 할것 같은 기분이었다.

    "회사 몇시에 마치세요?"

    "오후 4시에요."

    캐나다 회사의 좋은 점. 여기는 오후 4시 퇴근이면 칼퇴근이 되는 나라다.
    회식이라는 문화도 없어서 퇴근 후 시간은 온전히 자신의 시간이 되는 그런 나라.

    "목요일 오후 5시 밴쿠버에 있는 커피숍에서 보는 거 어때요? 제가 그날 저녁 7시에 약속이 있거든요.
    제가 그 동네는 잘 모르니 커피숍은 그쪽에서 선택을 하시구요. 그런데 미안하게도 제가 7시 저녁약속이 있어서
    그냥 가볍게 커피한잔만 할 수 있어요. 괜찮으세요?"

    보통 저녁 약속을 만들지 않는 그녀이지만 마침 얼마전 남편이 암으로 돌아가신 친구와 저녁약속이 그의 집 근처에서 있던 날이었다.
    혹시 만나서 마음에 안 들수도 있으니 늘 첫만남은 커피한잔으로 정해놓은 규칙은 이날도 깨지 않을 생각이었다.
    혹시 만나서 마음에 들었다 하더라도 첫만남은 커피 한잔만 한다는 규칙은 중요했다.
    그래야 다음 만남을 더 설레이며 기다릴 수 있고 상대방에게도 여운을 남길 수 있을 테니까.

    이런 저런 다른 이야기를 좀 더 하다가 그날 저녁의 통화는 일찍 마무리를 했다.
    그래도 1시간은 훌쩍 넘어갔다는 것을 통화를 끊으며 통화시간을 보고 알게된 미자는 참 신기했다.
    영어로 이렇게 남자와 대화를 길게 해 본 적은 20대때 한국에서 외국인 회사를 다닐때를 제외하고는 처음이어던 것 같다.

    처음 미자에게 연애를 권한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의 아이였다.

    "아빠 재혼하셨어요. 저는 엄마도 좋은 분 만나셔서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어느날 아이가 전해준 소식에 가슴이 철렁하니 내려앉은 그녀였다.
    결혼생활 18년에 이혼을 하기는 했지만 주님이 이혼을 얼마나 마음아파하시는 지 아는 그녀로는 혹시라도 전남편이 회개하고
    돌아오면 받아줘야지 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미자였다.
    전남편을 사랑해서가 아닌 아이를 위해서도 그리고 주님이 그러라고 하시면 늘 순종하는 그녀로서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남자를 만날 생각도 안하고 아이만 보고 살고 있었는데...
    전남편이 재혼을 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녀는 마음의 쇠사슬 하나가 탁 풀려버린 느낌이었다.
    이제 정말 드디어 자유다.
    그 사람과의 인연은 완전히 끝이 났다.

    혼자서도 잘 살고 있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말은 그녀에게 충격을 주었다.
    아빠는 다른 사람을 만나 재혼도 하며 행복하게 사는데, 엄마가 혼자있는 모습이 아이에게는 불행하게 보였었나보다.

    멀리있어서 만나지도 않는 사람이었지만 그녀가 첫번째 연애를 시작하고 아이에게 말했을때 아이의 말은 그녀가 연애를 시작하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었다.

    "엄마 남자친구 생겼어~ 한국에 있는 분이지만 참 좋은 분이야."

    "정말 축하드려요, 엄마. 드디어 엄마가 move on하신것 같아서 참 기뻐요."

    그래서 그 연애가 끝이 났을때 이제는 근처에 살면서 만나는 연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 미자였다.
    아이를 위해,그녀 자신을 위해 그녀는 이제는 제대로 된 연애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용기내서 가입을 하고 이런 저런 남자를 만나며 노력하고 있을 때 그녀가 원하는 조건의 그 남자가 나타난것이었다.

    만나기로 한 날 점심쯤 문자가 왔다.

    -식사 했어요? 날이 참 좋네요.
    -네 저는 먹었어요. 식사 하셨어요?
    -네, 먹었어요. 혹시 이따가 저를 못 알아보면 안되니까 오늘의 나는 어떻게 생겼는지 사진 보내줄께요.

    띠롱~

    사진이 왔다.

    헉.
    이 사진은 그녀가 데이팅앱에서 봤던 사진과 또 달라 보인다.
    큰일이다.
    그가 보내온 사진의 얼굴은 동양인이라기 보다는 백인에 더 가까워보이는 얼굴이다.

    '이러면 안되는데..... ㅠㅠ'

    -커피숍가서 보고 마음에 안들면 다른 자리로 가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하겠네요. ㅎㅎ

    하고 농담의 문자를 보냈지만 그녀의 마음 한쪽은 서늘해지고 있었다.

    잘생긴 사람이 많은 데이팅앱에서도 동양인이 아니면 다 패스를 하던 그녀였다.

    그냥 왠지 동양인이 아니면 만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녀의 보수적인 가치관 탓도 있지만 예전의 경험의 탓도 있었다.
    그녀가 처음 캐나다에 와서 공부를 했을 때는 1996년 이었다. 갓 대학을 마치고 공부를 하러 왔던 그녀에게 주변 한국인들이
    전해준 이야기들은 너무도 놀라웠고 혹여라도 본인이 그런 소리를 듣지나 않을지 많이 조심을 하며 살았던 그녀였다.

