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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3년생 이혼녀 미자. 2020. 4.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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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첫 백팩 캠핑은 그랜드 캐년이었다.

    이혼의 아픔을 달래고자 밋업을 통해 알게 된 분들과 동네 산행을 즐기다가 그분들이 그랜드캐년 백팩캠핑을 준비하고 있는데
    한명이 갑자기 그만두게 되어서 자리에 여유가 있다며 함께 가겠느냐고 물어보셔서 참여하게 된 캠핑이었다.

    모두 50대 60대의 할머니들로 구성된 여자들만 가는 캠핑이라 선뜻 참여하겠다고 하기가 쉬웠고
    그랜드 캐년 백팩캠핑이 퍼밋이 있어야 가능한 캠핑이고 그 퍼밋을 사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로 어렵다는 것도 이때 처음 알게되었다.

    백팩 캠핑에 경험은 없었지만 산에 올라갔을 때마다 만나게 되던 캠핑족들이 부러웠던 미자는 자신도 꼭 해보고 싶었던 것중에 하나였는데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커플로 백팩캠핑을 즐기고 있어서 끼기가 힘들었는데 이 팀은 여자들로만 구성이 되어 있어서 참 편하고 좋았다.

    거기에 대부분이 동네분들이라 평소에 함께 산행을 하며 서로의 체력과 성격도 조금은 알아서 편하게 조인을 할수 있었었다.

    이제 갓 시작하는 캠핑 초보인 미자를 위해 이런 저런 조언들도 많이 해 주었고
    그중에 특히 조슬린은 딸을 임신했을때 남편이 떠나서 이혼을 하고 양육비를 받지 않고 딸을 혼자 키워서 시집보내고
    손주까지 있는 아주 좋은 할머니로 혼자 백팩캠핑을 다니는 분이셨다.

    조슬린은 미자를 그녀의 집으로 초대해서 그녀의 캠핑 장비들을 보여주며 미자의 첫 캠핑 준비를 도와주었다.

    백팩캠핑을 시작하기에는 초기비용은 많이 들지만 일단 장비구입을 해 두고 나면 따로 드는 돈이 별로 없기에 처음 장비를
    가볍고 좋은 것으로 사야했고 그걸 메고 그 무게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해야 했는데 이 할머니팀은 여러모로 그녀에게 참 많은
    도움을 주셨다.

    이혼을 하고 미자는 강해지고 싶었고 이혼하기 전에는 할 수 없었던 혹은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면서 이혼을 한것이 잘한 결정이었다는 것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이야기 해 주고 있었는데 백팩캠핑은 그중 최고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전남편은 캠핑을 너무 싫어했기에 가족 캠핑을 다닐 수도 없었던 그녀였고 혼자서 여행을 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이렇게 혼자 백팩캠핑을 모르는 사람들과 다닌다는 것이야 말로 이혼이 주는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누리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그랜드캐년 백팩캠핑의 이 팀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다양한 인생의 경험을 가진 할머니들과 함께 하는 첫번째 백팩캠핑으로 다른 백팩캠핑의 고수들과 함께 하기에 드는 초보의 미안함도
    덜 느끼게 해 주셨고 체력적인 걱정이 있었지만 할머니들 만큼은 할 수 있겠지 하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었고
    간간이 나누게 되는 개인사는 너무도 다양해서 미자의 이혼쯤은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느끼게 해 주셨다.

    그중에서 조슬린 할머니는 정말 대단해서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할머니에게 양육비를 받을 수 있었는데 왜 안 받으셨냐고 여쭈었을때 할머니는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자기 기분내키면 오고 기분 내키면 가는 사람이었어. 양육비를 받으면 면접을 시켜줘야하는데 나는 내 딸이 내가 받은 상처를 받는게 싫었어.
    내 딸을 자기 기분 내킬때 만나러 오고 아니면 안오는 그런 사람을 계속 기다리며 마음아파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지는 않았어.
    그래서 양육비를 안받는 대신 평생 면접을 하지 않겠다는 서류에 사인을 하게 했었지. 그래서 내 딸은 평생 아빠 없는 아이로 키웠어.
    그런데 잘 커주었고 나의 최고의 친구야. 그리고 지금은 결혼해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세상엔 옆에 없는 것이 더 도움이 되는 아빠도 있는 법이야. 모든 아빠있는 아이들이 다 잘 자라는 것도 아니고 아빠 없는 아이라고 문제가 있는 아이로 자라는 것도 아니야. 그러니 미자도 너무 아이걱정은 하지마. 잘 자랄꺼야. "

