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73년생 이혼녀 미자 - 17
    73년생 이혼녀 미자. 2020. 4. 23. 06:00
    728x90

    다른 여행들이 그랬던 것처럼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도 많은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해 주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여행이었다.

    무엇보다 사실 이 코스를 떠나기전에 준비를 하면 할 수록 처음 가는 곳이라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험한 코스가 전혀 아니었고 기대 이상으로 좋은 트레일이었다는 것이
    다시 한번 미자에게 미지의 세계로 나아감에 있어서 걱정보다는 그냥 해보는 것으로 용기를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특히 힘들지만 좋았다고 하는 코스가 바닷가의 바위들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코스였는데
    바닷가에서 자란 미자에게는 이게 왜 힘들다고 하는 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쉬운 코스였다.
    그때 미자는 다시한번 사람들이 말하는 의견들은 다들 그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기에 경험이 다른 사람이
    그대로 받아들일 의견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이나 캐나다, 유럽 대륙쪽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바닷가근처에서 살아보거나 자라지를 않았기에 바닷가를 따라 걷는
    이 트레일이 너무도 매력적이었고 바닷가의 썰물때의 미역이 자라고 홍합이 자라고 있는 바위위를 걷는 것이 너무너무 위험하고
    힘든 일이었지만 바닷가에서 자란 미자에게는 어릴적 놀이터가 생각이 나며 너무도 쉽고 재미있는 길이었다.

    그 무거운 메낭을 매고도 미끄러운 바위위의 어느 부분을 디뎌야 할지를 알고 있는 미자는 발런스도 잘 맞추며 너무 빨리
    그 구간을 지나갈 수 있었고 도대체 어느 부분이 그렇게 위험하고 험하다는 건지 오기전에 읽었던 많은 사람들의 위험경고가
    어이없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했기에 함부로 사람들에게 이 트레일은 쉽고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은 미자처럼 이런 바닷가 바위를 놀이터삼아 자란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미자의 걱정보다 미자는 체력이 좋았었고 트레일에서의 하루하루를 즐기고 있었다.

    특히 전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은 너무도 좋았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은 전구간에 걸쳐서 여기 저기 캠핑장이 있고 꼭 정해진 캠핑장에서만 캠핑을 해야 하는 관계로
    따로 걷던 사람들이라도 캠핑장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었고 무엇보다 산행을 좋아하는 사람들 특유의 사람좋음으로
    캠핑장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모르는 사람도 함께 모여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책을 읽는것 보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더 좋아하는 미자에게는 딱 이상적인 여행이었다.

    6년을 사귀고 함께 살아오다가 이번에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캐나다로 오며 이 트레일이 꼭 오고 싶었다는
    독일에서 온 커플의 이야기도 듣고 호주에서 오랜기간 함께 살던 남자친구와 헤어져서 혼자 여행을 왔다는 제니도 만나고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다양한 삶의 이이야기를 듣는 것은 너무 즐거운 일이었다.

    유럽의 이런 저런 유명한 백팩캠핑도 다녔왔다는 독일에서 온 커플은 신혼여행답게 와인과 와인잔까지 챙겨와서 놀라웠고
    그렇게 많은 것을 함께 해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단단한 가운데 결혼을 한 커플이 아이를 낳고 키우며 어떻게 살아갈지
    그들의 앞날이 궁금해지기도 한 미자였다.

    전남편과 만난지 3개월만에 결혼을 했던 그녀로서는 그녀의 이혼이 잘 모르는 사람과의 결혼탓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기 때문이었다.

    세명의 딸과 아빠가 함께 온 가족을 만나기도 했는데 그들의 큰딸이 첫번째 결혼에서 얻은 딸이고 둘째와 셋째는 두번째 결혼에서 얻은 딸이라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을 보며 다시한번 이곳 사람들의 이혼과 재혼에 대한 열린 사고를 볼 수 있었다.
    이들에게는 이혼과 재혼이 한국처럼 숨겨야 하거나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지 못할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첫째딸이 멀리 살고 있어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 게 아쉬운 아빠가 큰딸과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 트레일을 제안을 했고
    모든 경비를 대기로 해서 큰딸이 왔는데 다른 딸들은 같이 안 가겠다고 할 줄 알고 그냥 말을 꺼내보았는데 다들 함께 가겠다고 해서
    딸들의 장비를 사주느라 돈을 많이 썼다는 아빠의 넉살은 온 가족이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되어서 행복하다는 말로 들렸었다.

    이런 저런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가진 많은 사람들을 만난 가운데 그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분은 뉴질랜드에서 오신 스티브 할아버지였다.
    70대이신 할아버지는 작년에 부인이 돌아가시고 혼자 여행을 떠나셔서 여행중에 이 코스를 오셨다고 했다.
    그리고 그 캠핑장 한켠에 할머니와 할아버지 이니셜을 새긴 부이를 걸어놓고 계셨었다.

    부인과 함께 오고 싶었던 트레일이었다고 하셨다.
    하지만 할머니 나이 40대 후반 할아버지 나이 50대 초에 만나셨던 두분은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만났을때 이미 할머니는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고생을 하시는 중이였고 그래서 두분이 함께 여행을 다니는 것은 힘이 드셨었다고 했다.
    그렇게 오랜 세월 이런 저런 지병으로 고생하시다가 작년에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돌아가시면서 할아버지에게 남겼던 말이
    "오랜 세월 옆에 있어줘서 고마웠어요. 이제 당신이 하고 싶었던거 해요. 자유롭게. " 라고 말씀을 하셨었다고 한다.

