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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3년생 이혼녀 미자. 2020. 4. 21.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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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퇴근하고 뭐하세요?"

    아들의 주문으로 김밥을 말던 그녀는 문득 존이 생각나서 문자를 보냈다.

    "별일 없어요. 헬스장은 어제 갔다와서 오늘은 쉬는 날이어요. 왜요?"
    "그럼 저랑 저녁 산책하실래요? 5시까지 당신 집으로 갈께요."
    "배가 고플것 같은데 저녁은 어떻게 하지요? 미자씨는 저녁 안 먹잖아요."
    "제가 알아서 준비해서 갈께요. 그럼 이따 퇴근하고 봐요~ "

    미자가 해 보고 싶었던 것중에 하나였다.
    간단히 음식을 챙겨서 피크닉을 나가는 것은.
    물론 아들을 데리고 자주 하고는 했던 일이지만 아들과 하는 것과 남자친구와 하는 것은 느낌이 정말 다를 것 같았다.

    "혹시 집에 와인 있어요?"
    주차장에서 존을 만난 미자는 그에게 물어보았다.
    "네 있어요. 왜요?"
    "다른거 다 챙겼는데 와인을 못 챙겨서요. 당신 집에 있는 걸로 좀 챙겨가요 그럼."
    "공원에서 와인 마시는 거 불법인데요~ "
    "에이~ 누가 그렇게 와인병에 잔들고 가자고 하나요? 그냥 텀블러에 와인 넣어서 가서 마시면 아무도 몰라요. 그리고
    와인 한잔 정도는 괜찮아요~ "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이야기 하며 존의 집으로 향한 미자.
    "미자씨가 회사에 있을 때 갑자기 연락 한거라 집이 엉망인데 이해해 줘요..."
    "괜찮아요. 충분히 이해해요."

    그렇게 밀고 들어간 존의 집. 흠. 적당히 어질러져있다.
    지난번 캠핑을 다녀온 후의 짐도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고 밀린 설겆이도 쌓여있고...
    괜히 그런 그의 집이 처음왔었을때의 그 깔끔했던 집보다 더 인간적이고 마음에 드는 그녀였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그런 집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ㅎㅎ

    사실 미자는 집안일을 잘 하지 못했다 그래서 늘 깔끔한 전 남편한테 잔소리를 듣고는 했었다.
    그래서 깔끔한 남자를 만나고 싶지는 않은 그녀였다.
    그녀의 전 남편은 깔끔하기는 하지만 집에서는 손하나 까닥하지 않는 남자였고 심지어 자신의 코푼 휴지까지 그냥
    침대옆 화장대에 올려두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늘 집이 깔끔하게 정리정돈 되어있기를 원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가끔 미자에게 '집에서 밥먹고 하는 일이 뭐냐? 왜 집이 이모양 이꼴인건데? ' 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었고
    그녀는 그말이 정말 싫었었다. 나름 이것저것 아이 챙기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다림질하고 시장갔다와서 밥하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 갔는지
    모를때도 많은데 본인은 집에 와서 손하나 까닥하지 않으면서 하는 저런 잔소리가 너무 싫었었다.

    그래서 미자는 깔끔한 사람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본인이 스스로 치우며 깔끔한것은 상관없지만 지저분하게 어지러져있는 것은
    잘 못참으면서 자신은 꼼짝을 안하는 그런 깔끔한 사람은 좋아하지 않았다.
    더 이상 누군가의 무수리로 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는 그녀였다.
    그래서 존의 집이 적당히 어질러져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한번 마음먹고 치우면 정말 깔끔하게 청소를 잘 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텀블러에 와인을 따르고 챙겨서 함께 피크닉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늘 집에서 아이만 키우고 있었던 미자는 평일 오후의 다운타운은 나와본적이 거의 없었고 밴쿠버에 살고 있다고는 해도
    아이와 집에서 한국드라마 보며 밥하고 빨래하고 살다보니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잘 못느끼고 살때가 많았는데
    존과 피크닉 가방을 들고 산책을 하고 공원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너무도 외국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왠지 어디 멋진 외국으로 여행을 온 기분이었다.

    평일에 퇴근을 한 사람과 이렇게 피크닉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있는 삶이 그녀가 원했던 삶이었다.
    그녀가 그녀의 아이에게 주고 싶었던 삶이었다.
    새삼 이민을 하기 위해 치러야 했던 그 많은 희생과 힘든 시간들이 다 보상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저녁을 잘 먹지 않는 그녀이지만 존과 함께 피크닉을 하는 그 시간이 너무 좋았고 몰래 홀짝 홀짝 마시는 텀블러에 들어있는
    와인은 그녀를 더 기분좋게 만들어 주었다. 하나의 텀블러에는 와인 다른 텀블러에는 물이 들어 있기에 그와 번갈아 가며
    나누어 마시는 와인은 꼭 나쁜짓을 함께 하며 키득키득 거리는 어린 아이와 같은 동지애를 느끼게 해 주기도 했다.

    미자의 입가에 와인이 뭍었다며 완전범죄를 위해 닦아주는 존의 손길에 화들짝 놀라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던 미자는 그녀도 닦아주겠다며
    그녀의 입술을 가볍게 그에게 대기도 하며 완전 영화속에 주인공 같은 기분을 한껏 누리는 저녁이었다.

    몇모금 마시지도 않았는데 너무 행복하게 취해서 그와 있으며 마시는 와인을 좋아하게 된 그녀였다.
    하지만 운전을 해서 집에 가야 하는 관계로 반잔 이상은 마시지 않는 그녀였다.

    조프리 호수에서의 그 밤 이후로 더 가벼워진 마음으로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을 만끽하는 미자였다.

    잉글리쉬 베이 선셋 피크닉

    날이 너무 좋아서 피크닉 준비를 해서 잉글리쉬 베이로 선셋 피크닉을 가 보았습니다. 다운타운에 사는 친구네에 공짜로 주차를 할 수 있어서 다운타운을 자주 나가 즐기게 되는 요즘입니다. 평일 저녁이었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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