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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원에서 뜯은 참나물로 만든 참나물 두부무침
    캐나다 (Canada)/캐나다에선 뭐해먹지? 도시락포함 (what to eat) 2021. 5.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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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하우스에 살때 저희집 정원 한구석에는 매년 이맘때면 푸릇푸릇 잘 퍼지는 잡초가 있었습니다.

    저는 마냥 잡초라고 생각했던 것이 나중에 알고 보니 엄마가 동네 한국분께 받아서 심어두었던 참나물이었지요.
    참나물은 생명력이 질겨서 몇뿌리만 심어두어도 해를 거듭하며 열심히 번져서 구역의 경계를 정해두지 않으면 정원에 많이 퍼져버리는
    아이가 되는데요.

    어린 마음엔 정원을 그렇게 만든 엄마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그걸 뜯어서 봄을 향긋하게 즐기길 바라셨던 친정엄마의 마음이
    잘 읽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냥 정원을 지저분하게 만드신게 싫기만 했었던 기억.

    얼마전 친구가 정원에서 참나물을 뜯어서 참나물 두부무침을 했다며 맛을 보라고 주었을 때까지만 해도 제가 참나물을 이렇게
    좋아하는 지 몰랐습니다. 한입에 참나물의 그 향에 반하고 특히 요즘 저의 다이어트 식단과 딱 맞는 두부와의 조합이 이리도
    싱그러울 줄은 몰랐었습니다.

    새삼 예전에 철없이 엄마에게 많이 짜증을 내었던 기억이 죄송해 지더군요.

    결혼 생활동안 친정부모님께는 잘 해드린적이 별로 없었는데요. 결혼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제가 잘 살기를 바라며 물심양면
    저를 도와주시는 친정부모님들께 쏟아내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딸이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여러모로 도와주시는 부모님만 아니었어도 좀 더 마음 가볍게 결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참고 사는 동안 쌓이는 스트레스를 괜히 거기다 풀고 있지는 않았었나 하는 반성도 가끔 들기도 하는데요.

    그렇다고 해도 그때가 제가 30대였을 때니 30대도 아직 철이 안들었었네요.

    지금 돌아봐도 딸이 잘 살고 조금 더 행복하길 바라시는 마음에 이런 저런 조언을 하시고 도와주시고 잔소리를 하시고 하셨는데
    그때 당시에 저는 삶이 힘들어 지면 그런 잔소리를 하신 엄마를 탓하고는 했었나봐요. 이게 다 엄마때문이라고....
    엄마가 아니었으면 이민을 오지도 않았고 그렇게 큰 집도 살 생각도 안했을 텐데 그때는 남편없이 혼자 어린 아이데리고 이민을 와서
    그 큰집을 관리하고 사는 것이 너무도 스트레스이고 힘들었었거든요.

    그렇게 큰 집에 사는 것이 딸의 성공인양 좋아하시던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다른 계획과 함께 그렇게
    했었고 결과적으로 그건 이민과 함께 굉장히 잘 한 선택이었음에도 그때 그때 정말 힘든 순간에는 그런 결정을 하게 등을 떠밀고
    꼬신 엄마를 많이도 원망했었던듯 하네요. 아마 그래서 엄마의 참나물이 더 미웠었던것 같아요.
    참나물을 심어주신 엄마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이 아닌 엄마가 일거리를 하나 더 주신것 처럼 짜증을 내었었네요.
    된장찌개에 넣어 먹었던 참나물이 향긋했음에도 그 큰집에서 어린 아들과 둘이 먹는 된장찌개는 맛있지 않았었으니요.

    친구의 참나물두부 무침을 먹으며 그때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그리고 새삼 엄마에게 죄송해지기도 했네요.
    당신은 딸이 당신과는 다른 삶을 살기를 바라며 엄마가 생각한 방법은 한국을 떠나서 살아야만 그게 가능할것이다고 생각하셔서
    늘 한국남자와는 결혼하면 안된다와 외국에서 살아라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씀하셨던 엄마.