    그래서 장례식을 마치고 정리를 하고 할아버지는 집을 떠나셨고 이렇게 8개월째 여행중이라고 하셨다.
    여행중에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을 하고 싶어서 오셨다고 하셨다.

    할머니 이야기를 하시며 부이에 두분의 이니셜을 새기고 계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은 그 멋진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의 자연풍경과 어울어져
    너무도 한편의 영화같았고 미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이혼을 하며 미자가 제일 슬펐던 것 중에 하나가 이제 그녀가 누군가를 만나도 그녀가 어려서 부터 꿈꾸던 평생을 함께 나이들어 가는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40대의 미자가 다시 누구를 만난다고 한들 아이를 낳을 것도 아니었고 아이를 낳아서 함께 키우지 않은 부부에게 함께 하는 미래가 얼마나
    갈까 싶기도 했고 아이를 낳아서 함께 키우고 나이드는 부부만큼 축복받은 부부는 없다는 생각에 그게 깨어진 것이 많이 슬펐던 그녀였는데
    이 할아버지를 만나며 그녀가 얼마나 좁은 생각속에 갇혀 살고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함께 자식을 낳고 키우지는 않았지만 아프고 힘든 순간 특히 죽어가는 순간까지 옆을 지키며 함께 있어주었고
    그런 이 부부의 사랑이 너무도 아름답게 와 닿았다.

    문득 존이 미자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 준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존에게 아이가 없는 것이 그는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했지만 그래도 미자의 고정관념으로는 아이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어서
    왠지 존이 나중에라도 젊은 여자를 만나서 아이를 원한다며 가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그녀도 모르게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자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양인들과 달리 자식이 없어도 괜찮다는 혹은 자식을 원하지 않는 다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보면서 존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문득 문득 존이 보고싶은 미자였다. 이 순간 이곳에 그가 함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을 해 보는 그녀였다.

    인터넷이나 전화가 터지지 않는 천혜의 자연속에 있는 것이라 그와 연락이 되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애뜻한 그리움이 쌓여가는 중이었다.
    그에 대한 그녀의 감정이 더 뚜렷해 지는 것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함께 있는 순간을 감사하고 그렇게 매 순간을 감사하며 누리며 살겠다고 결심하는 그녀였다.

    트레일의 마지막날 만났던 기억에 남는 분은 지난해에 이 트레일에서 발가락을 잃어버리셔서 그걸 찾으러 왔다고 농담처럼 말씀을 하는 분이었다.
    캠핑의 준비물로 도끼도 챙겨왔던 그 분은 모닥불 준비를 하느라 도끼로 나무를 패고 있었는데 슬리퍼를 신고 나무를 패다가 실수로 발가락을 잘라서
    헬기로 구조되어서 트레일을 떠나야 했었다고 했다.
    다행히 바로 병원으로 이송되어서 잘 치료를 했고 그때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 이 트레일을 오셨다고 했다.
    그때 함께 잘렸던 그 슬리퍼를 신고 오셔서 무용담 삼아 사람들에게 보여주시기도 했다. 이번엔 무사히 완주를 하기 위해 도끼는 안 가져오셨다고.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예전 호주여행 당시 보았던 뉴스도 생각이 나는 그녀였다.
    해변가에서 수영하고 있던 9살 남자애가 상어에 물렸는데 구조가 되어서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퇴원을 하는 날 많은 기자들이 그 엄마를
    인터뷰하고 있었다. 기자들의 다시 아이를 해변가에서 수영하게 하겠냐고 하는 질문에 인상적이었던 그 엄마의 답변.
    "당연하지요. 아이의 상처가 다 낫는대로 우리는 해변가를 가서 수영을 즐길 것입니다. 상어따위에게 우리의 해변을 빼앗길 순 없어요.
    상어에게 물린 상처로 우리 아이가 해변가에서 수영을 하는 즐거움을 빼앗기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같은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그 엄마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었는데 이렇게 여행을 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생각보다
    그렇게 대담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게 당연한 삶의 자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다른사람으로 부터 삶의 용기를 배울 수 있는 것. 이게 여행이 주는 최고의 선물인듯 하다.

    문득 미자는 스스로가 그렇게 그리운 존으로 부터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 두려움을 피해 도망을 할 것이 아니라 맞부딪혀 보리라는 용기를 가져갈 수 있었다.

    Camper Creek에서  Thrasher Cove까지 8 Km-  웨스트코스트 최고의 경치.

    어떤 분들은 이 코스때문에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을 한다고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계셨는데요. 대부분 최고로 꼽으시는 곳이 오웬 포인트입니다. 꼭 썰물의 최하점에 가시는 것이 제일 좋은 곳인데요. 그렇지 않으..

    godsetmefree.tistory.com


    <script async src="https://pagead2.googlesyndication.com/pagead/js/adsbygoogle.js?client=ca-pub-5127668932683022"
         crossorigin="anonymous"></script>

    '73년생 이혼녀 미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73년생 이혼녀 미자 -19  (1) 2020.04.27
    73년생 이혼녀 미자 -18  (0) 2020.04.24
    73년생 이혼녀 미자 -16  (0) 2020.04.22
    73년생 이혼녀 미자 -15  (2) 2020.04.21
    73년생 이혼녀 미자 -14  (2) 2020.04.20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