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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 살고 계신 부모님을 보며 나는 꼭 누군가와 같이 살아야겠다 생각합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나이드신 부모님과 함께 걸어가는 삶 2022. 5.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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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2월에 작성한 글.

    일년에 한두번은 들어오던 한국을 코로나가 터지고 2년 반을 한번도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더 이상 한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으로 한국방문이 너무 힘들어진 탓도 있지만 부모님들이 절대로 들어오지 말라고 하셔서 였는데요.

    "아빠가 치매에 걸리신거 같다고 연락이 왔어..."

    라는 오빠의 전화 한통에 바로 한국으로 들어올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82세의 아빠, 81세의 엄마.
    이런 연락에 놀랄 연세는 아니지요.

    오빠에게 연락을 하신 분은 아빠가 사시는 동네 주민센타에서 독거노인들을 관리하시는 분이신것
    같았는데요. 아빠의 상태에 대해 보호자인 오빠에게 연락을 하신것이었습니다.

    연락을 받기 일주일전에도 아빠와 1박2일 여행을 갔다왔던 오빠도 느끼지 못하고 매주 전화통화를
    하던 저도 알지 못했던 아빠의 상태를 다른 분이 알아차렸다는 것에 놀라서 바로 한국으로 들어올
    준비를 시작을 했었는데요.

    한국 방문에 필요한 비자를 받기까지 2달이 걸리고 쉽지 않은 일이라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기에
    좀 더 검사 결과를 보고 결정을 하라는 오빠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바로 비자 발급을 추진을 하였었네요.

    한달 쯤 뒤에 오빠한테 또 전화가 옵니다.

    "뇌 MRI 찍으셨는데 의사가 아직 치매는 아니시라고 하네. 안 들어와도 될것 같아. "

    원래 난청이 있으셨는데 보청기 착용을 너무 싫어하셔서 난청이 심해진것 같고 잘 안들리셔서
    엉뚱한 대답을 하시는 것을 잘 모르는 주민센타 직원분이 착각을 하신 것 같다고.
    난청은 어차피 치매가 빨리 진행이 되니 언젠가는 치매가 오실 것 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아니다라는 결과.

    다행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치매가 아니시니 더욱 한국으로 들어와서 부모님 건강하실때 좋은 추억
    많이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 입국을 계속 준비하였습니다.

    "코로나가 이리 심한데 어딜 들어온다는 거냐. 너는 절대로 한국을 오면 안된다."

    라고 역정을 엄청 내시는 아빠의 말씀을 거역하고 2달을 이런 저런 서류준비에 새벽부터 영사관앞에서 줄을 서는 등의 여러 난관을 뚫고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저희 엄마,아빠는 정신적으로 헤어지신지는 아주 오래되셨고 살림까지 완전 분리를 하며
    헤어지신지는 10여년이 지났는데요. 그 후로 서로 전화통화 한번을 안하시고 절대 얼굴을 마주하는
    일이 없는 사이로 사시고 계십니다.

    그래도 이혼은 서로가 못한다는 입장이셔서 요즘처럼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때도 1가구 2주택으로 꿋꿋이 각자의 집에서 혼자 생활을 하고 계시지요.

    만약 부모님이 이렇게 독거노인으로 혼자 사시지 않고 같이 살고만 계셨어도 제가 이리 힘든
    한국행을 결정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을 합니다.

    혼자 사시는 연로하신 부모님을 바라보는 자녀의 심정을 요즘 너무 체감하고 있는데요.

    두분 다 돌아가실때 까지 각자 매달 수백만원의 연금을 받으시는 분들이고 각자 명의로 대출금 하나 없는 30평대 아파트가 서울과 부산에
    있으신 분들이니 진작에 이혼을 하셨으면 좋은 분 만나서 누군가와 살고 계실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는데요.

    그랬다면 자녀로서 부모님의 노년을 바라보는 것이 훨씬 쉬웠을 것 같습니다.

    어려서는 늘 싸우시는 모습으로 제 속을 끓이시더니 나이드셔서는 독거노인의 삶으로 제 속을 끓이십니다.

    두분의 선택으로 만들어낸 지금이니 어찌보면 독거노인을 선택하신 두분의 선택을 지지해 드리고 그냥 바라만 봐도 될것 같아 보이지만 타국에서 부모님과 통화만 했던 저는 두분이 어떻게 사는지 직접 확인을 하고 저의 걱정을 정리해야 할 것 같아서 한국에 오는 결정을 하기도 했는데요.