    그때 그녀에게 그 말씀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조슬린은 아마 상상도 못할 것이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그랜드 캐년을 직접 보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었지만 무엇보다 14키로 무게의 배낭을 메고 걸어 내려가면서 내려가는 거리만큼 바뀌는 풍경을 구경하는 것은 정말 장관이었다.

    그리고 그랜드 캐년 바닥에서 만나는 콜로라도 강 옆 캠핑장에 텐트를 치고 그 밤에 마주했던 별들은 그녀가 꼭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해 주었고 무엇보다 그렇게 나가서 만나는 세계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 하는 것이 너무 좋았던 그녀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을 책 읽는 것보다 더 좋아하는 그녀는 가족여행을 할때면 늘 힘이 들었다.
    그녀의 전남편은 그녀가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을 너무 싫어하던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늘 그냥 가족들과 자기만 보며 있기를 바랬고 자기에게 모든것을 맞추어 주기를 바랬기에 그녀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에는
    관심이 없었고 그녀가 좋아하는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 하는 것에는 엄청 화를 내는 사람이기도 했다.

    특히 여행에서 알게된 정보를 나누는 것을 좋아해서 다른 이들에게도 어디에 뭐가 좋았다라는 이야기를 해 주려고 하면 오지랍이라고 그녀의 성격을 늘 뭐라고 하는 사람이라 삶에서 늘 그앞에서는 주눅이 들어있곤 했던 그녀였는데.
    이제는 누구를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든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너무 행복한 그녀였다.

    살면서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다른 사람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한다는 것을 새삼 배우며 누리고 있는 그녀였다.

    그러면서 이혼한 삶에 대해서 조금씩 자신감이 올라가며 스스로가 쌓아두었던 벽을 조금씩 무너뜨리며 밖으로 나오는 용기를
    내어봤던 그녀였다.

    그렇게 백팩캠핑의 세계로 빠져들었던 그녀이기에 존이라는 사람때문에 그 재미를 내려놓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그와 함께 백팩캠핑을 가 보는 것도 중요했다. 그가 캠핑을 어떻게 즐기는 지를 봐야했기 때문이었다.

    "캠핑 바지와 카멜물통과 와인통을 샀어요. 더 필요한게 있을까요?"
    캠핑 준비를 시작한 그가 쇼핑을 했다며 그녀에게 문자를 보내왔다.

    "혹시 존이 캠핑을 안 좋아할 수도 있으니 너무 많은 것을 사지는 마세요. 그냥 한번 해보는데 필요한건 저한테도 있으니 안 사셔도 되요.
    와인통은 왜 샀어요? 백팩캠핑용 와인통이 있는지는 몰랐네요. ㅎㅎ"
    "그러게요. 저도 이런게 있는 지 몰랐어요. 근데 맥에 갔는데 이런게 있길래 사봤어요. 와인가져가서 산위에서 마시면 좋지 않을까 해서요."
    "당연히 좋겠죠. 근데 그거 불법이잖아요~~~ "
    "딱 두잔정도 나오는 건데요. 와인 두잔이 그렇게 크게 불법일것 같지는 않아요. 원래 산행에 스카치위스키는 비상상비약 아니어요? ㅎㅎ"

    와인을 좋아하는 미자는 존이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반가웠다.


    추신:)그랜드 캐년 백팩캠핑사진은 여기서 보세요~ https://godsetmefree.tistory.com/entry/그랜드-캐년-백팩-캠핑-첫날1-추운-겨울에서-따뜻한-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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