    그때 당시 그녀가 들었던 이야기는 동양인 여자들의 몸을 노리는 백인 남자들이 많은데 뭘 잘 모르는 동양인 여자들이 백인들의
    얼굴에 반해서 영어공부한답시고 백인들과 사귀는데 그런 여자들을 yellow cap이라고 한다는 거였다.

    혼전순결을 목숨같이 지키며 살고 있던 당시의 그녀로는 너무 충격적인 이야기였고 그렇게 어학원에서 만난 아이들이 쉽게 동거를 하는 것을 보면서도 많이 놀랐었던 그녀였다.

    세월이 지나고 결혼과 이혼을 거치면서 그때의 그런 말이 얼마나 한국여자들을 가부장적인 문화에 넣고 살게 하고 싶었던 일부 한국 남자들이
    하던 말이었다는 것과 동양인여자의 몸 만이 아니라 정말 사랑해서 쫒아다니다가 결혼을 해서 잘 살고 있는 부부들을 여럿 만나며
    한국남자들보다 훨씬 가정적이고 헌신적인 그들의 사랑에 혹시 딸이 있다면 그녀의 딸은 백인남자와 결혼해서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까지
    생각을 하게 된 그녀였지만 왠지 그게 스스로에게는 적용이 잘 되지 않고 있었다.

    이 나이에 이상한 소리를 들을까봐 겁이 나는 것이 아닌 그냥 비슷한 문화권의 사람을 만나서 생활에서 있을 수 있는 문화의 차이점을 최소화시키며
    살아보고 싶은 생각에서 그런 것이었다. 그래서 한국 남자를 만나고 싶었지만 인연을 찾지 못했기에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었다.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도 꼭 김치에 밥을 먹어야 하는 그녀였기에...

    그런데 이 남자. 너무 백인같아 보이는 사진을 보냈다.

    -오늘의 나는 이렇게 생겼어요.

    하며 그녀도 그자리에서 사진을 찍어서 남자에게 보내주었다.

    -ㅎㅎ 다른 여자들에게는 말도 걸지 말라는 의미인가요?

    라는 농담을 그가 보내왔다.

    -그럼 이따 봐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드디어 만날 시간이 되었고 그녀는 조금 일찍 약속장소에 도착을 했다.
    아직 그는 도착하지 않았다.

    먼저 커피를 시키고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자신도 모르게 기도를 하고 있었다.
    제발 첫번째 사진처럼만 생겼기를.... 두번째 사진 같이 생겼다면 그 만남을 이어갈 자신이 없는 그녀였다.

    남자의 얼굴을 많이 따지는 것은 그녀의 취약점이었다.

    그녀는 남자의 조건중에 제일로 따지는 것이 얼굴이었다.
    잘생겼다면 그 뒤로 다른 조건들을 챙겨보게 되는 것이 그녀의 취약점.

    키크고 잘생겼다는 이유 하나로 만난지 3개월만에 모든 이들의 반대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했던 그녀였으니 다른건 말해 뭐할까...
    그녀가 그렇게 얼굴을 큰 조건으로 보는데에는 그녀의 어머니의 영향도 컸었다.
    그녀가 자랄때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늘 이런 말씀을 하셨던 것이었다.

    "한국 남자는 잘생긴 남자나 못생긴 남자나 다 계집질 한다. 그러니 넌 꼭 잘생긴 남자를 만나 결혼해라. 잘생긴 남자가 바람을 피우면
    인물값하나보다 하고 이해라도 해 주지 못생긴 남자가 바람피면 정말 기분 나쁘다. 그러니 2세를 위해서라도 너는 꼭 잘 생긴 남자 만나서
    결혼 해야해. "

    물론 그녀의 어머니의 말씀은 늘 그녀의 아버지를 향한 비꼬임이기도 했었다.

    그녀가 고등학생일때 그녀 아버지의 외도를 알고 어머니께 말씀을 드리던 사람이 그녀였었으니 그리고 그때의 그 외도가 아버지의 첫번째 외도가 아님도 이미 알고
    있었으니 그녀는 어려서 부터 알게 모르게 한국 남자는 다 바람을 핀다는 것이 머리에 입력이 되어 있었던 터라 결혼을 하고 전남편의 외도를 그리 용서를 하고 살 수 있었다.

    캐나다에서 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한국에서 받았던 교육들과 다른 문화를 접하고 배우며 많이 달라지고 삶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 보게 된
    그녀였지만 잘생긴 동양인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바뀌지 않았었다.
    물론 그녀 눈에 잘 생긴 사람이기에 그녀에 선택에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커피한잔을 앞에 두고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있을때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왔다.

    한눈에 그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미자씨 맞죠? 제가 늦게온 건 아니죠? 차가 많이 막혀서.... "
    "네, 존 맞죠? 제가 일찍 왔어요. 반갑습니다. "

    앗싸~ 두장의 사진보다 훨씬 괜찮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옆으로 너무 벌어지려는 입꼬리를 부여잡으려고 애를 쓰며 인사하는 그녀였다.

    <script async src="https://pagead2.googlesyndication.com/pagead/js/adsbygoogle.js?client=ca-pub-5127668932683022"
         crossorigin="anonymous"></script>

    '73년생 이혼녀 미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i73년생 이혼녀 미자 -6  (3) 2020.04.07
    73년생 이혼녀 미자 -5  (8) 2020.04.06
    73년생 이혼녀 미자 -3  (0) 2020.03.30
    73년생 이혼녀 미자 -2  (6) 2020.03.25
    73년생 이혼녀 미자 - 1  (11) 2020.03.23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