    저는 한국이 좋아서 엄마의 그 말들을 다 무시하고 한국남자와 결혼하고 한국에서 살고 싶어서 돌아가기도 했었는데요.
    결국 결혼하고 이민을 하고 시민권을 받고 다시 돌아가서 한국에서 살고자 노력을 하였으나 결국은 이렇게 다시 캐나다에서 살며
    캐나다 남자와 연애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 요즘을 보면 엄마 말씀이 맞았구나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 삶을 살아가야 했던 저로서는 엄마가 그렇게 나를 꼬시고 등떠밀지 않았다면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하기는 한데요.

    그래서 아들에게는 아무 이야기를 안하려고 노력을 참 많이 합니다.
    눈에 보이는 뻔히 좋은 길이 있어도 그 길을 안가고 돌아가겠다는 아들에게 '그래, 너의 인생이니 니 마음대로 하여라.' 하고
    쳐다만 보고 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라는 것을 절실히 깨닳고 있는 요즘인데요.

    어떤 길을 가든 그 길을 걸어가는 것은 아들이고 그 길에서 그 아이 스스로가 깨닳아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옆에서
    기도만 할 뿐입니다.
    내가 이끌어주지는 못하는 길 주님께서 인도해 주시길 바라면서요.
    '

    엄마와 과거기억을 많이 떠올리게 했던 참나물 두부 무침.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친구네 정원 한 구석에 이렇게 많이 올라오고 있는 참나물. 만들어 놓은 걸 먹어보지 않았다면 저 혼자 이걸보면서 참나물이다 라고
    알아보지는 못했을 듯요.

    조금 더 연한 색으로 새로올라오는 참나물을 열심히 뜯어보았습니다.
    생각보다 허리가 좀 아픈 작업이더군요. 이게 제 정원에 있다면 매일 아침 뜯어서 먹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했네요.
    아직은 여행의 삶이 많이 남아있어서 하우스에 살고 싶다는 생각만 하지 하우스로 이사를 갈 생각은 못하는데요.
    나중에 여행이 끝나고 나이가 더 먹고 나면 작은 하우스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땅에서 이런 저런 것들을 키워 먹으며 생활하고 싶어서요. 이런 분주한 도시를 떠나 산과 호수가 있는 어느 한적한 시골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네요. 언젠간 그렇게 살고 있을 저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니 지금은 친구네 정원을 즐깁니다.

    이렇게 소금넣고 팔팔 끓는 물에 데쳐내시면 끝인데요. 저는 전부 다 넣고 데쳤지만 줄기와 나뭇잎부분을 분리를 해서 줄기를 먼저
    데치다가 잎을 넣어서 데치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어차피 데치고 나서 짤라서 무치게 되니 그렇게 하시면 잎을 더 연하게
    데칠 수 있어서 좋을 듯요.

    간장, 참기름, 소금만 있으면 이렇게 향기로운 참나물 두부무침 끝~

    맛있게 무쳐서 다른 친구에게 선물로 주었더니 너무 좋아하더군요.
    이제 조금 있으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내 30년지기 친구에게 밴쿠버의 봄을 맛볼 수 있게 해서 참 좋았습니다.
    맛있는 건 나눠 먹을 수록 더 맛있어 지는 듯요.

    이런 나물이 이렇게 좋아지다니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맞는 듯 합니다.

    고사리를 말리고 참나물을 무쳐먹는 사진을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보내었더니 한국에 있는데 캐나다라고 뻥치는 것 아니냐고 놀리더군요.
    나이 들 수록 한국이 더 그리워지고 특히 먹거리가 많이 그리워집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더 한국의 많은 것을 밴쿠버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어서 해외살이는 더 쉬워진듯요.

    요즘 한창 딸을 그리워하는 엄마는 요즘도 '너는 엄마 몫까지 더 재미있게 살아라.' 라고 하시는데요.
    이렇게 이민을 오지 않았다면 엄마옆에서 살았을 텐데 싶은 마음에 자주 찾아뵙지 못함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이게 엄마가 나에게 원하셨던
    삶이기에 더욱 열심히 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오늘도 맛있는거 먹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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