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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간녀가 고맙네요.
    이혼이야기 2023. 1.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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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간녀가 고맙네요.

    종가집 장손의 맏며느리로 18년을 살았었는데요.

    아이가 어릴때는 그 먼 캐나다에서 11시간 비행기타고 들어와서 공항에서 시골까지
    차 막히는 귀성전쟁에 참여를 해서 8시간 차 타고
    시댁에 도착하면 이미 녹초가 된 몸으로 제사음식 준비를 하던 때도 있었는데요.

    이혼한지 8년차.

    아주 조용한 구정을 맞이했습니다.

    시장에 가서 전과 잡채 등을 조금씩 사구요.

    전을 사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어찌나 길던지
    그 긴줄에 서서 기다리며 세상이 참 많이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을
    또 한번 했네요.

    이제는 간단하게 사서 손님맞이를 해도 괜찮은 세상이 되었더라구요.
    아니 그러는 사람들이 많아진거겠지요.

    어떻게 보면 이혼한 사람으로서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 설명절.

    저는 되려 감사함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제서야 오롯이 저를 챙길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니요.
    귀성길 전쟁에 참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감사하고,
    하루 종일 전을 굽다가 허리 아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감사하고,
    아침 설겆이 끝나고 돌아섰는데 점심을 차려야 되는 일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사다놓은 전이나 맛있는 음식 먹으며 티브이를 보거나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시간.

    그렇게 감사를 하다보니 나에게 이런 시간을 가지게 해준 상간녀에게도 고맙네요.

    제 블로그를 보며 저를 비웃고 있던 그 마지막 상간녀가 아니었다면
    이혼을 결심하지는 못했을 것 같은데요.
    결심하고 실행하게 해준 계기가 되어준 것은 고맙네요.

    "외로움이 찾아오면 반갑다고 해주세요.
    이제 온전히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온거니까요. ”
    외로움 수업 - 김민식

    책을 읽다가 그래,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건 아니었구나 하는 반가움도 있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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