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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엉망인 채 완전한 축제를 읽고
    책 이야기 2023. 2.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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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술라이커 저우아드

    처음에 제목을 보고 궁금했고 책표지 사진을 보고 여행기인가보다 하고 선택했던 책.
    저의 드림카인 폭스바겐 캠핑카 위에 앉아있는 여자 사진의 표지,
    그리고 첫번째 페이지의 미국 지도와 로드트립 경로를 보면서 미국 횡단여행기인가 보다 하고 펼쳤던 책에서
    이틀동안 책 한권을 끝내는 속도로 읽었던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겼을때는 참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었습니다.

    "너 같은 사람은 만난 적 없어. 너 만큼 내게 살아갈 의욕을 주는 사람도, 나답게 살고 싶다고 느끼게 하는 사람도.
    세상과 자기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네 모습을 보면 나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져. "

    윌의 사랑고백은 정말 최고다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랑고백을 하고 3년을 투병생활 간병을 하고도 결국은 헤어지는 두사람이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몸의 끔찍한 나약함과 정면으로 부딪혀야 했던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 작품을 창조할 수 있었을까?

    앙리 마티스는 장암을 앓던 와중에 베네치아의 로사리오 성당 디자인을 구상했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어린 시절부터 그를 괴롭힌 지독한 천식과 우울증으로 누워 지내면서도 일곱권에 이르는
    대하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집필했다.
    로알드 달은 만성 통증이야말로 그를 작가로 만든 창조적 도약대였다고 회상했다. "사소한 비극이 내 정신을
    일상적 궤도에서 살짝 벗어나게 하지 않았다면 내가 글을 단 한줄이라도 썼을지, 심지어 글을 쓸 능력 자체가 있었을지
    의심스럽워."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고양시키고 창조력을 드높여 준 것은 바로 신체적 한계와 제한적인 생활이었다.

    하워드도 나처럼 면역손상 문제로 고통을 받았고 지난 수십 년 내내 불쑥불쑥 찾아오는 감염 증상에 시달렸다.
    목숨이 위태로웠던 적도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나와 달리 상황에 굴하지 않고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아왔다.
    불확실성을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불확실성 위에 삶을 구축하고 필요하다면 몇 번이든 다시 고쳐 지었다.

    이미 일어난 일을 바꿀 수 없으니 이제부터 어떻게 할 지 결정해야 한다.

    "슬픔은 잠재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함께 살아가는 것이지요. 홀로 짊어져야 하는 것이고요."

    '고통을 마취시켜 회피하거나 제거하기 위해 맞서 싸워야 하는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내 안의 고통의 존재를 존중하고 지금 여기에 받아들인다면?'
    치유란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하는 모든 것을 박멸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고통을 과거에 남겨두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치유란 앞으로도 항상 내 안에 살아 있을 고통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되, 고통의 존재를 외면하지 않고 삶을 고통에
    빼앗기지 않는 일이었다. 과거의 유령을 직시하고 남아 있는 것을 짊어지며 나아가는 일.
    사랑하는 사람들을 언젠가 잃어버릴까봐 주저하고 망설이는 대신 지금 그들을 힘껏 껴안아 주는 일이었다.

    "우울과 절망을 떨쳐내고 사랑하는 것들에 집중해야 해요. 그런 체험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뿐이니까요.
    곁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해줘요. 지금 살아가는 삶을 소중히 여겨요. 내가 아는 한 인생의 슬픔에 맞서는 데
    사랑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도 없거든요."

    이 책을 읽은지 6개월도 더 지난것 같은데 그때 발췌해 두었던 책 구절들을 다시 읽으며 감상문을 쓰려고 하니
    이 책을 오디오 북으로 들으며 걸었던 그 숲길의 나무 냄새와 초록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그 산을 열심히 걸으며 함께 했던 주인공의 투병일기는 너무도 마음이 아팠고 남자친구인 윌과 싸워서 결국
    헤어질때는 이해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차로 미국 횡단 여행을 하며 메일로 알고 있던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며 삶의 의미를 다시 찾으려고
    하는 모습에서는 이혼 후 자동차 횡단 여행을 했던 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치유란 앞으로도 항상 내 안에 살아 있을 고통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되, 고통의 존재를 외면하지 않고 삶을
    고통에 빼앗기지 않는 일이라는 말이 너무도 와 닿았습니다.
    과거의 유령을 직시하고 남아 있는 것을 짊어지며 나아가는 일.
    사랑하는 사람들을 언젠가 잃어버릴 까봐 주저하고 망설이는 대신 지금 그들을 힘껏 껴안아 주는 일이다라는 말이
    오늘 당장 내가 실행해야 할 일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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