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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톱이 빠졌습니다.
    이혼이야기 2017. 6. 16.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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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날 아침 스트레치를 하다가 문득 발에 뭔가의 허전함을 느꼈습니다.

    얼마전 여행가기전에 곱게 열발가락 발톱에 예쁘게 색을 입혀두었었는데..

    한개의 발톱이 허연 속내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평소의 발이었다면 원래 패디큐어를 잘 하지 않기에 눈에 띄지 않았을 텐데

    열개의 발톱에 나란히 패디큐어를 해 두었기에 어린아이의 한개 빠진 앞니처럼

    눈에 도드라지게 들어옵니다.


    '어? 이게 뭐지?'

    처음에는 의아하기도 하고 뭔일인가 싶다가 얼른 기억이 났습니다.


    지난 3월 그랜드캐년 백팩캠핑을 했을때 트레킹을 완주하고 돌아와 누워 발톱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었지요. 살짝 들리면서...

    그래도 앞으로의 여정과 그냥 빠지면 너무 아플것 같아서 반창고로 감아두었었는데요.

    몇일을 그렇게 반창고로 감고 생활을 했더니 다시 붙은 것도 같아서 괜챦구나.. 하고 살았었지요.


    그뒤 색깔이 살짝 변한 발톱을 보기도 했지만 아프지 않았기에 신경을 안쓰고 있었는데요.


    오늘 이렇게 인사도 못하고 떠나보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어디서 어떻게 이별을 고했는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그 자리에 아주 못난이 인형처럼 이상한 형태로 자리를 잡기위해 애쓰고 있는 새 발톱을

    보았습니다. 지금은 아프지않게 자리잡기에만 열중을 하고 있어서인지 안 예쁜 모습의 발톱이지만

    나중에 다 자라면, 자리를 잡으면 다시 예쁜 발톱의 모습을 보여주겠지요.


    문득 사람의 이별도 이렇게 하면 좋겠다 생각해 보았습니다.


    살다가 어떤 사고나 충격이 피해갈 수 없게 왔다면 이 발톱처럼 바로 빼어버리고 상처치료를 하고 빨리

    낫기위해 애를 쓸것이 아니라 그냥 덮어두고 내 안에서 나의 상처나음에만 신경을 쓰고 

    그렇게 내실을 다지고 있다보면 아프지 않게 때가 되면 언제 이별을 고했는 지도 모르게 떠나보내고

    그때의 나는 아플지라도 또 그렇게 열심히 새살을 돋우며 낫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이별에는 그 사고나 충격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아파할것이 아니라

    그냥 다른일에 신경을 집중하고 내 안에 내실을 다지며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때가 되면 정리가 되어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해 보았습니다.


    발톱이 살짝 들렸을때 반창고를 붙이며 사실 그대로 그냥 나아서 다시 발톱이 잘 붙어있기를 바랬었습니다.


    예전에 그랬던 적도 있었거든요.

    예전에도 그냥 잘 반창고를 붙여 놓으면 다시 자리를 잡았듯이 이번에도 그러길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저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발톱은 빠지고 새 발톱은 속에서 이미 자라고 있었습니다.


    사람의 이별도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발톱이 빠진것을 눈치도 채지 못 하고 있었기에.

    그렇게 이별도 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아프지 않게 지나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그러면서 또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발톱처럼, 애쓰지 않아도 내것이면 그냥 머물러 있을 것이고 내것이 아니라면 떠나가는 것 아닐까..


    사람의 인연도 이와 같아서 

    애를 써서 내 옆에 붙잡아 두는 것이 아닌 그냥 문득 돌아봤더니 옆에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내 사람인거 아닐까...


    전혀 신경도 못써줬는데 빠진 발톱 밑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해 상처를 다잡고 아물고 있는

    못난이 발톱에게 마냥 고마운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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