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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엔 카미노.. 순례자의 길을 걷는 이유
    캐나다 (Canada)/산행(Hiking) 2019. 5.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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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스페인 하숙을 보면서 순례자의 길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언젠가는 걷고 싶은 길이기도 하구요.

    생각이 많고 머리가 복잡한 요즘 여름을 대비하기도 할겸 오늘은 조금 빡센 코스로 산행을 하였습니다.

    린드세이 호수 가는 길.
    총 18키로가 조금 넘고 높이는 1000미터에 총 산행시간 7시간.

    처음에 시작하는 길이 완전 가파른 계속 올라가는 산행으로 2시간이라 더 힘들게 느껴지는 코스였는데요.

    그래도 올라가면 이런 뷰가 기다리고 있기에 가봅니다
    이 뷰가 여기까지 오는 모든 고통을 다 잊게 해 주네요.
    이 트레일은 번젠 호수 옆에 있어서 저희 집에서 가까워서 더 선호하게 되는 트레일인데요.
    번젠 호수 근처에 트레일이 많아서 다른 곳은 많이 다녔지만 이 곳은 저에게는 처음 와보는 트레일이었습니다.
    하버 린덴 트레일.
    여름 산행을 위해 몸을 만들기에 딱 좋은 트레일이라고 말만 들었던.
    시작하고 보니 너무 힘들어서 몸 만들기에 왜 좋은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아주 헉헉거리며 힘들게 올라가다가 이분을 만났습니다.
    이 힘든 산길을 도끼와 나무들을 가지고 올라가시는 할아버지.

    어디로 가시냐고 여쭈었더니 이 산행길중에 미끄러운 부분이 있어서 그곳을 손보러 도끼와 나무를 들고 올라가시는 중이셨습니다.

    이곳을 관리하는 공원 관리사무소 소속도 아니고 그냥 자원봉사로 당신이 좋아하시는 코스여서 다른 사람들도 안전하게 즐기라고 손보러 가시는 길.

    이런 분들 덕분에 이 길을 즐길 수 있구나 생각하니 감사했었습니다.

    그리고 누가 알아주든 말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시는 그분의 삶의 자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늘 같이 산행을 했던 팀들은 다 젊어서 그런지 잘 올라가는데 저는 뭐가 잘 못 되었는지 너무 힘들어서 리더에게 저를 포기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러고 싶지 않다는 리더에게 너무 힘들어서 너희를 따라가는 게 힘드니 혼자 알아서 가겠다 혹시 만나게 되면 만나고 아니더라도 혼자 잘 하고 갈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설득을 시키고 일행을 모두 보내고 혼자 저만의 속도로 산행을 시작했는데요.

    그 전에 가슴이 터질틋이 힘들도 아프고 그냥 포기하고 싶던 산행길이 혼자 천천히 걷다보니 재미가 있어졌습니다.

    그러면서 순례자의 길 생각이났습니다.

    일행의 속도에 상관없이 나만의 속도로 이런 저런 잡생각 없이 마냥 걷기만 하면 되는 길.
    그게 바로 이 길이 아닐까.

    꼭 스페인을 가서 순례자의 길을 걸어야만 느끼거나 깨닳게 되는 게 아닌 그냥 살고 있는 일상에서도 주위에서도 충분히 이런 길을 찾아서 걸어보면서 그곳에서의 깨닮음을 조금은 맛볼 수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가는 산길을 혼자 걷다보니 새삼 군데 군데 표시가 되어 있는 이정표가 고마웠습니다.

    요즘 이런 저런 생각과 내려야하는 결정들에 머리가 아픈데 이 길을 저 이정표를 보며 걷다보니 아 이래서 순례자의 길을 좋아하지 않으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로 가라는 표시는 항상 있을 것이니요.

    내가 어디로 가야하나 어디로 갈까를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 그냥 주어진 길.
    선택의 여지 없이 그 주어진 길을 잘 표시가 되어있는 길을 묵묵히 따라 가기만 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 길이 아무리 험한 산길이라도 쉽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걷다가 만나는 이런 뷰는 덤이겠지요.
    저 밑으로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폭포도 보이고. 폭포에 다가가니 소리가 너무 시원합니다.
    이런 나무로 만든 사다리도 있고.
    아마 아까 나무 들고 올라가시던 할아버지는 이런 길을 보수 하시러 가는 길이신것 같습니다.
    그렇게 혼자 열심히 이런 저런 사색에도 잠겨보며 행복하게 걸었는데 걷다보니 먼저간 일행들을 만났습니다.
    오늘의 목적지인 린드세이 호수를 뷰포인트들을 거치며 가는 길로 들어섭니다.
    엘 파소.  가는 길이라는 뜻이지요.
    이 산행이 꼭 인생같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누가 빨리가든 내가 늦게 가든 다른 사람의 속도에 상관없이 나의 능력껏 내가 즐길 수 있는 만큼만 가면 되는 거 아닐까.  그렇게 열심히 즐기며 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나보다 훨씬 빨리 간 사람들도 만나게 되고 함께 멋진 정상을 즐기게 되는..  그런게 인생 아닐까 싶었습니다.
    벤쿠버와 인디언 암스를 바라보는 이런 멋진 경치를 보며 점심을 즐기고 이제 작은 호수들을 즐기로 들어가 봅니다.
    5월의 중순인데도 호수에는 아직 눈으로 덮여있네요.
    이렇게 눈길을 걷게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눈길에 내 발 인증샷도 찎어보고.
    군데 군데서 만나는 호수들이 너무 예쁩니다.
    그렇게 한바퀴를 돌아 다시 내려가는 포인트로 돌아왔는데요.
    평소와 달리 더 힘들게 느껴졌던 그래서 혼자 낙오를 하기도 했던.
    그런데 낙오를 해서 혼자만의 속도로 천천히 더 즐길 수 있어서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더 좋았던 산행이었습니다.
    다음주 토요일도 같은 코스로 다른 사람들과 오게 되는데요.

    당분간 여름을 위한 체력 단련 코스로 아주 사랑하게 될 것 같은 곳입니다.

    순례자의 길을 가고 싶으세요?
    일단 집 주변의 길부터, 산부터, 걸어보시는 것은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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