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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같은 인생을, 축제 같은 인생으로 - 이서원책 이야기 2025. 10. 31. 05:30
이 서원님의 책 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를 참 재미있게 읽었었다.그런데 이 분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에 바로 밀리의 서재로 들어가 읽었다. 이번에도 걸으며 읽기에 아니 듣기에 부담없이 술술 편한 책이었고 공감이 가는 부분들이 많았다.비슷한 나이여서 그런가 많은 상담을 통해 풀어내시는 이야기여서 그런가 더욱 그랬다. 사실 이 책에서 제일 내 마음에 와 닿았던 내용은 이서원님의 형님이 돌아가시면서 했다는너의 삶을 살아라 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나의 삶을 살고 있을 까? 나의 삶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많은 생각을 해 보게되었던 부분이었다. 내가 나로 살아서 생긴 병. 그렇다면 그 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나를 바꿔야 한다는 말도 참 많이 와 닿았다.이서원님의 형님은 그를 못 바꾸고 아프면서도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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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뇨?치매아빠와 함께 살아가기 2025. 10. 28. 05:30
2025년 8월 10일 일요일 저녁에 아빠가 나에게 내집에 가서 자고 오라고 하셨다. 아빠한테는 그러겠다고 나갔다가 저녁약속을 마치고 아빠가 주무시겠거니 생각하며 들어갔던 집에서 아빠는 거실에 누워 계셨다. 자고 오라고 했는데 왜 왔냐고 하시며 불을 켜지 말라고 하셨다. 사람들이 공사를 하고 있어서(아빠의 망상과 환시 환청에 의한 생각) 불을 키면 안된다고 하셔서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는 컴컴한 집안을 핸드폰 불빛에 의지를 해서 씻고 잘 준비를 하고 잠을 청했다. 다음부터는 자고 오라고 하면 그냥 내집에 가서 자고 와야겠다. 8월 11일 월요일이라 나의 건강을 위해 시작한 12시에 줌바댄스 오후 4시 라인 댄스를 집 근처 체육센타에 가서 하고 5시에 마치고 집에 오니 아빠가 갑자기 저녁을 먹자고 하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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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도 드라이브치매아빠와 함께 살아가기 2025. 10. 24. 05:30
2025년 8월 7일 몇일동안 차를 가지고 남해로 떠나자고 하셔서 렌트카를 빌렸다. 남해는 멀어서 못 가고 요즘 아빠 상태로 남해를 가 봐야 별로 좋은 여행은 안 될 것 같아서 남해여행을 원하시는아빠에게 남해대신 서해를 보여드리자 싶었다. 집 근처에서 렌트카를 가져와서 당일치기라 가볍게 집을 나서며 휠체어를 차에 실었다. 내가 몰아보고 싶었던 작은 레이를 렌트해 봤는데 뒷좌석에 휠체어가 잘 실렸다. 그리고 뒤로 젖히고 누워서 가고 싶으셨던 아빠는 조수석에 타셨다.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시원한 아주 덥지만 차안의 에어컨으로 기분 좋은 드라이브가 되었다. 가다가 시화방조제휴게소에 들렀는데 화장실을 다녀오신 아빠는 나에게 먹고 싶은 것을 사먹으라고 하셨다.그리고 당신은 시원한거 한잔 달라고 하셔서 기운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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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는 길을 먼저 간 선배의 조언치매아빠와 함께 살아가기 2025. 10. 21. 05:30
2025년 8월 1일2024년 가을 아빠를 모셔야 하는 날이 점점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들어온 한국에서 2008년부터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여수 돌산도에 있는 흙집 언니에게 상황을 이야기 하니 언니는 내 집은 꼭 가지고 있어야 된다고, 잠깐이라도 가서 스트레스를 풀어내고 올 수 있는 공간은 꼭 필요하니 아빠 집으로 들어가지는 말고 내 공간은 꼭 남겨두라고 해서 충정로에 오피스텔을 비워두었었다. 그런데 이 오피스텔이 이렇게 스트레스를 푸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생각해 보면 짧은 시간일 수도 있는 금요일 밤에서 일요일 새벽 6시까지의 시간. 이 시간이 아버지와 함께 있는 시간에 발생하는 많은 스트레스들을 이렇게 잘 푸는 시간이 될 줄은 몰랐다. 역시 경험해 봐야 아는 일들이 있는데 이 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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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반복의 망상치매아빠와 함께 살아가기 2025. 10. 17. 05:30
