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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 칼릴 지브란
    캐나다 (Canada)/산행(Hiking) 2021. 5. 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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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터널 블러프와 사랑에 빠져 있습니다.

    이곳의 전망대만큼 오래오래 앉아있고 싶고 앉아서 무한한 평안을 느끼게 해 주는 곳도 많지 않은 것 같은데요.

    그래서 혼자 다시 찾았습니다.

    그냥 오롯이 그 평안을 혼자 즐기고 싶어서요.

     

    그곳을 다시 찾은 이유중에는 칼릴 지브란도 있습니다.

    지난 번에 터널 블러프를 갔을때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했었는데요.

     

    godsetmefree.tistory.com/entry/터널-블러프에-주차비가-생겼어요

     

    터널 블러프에 주차비가 생겼어요!

    얼마전에 터널 블러프를 다녀왔었는데요.  트레일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친구에게 소개를 시켜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친구와 터널 블러프를 다시 왔는데요.  주말에 오게 되어서

    godsetmefree.tistory.com

    터널 블러프 방명록의 첫장에서 칼릴 지브란의 시를 읽고 다시 그가 생각이 나서 예언자를 읽기 시작해서 

    다시 그곳을 올라서 방명록을 천천히 읽어보고 싶어서 였습니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중에서 결혼이라는 챕터에 이런 지브란의 시가 있더군요.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마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 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 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이 너희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칼릴 지브란 - 예언자 중에서


    어렸을 적에도 읽었던 시였는데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였습니다.

    함게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구속하지 않는 사랑이 정말 사랑일까?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는 말의 가까이는 얼마만큼을 이야기 하는

    걸까.  사람마다 관계마다 성격마다 다 다를 수 있는 거리이지 않을까를 생각해 보기도 했네요.

     

    보통 혼자는 외로워서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는 것이 잘 지켜질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지만 난 나무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관계는

    또 어떤 거리로 지켜져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네요.

     

    칼릴 지브란의 시는 기독교인으로서 이해를 하면 그냥 가슴에 쏙 들어오며 이해가 쉬운데요.

    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이 너희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는 말이 오직 주님께만 기대고 사람에게 기대지 말고 사랑을 하다보면

    실망하지 않고 애끓이지 않으며 사랑을 할 수있다는 말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이 말은 제가 어릴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말인데요. 결혼 생활을 하며 서로는 혼자 있게 하며 살았는데 그 혼자 있던 시간에 바람을 피니

    그런 사람을 어떻게 혼자 두어야 하나요 하는 생각도 들었었네요.

     

    하지만 돌아보면 내가 혼자 서지를 못했던 것 같습니다.  너무 그 사람에게 기대고 의지하는 삶을 살고 있었지요. 그래서 우리는 좋은 나무로

    자랄 수 없었나 봅니다.

     

    이제는 좋은 나무로 잘 서기 위해 혼자 있는 시간도 잘 보내려고 노력하며 혼자 잘 지내는 법을 배우는 중이네요.

    그런 법을 배우는 데도 자연이 최고 인것 같습니다.  자연이 옆에 있어주니 혼자라서 외롭다는 생각이 안들거든요.

    산에 갔다오고 나면 피곤해서 잘 자니 또 시간도 잘 가고.  역시 산행이 최고입니다.

     

    혼자 터널 블러프를 즐기고 싶어서 아주 이른 시간에 올라갔는데요. 아침 7시반쯤 산행을 시작해서 이 자리에 앉았을 때가 9시 반쯤.

    사람들이 없는 터널 블러프의 이 경치를 앞에 두고 앉아서 간식을 먹는 맛이 꿀맛입니다.

    요즘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어서 저의 식사 시간은 아침 8시에서 오후 4시인데요.  아침도 못 먹고 산행을 시작해서 삶은 달걀과 토마토를

    준비해서 올라갔습니다.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다가 8시가 조금 넘어서 길옆에 털썩 주저앉아서 삶은 계란 하나를 입에 넣었습니다.

    16시간의 공복후에 힘든 산행중에 들어오는 단백질에 온 몸이 환호성을 지릅니다.

    이때 먹는 토마토는 어찌이리 꿀맛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올라가는데 이 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는데요. 한참을 오르다 보니 아니나 다를까 나무 다리 앞에 차를 세우시고

    가져오신 산악자전거를 열심히 조립을 하십니다.  차에는 허가증이 붙어 있는 걸 보니 이 길로 차를 가지고 오실 수 있는

    허가증이 있으신 분입니다.

    그리곤 저렇게 쌩하니 또 저를 앞질러서 열심히 패달을 밟고 가셨는데요.  참 다양하게 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숲길.  아무도 없는 시간에 혼자 이런 길을 걸으면 정말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렇게 열심히 걸어서 만나는 경치는 늘 감탄을 자아내게 하네요.

    같은 풍경도 그날 구름이 있는지 어디쯤 어떻게 걸려있는 지에 따라서도 참 다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제가 읽어보고 싶었던 방명록은 벌써 한권이 다 채워져 있었는데요.

    지난 4개월동안 벌써 다 차버렸다니 참 많은 사람이 이용을 하였습니다. 앞으로 날씨가 좋아지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을 할 것 

    같아서 저는 당분간 터널 블러프는 오지 말자고 마음에서 이별을 고하였네요.

     

    "지금의 당신은 어릴적 당신이 자랑스러워 할 모습입니까? "  라는 질문이 방명록에 있었는데요.

    자신있게 "네, 그렇습니다."  라고 적어 두고 내려왔네요.

     

    어릴적의 저는 지금 나이에 제가 이렇게 살고 있을꺼라고 생각을 해 본적은 없는데요.

    늘 현모양처가 꿈이었기에 사랑하는 남편과 자식들을 데리고 사랑스런 가정을 꾸리고 그냥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고 있을 꺼라고

    상상을 했었지요.  하지만 그 꿈을 최선을 다하고도 이루지 못하였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내려놓을 수 있었고 꿈을 이루지 못한

    그 다음의 삶도 다시 다른 꿈을 꾸며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고 있는 지금 제 자신이 스스로에게 참 대견한데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를 신경쓰기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는 지 더 신경쓰는 나이가 된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지금이 참 좋으네요.

     

    당신은 어떠세요?

     

    오늘도 더 행복한 하루 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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