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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넌 누가 키웠어도 잘 컸을 아이야.
    이런 저런 이야기 2022. 4. 4.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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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1월에 써두고 이제야 올리는 이야기.

    "언니는 아들 참 잘 키웠어요. "

    가끔 듣는 이야기를 어제 다른 싱글맘과 이야기를 하다가 또 듣게 되었다.

    과거에 이런 저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아들 칭찬을 듣는 일은 늘 기분 좋은 일이기에
    아들과 운전연습을 나선 길에서 그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을 기억하냐고 물어보면서.

    "사람들이 제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한다면 그건 오롯이 엄마가 잘 키우셔서 그래요."

    라고 이야기 해주는 아들의 이야기에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았다.

    "전 엄마가 어려서부터 어떻게 자랐는지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고, 아빠도 어떻게 자랐는지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어요. 하지만 엄마는 그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잘 이겨내셨고 그런 부모가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신 분이지만 아빠는 말만 제게는 그런 환경에서 자라게 하지 않겠다고 하셔 놓고 아빠의
    부모님들과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신 분이셨지요. 그러니 제가 잘 자랄 수 있었다면 그건 오롯이 엄마 덕분이고
    제가 가끔 친구들에게도 이야기 하지만 저는 정말 엄마를 존경해요. 모두가 엄마처럼 살 수 없다는 것은
    아빠를 보면서도 더 잘 아니까요. "

    아들의 고등학교 졸업식날 전교생과 학부모들이 졸업을 축하해주는 자리에서 단상에 나가 졸업장을 받으면서
    남겼던 인사말에 '지난 4년간 저를 혼자 키우시느라 너무 고생하신 어머니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과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라고 해서 다른 엄마들의 눈시울까지 붉게 만들고 '정말 잘 키웠다,
    부럽다'는 말을 듣게 했던 아들이었으니 아들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기에 나는 이렇게 이야기 해 주었다.

    - 니가 사람들에게 참 잘 컸다, 엄마가 참 잘 키우셨다 라는 이야기를 듣는 건 좋은 일이야. 하지만
    엄마는 니가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듣기 위해 잘 살려고 노력하는 아이는 아니었으면 좋겠어.
    엄마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듣던지 안 듣던지 너를 잘 알고 있기에 너를 사랑할꺼야.
    세상을 살다보면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다 혹은 잘 컸다라는 말을 들을 수는 없어.
    사람들은 다들 자기의 이익에 조금이라도 부합하는 어떤 일을 니가 했을 때 그런 말을 할것이기 때문에.
    누가 너가 나쁜 아이라고 해도 엄마는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그런 말을 했는 지가 궁금할 것이지
    니가 나쁜 아이여서 나쁜 행동을 해서 그런 말을 듣게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니까.
    엄마가 싱글맘으로 혼자 키운 아들이라 우리 엄마가 남들에게 나로 인해서 안 좋은 말을 듣는 일은
    없게 하겠다는 그런 부담감을 안고 살지는 말았으면 좋겠어. 엄마는 사람들이 내가 너를
    잘 키웠다고 하든, 말든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다는 것을 알고, 니가 어떤 사람인지 아니까.

    - 저도 친구들에게 가끔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하지 말라고 이야기 해요. 나는 그냥 나로서 사는 거
    뿐이고 그게 너네의 이익과 맞아떨어져서 너희가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 뿐이니까.
    어느날 나의 행동이 너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날이 오더라도 나에게 변했다느니 나쁜 사람이라느니
    하는 말은 하지 않기를 바래, 나는 그냥 늘 같은 나일 뿐일테니까. 라구요.
    내가 삶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내가 믿는 진실을 행동으로 옮기며 사는 것 뿐이에요.
    내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 삶을 살려고 노력해요.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이어요. "

    아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아들이 왜 그렇게도 전남편이 싫어졌는지가 이해가 되었다.
    말과 행동이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은 바로 그 사람이었기에. 아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우리가 이혼을
    하고 나서 였으니...

    주위에서 아들을 아는 사람들은 다 나를 부러워한다.
    과외에 학원 한번 안 보낸 아들이 캐나다에서 제일 좋은 대학도 척하니 들어가주었고,
    한국에 계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좀 시간을 보내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가는
    것을 알아보겠다면서 서울대, 연대,고대 중에 교환학생을 갈 수 있는 것 같다고 알아보는 아이.

    아들과의 대화를 마무리하며 그냥 한마디만 해 주었다.

    "너는 엄마가 잘 키워서 괜찮은 아이가 아니라 누가 키웠어도 잘 자랐을 아이야.
    너를 엄마에게 보내 주신 주님께 감사할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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