2025년 7월 31일한 몇일 얌전한 나날들을 보낸 아빠는 다시 망상의 사이클로 들어가셨다. 어제 밤에는 계속 거의 2시간 간격으로 또 부르시면서 환기를 시켜야 한다고 창문을 열어라 하셨다가 창문을 닫아라 하셨다가 또 창문을 열어라 하셨다가 그런 요구를 무한 반복 되풀이 하시는 밤을 보냈다. 그러다 잠깐 잠에 들었나 싶었는데 새벽에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가보니 아빠는 당신의 방에 계시지 않았고 현관문을 열고 밖에 서 계셨다.본인도 이 현관문이 닫히면 당신이 열지 못한다는 기억은 남아 있으셨는지 현관문을 붙잡고 밖에 서 계셨다. 여전히 아랫도리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으신 채 밖에 서 계시는 아빠를 혹시나 누가 볼까봐 얼른 들어오시라고 했더니 나보고 현관문을 잡고 서서 기다리라고 하셨다. 탕수육이 배달 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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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아빠를 돌보는 딸이 본 영화 "네브라스카"치매아빠와 함께 살아가기 2025. 10. 14. 05:30
추석 연휴,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네브라스카라는 영화를 봤다. 우연히라기 보다는 페북에서 어느 분의 추천글을 읽고 찾아본 영화였다.흑백의 로드무비는 시작부터 나를 훅하니 잡아 끌었다. "아니 나랑 비슷한 고민에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이 미국에 2013년에도 있었네." 라는 생각을 문득 하다가 아... 이런 경험을 지금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세상에서는 정말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까 새삼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영화는 알콜중독에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있는 주인공의 아버지가 길을 걷다가 경찰의 도움으로 다시 집으로 오시는 것으로 시작을 한다.아들이 어디로 가시는 거였냐고 물으니 아빠는 백만달러에 당첨이 되어서 그 당첨금을 타러 네브라스카로 가야 한다고 말씀을 하시며 계속 집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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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식사를 거부하시는 아빠의 이유치매아빠와 함께 살아가기 2025. 10. 10. 05:30
2025년 7월 30일 투뿔 한우 아롱사태에 도가니, 사골, 소꼬리뼈에 우족까지 사서 나의 특수 곰국을 끓였다.캐나다에 살면서 내가 제일 잘 하게 된 요리가 이 곰국을 끓이는 일이었는데 캐나다 사람들은 잘 먹지 않는소의 특수부위들이 가격이 한국과 비교해 보면 많이 저렴해서 양껏 사다가 푹 끓여서 내 요리의 베이스로 쓰고는 했다. 계속 기름기를 걷어내며 푹 우려낸 곰국을 지퍼백에 한번씩 먹을 분량으로 나눠 담고 냉동실에 잔뜩 얼려두면 내 마음도두둑해지고는 했었다. 아들이 어릴때부터 사골국 베이스로 밥을 주면 잘 먹어서 김치찌개나 떡볶이도 사골 국물로 만들었다.그렇게 냉동실에 얼려둔 사골국은 선물용으로도 좋아서 어린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 감기에 걸렸거나 아이가 아프다고 할때꺼내서 들고가서 선물로 주기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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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만에 요양보호사 교체를 결정했다.치매아빠와 함께 살아가기 2025. 10. 7. 05:30
2025년7월 23일요양보호사가 오기 시작한지 한달도 되지 않은 시점부터 교체를 심각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다.처음에 이분으로 했던 이유도 분명히 그대로 있었다.1. 우리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사시는 분 (그래서 혹시라도 내가 요청하면 비상시에 나를 도와주실 수 있는 분. 물론 거기에 상응하는 댓가는 드린다.)2.시간에 매여있지 않으신분 (주말에도 잠깐 아빠를 들여다 볼 수 있으신분) 3. 치매를 잘 이해하고 계신분사실 1번 2번은 나의 기대사항이었고 3번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하지만 처음 우리집에 요양 보호사로 오신분은 사회복지사였다가 요양보호사는 처음 하시는 것이라고 하셨고 그러다보니 나도 처음이라 정신이 없는데 나보다 더 힘들어 하시는 것이 눈에 보여서 기회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점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