    예전에 어머님이 60세에 재혼하는 것을 반대했던 아들이 그 어머님이 70대가 되고 나니 재혼해 주신
    어머님께 감사한다며 했던 말이 떠오르는 요즘입니다.

    "아버님 돌아가시고 혼자 사시던 어머님이 60세에 재혼을 하시겠다고 하셔서 반대를 많이 했었는데요
    어머님이 70대이신 지금은 그때 재혼해주신 어머님이 참 감사해요. 왜냐하면 어머니 혼자 살고 계셨다면 혹시 집안에서 넘어지셔서 쓰러져 계시지나 않을까 혹은 심장마비나 뇌경색이 오셔서 쓰러지셨는데 내가 모르면 어쩌나 걱정일 텐데 지금은 새아버지가 옆에 계시니 적어도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바로 보고 연락을 해 줄 사람이 있는 것이니요. "

    몇년전 그 말을 들었을 때도 그리 크게 마음에 와 닿지 않던 말이 요즘은 너무도 마음에 와 닿습니다.

    독거노인으로 사는 나를 걱정할 아들을 위해서 라도 나는 나이들어서 꼭 누군가와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니면 바로 실버타운으로 들어가서 살 각오를 합니다.

    제발 시설좋은 실버타운에 들어가서 사시라고 말씀을 드려도 본인들 고집에 그건 싫으시고 혼자
    아파트에서 사시는 것을 보며 자식들의 걱정에 대해서는 조금도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부모님.
    그 나마 엄마는 실버타운을 들어가서 사시는 시도는 하셨는데 몇달을 못 버티고 나오셨네요...ㅠㅠ

    돈이 많으면 좀 편히 쓰고 사셔도 될텐데 돌아가실 때 가지고 가지도 못할 돈을 왜 저리도 끌어안고 계시는 건지...
    자식들 준다고 그러시는 지는 모르겠으나 그 유산이 필요한 자식들도 없고 그 돈이 반가운 자식들도 없는 데 말이지요...
    어차피 상속세로 다 낼 돈 그냥 쓰고 편히 사시는게 자식들을 위한 길이라는 것을 모르시니...ㅠㅠ

    들어오지 말라는 아빠의 명을 거역하고 한국에 들어온 딸이 마음에 안드시는지 아빠집에 온지 일주일이 되었는데도 아직 저와 단 한끼의 식사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당신의 루틴과 식단이 있어서 딸이 열심히 준비해서 좋아하시는 반찬들로 차려 드린 상에는 수저 한번 들지 않으시고
    한입 사이즈로 자른 여러 과일들로 유혹을 해 보았지만 포크 한번을 안 드시네요. ㅠㅠ
    매일 5시간씩 운동을 하시고 단골 식당에서만
    식사를 하시는 아빠

    효도를 하고 싶을때는 이미 부모는 안 계시더라 라는 말을 기억하며 건강하실 때 효도하고 싶어서 왔는데...
    효도를 하고 싶으나 받아줄 아빠가 아니신거네요.

    부모님을 보며 나는 저런 부모가 되지 말아야지 하고 다시 한번 다짐해 봅니다.

    그래도 이리 옆에 들어와서 잘 지내고 계신것을 확인하니 제 마음은 편합니다.
    그걸 위해 들어왔나 봅니다.

    "부모님한테 뭘 해드린다고 생각하지 말고 당신이 하고 싶은 일 한다고 생각하고
    들어가요. 나중에 당신이 후회를 덜 할 수 있게... 당신 부모님이 스스로 선택하고 원하는 삶을 살고
    계신 것 처럼 그냥 당신도, 당신이 하고 싶은 일 한다고 생각하면 덜 속상하지 않을까요? "

    2달동안 비자 준비하며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아빠가 들어오지 말라고 하는데 들어가려니 속이 상한다는 나에게 남자친구가 해 주었던 말.
    이 말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봅니다.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온 거니 아빠도 아빠 마음대로 하시는 것에 서운해 하지 말아야겠네요.

    다시한번 내가 주고 싶은 사랑보다 상대가 받고 싶은 사랑을 줘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일인지
    체감합니다.
    그냥 내가 드리고 싶은 사랑 좀 받아주시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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