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
소변줄 제거에 실패를 했습니다.치매아빠와 함께 살아가기 2026. 3. 31. 05:00
다행히 아빠의 폐렴이 좋아지셔서 일반병실로 옮기고 24시간 개인 간병인을 붙였지만 병원에서는 아빠의 묶인 팔을 푸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있을 사고를 방지하려고 한다는 말에 아빠가 당신이 원하시는 일상을 사시기 위해서는 집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그리고 개인 간병인도 아빠가 남자이고 치매라는 말에 쉽게 구해지지 않아서 제일 비싼 간병인을 고용해야 했다. 환자 상태에 따라서 간병비가 달라지는 것이 당연한 일일텐데 생각을 하지 않고 있어서 그런지 살짝 놀랐었다. 하지만 아빠를 잘 케어해 주셔서 감사했고 아빠가 퇴원을 해서 집으로 가시면 집으로 같이 가셔서 개인 간병을 해 주시지 않겠냐고 여쭈었는데 집에서 간병은 안한다고 하셔서 아쉬웠다. 간병인 분들을 찾으며 어떤 분은 가정 간병은..
-
꽃을 찾아 떠난 여행전세계 백패킹 2026. 3. 27. 05:00
2026년 3월 10일 - 13일 꽃소식이 들려오는 3월 초순이라지만, 몸 끝에 닿는 공기는 여전히 맹렬한 기세를 떨치던 날이었습니다. 남도의 꽃소식을 따라 아들과 함께 백패킹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구례의 산수유와 광양의 매화. 늘 사진과 소문으로만 접하던 그 풍경을 직접 마주하고 싶어 백패킹 커뮤니티와 AI의 조언을 빌려 꼼꼼히 동선을 짰습니다. 백패킹이 처음인 아들을 배려해, ‘백보킹’ 수준으로 접근이 수월한 구례 사성암 뒷마당을 첫 목적지로 정했습니다. 구례에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풍경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평일임에도 유명 맛집 앞은 인산인해였고, 대기 번호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뒷순서에서 재료 소진으로 영업이 마감되었습니다. 운 좋게 마지막 손님이 되었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요...
-
세속의 철학자들을 읽고책 이야기 2026. 3. 24. 05:00
한국에서의 생활이 깊어지며 시작한 독서모임은 제게 일종의 ‘지적 망명지’와 같습니다. 혼자라면 절대 들춰보지 않았을 벽돌 같은 책들을, 오직 ‘함께’라는 동력 하나로 완독해내는 경험은 5,000원의 공간이용료가 무색할 만큼 값진 사치니까요. 이번에 우리 모임이 함께 길을 잃고 헤맸던 지도는 로버트 하일브로너의 고전, 《세속의 철학자들》이었습니다. 읽으면서도 정리가 되지 않았고 독서모임에 가서도 완전히 잡히지 않던 이 책의 제게 있어서의 쓰임이 모임을 마치고 집에 와서 후기를 쓰기 위해 재미나이와 대화를 하다가 완성이 되었습니다. 애덤 스미스부터 슘페터까지, 경제학 거인들의 삶과 사상을 훑어내려가는 이 여정은 단순히 과거의 기록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책장을 덮으며 자연스럽게 오늘날의 가장 뜨거..
-
밴쿠버에서 저렴하게 미식여행을 할 수 있는 그랜빌 아일랜드 퍼블릭 마캐나다 (Canada)/광역벤쿠버 즐기기 (Vancouver) 2026. 3. 20. 05:00
2026년 1월의 밴쿠버. 새해의 설렘보다 먼저 피부에 와닿는 것은 무섭게 치솟은 물가다. 이제 괜찮은 식당에서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하려면 지갑을 열 때마다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해졌다. 여행자에게도,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로컬에게도 '미식'은 점차 부담스러운 사치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고물가 시대에 내가 밴쿠버 로컬로서 여전히 사랑하고, 또 여행자들에게 기꺼이 추천하는 곳이 바로 그랜빌 아일랜드 퍼블릭 마켓이다. 식당의 서비스 비용과 팁, 치솟은 외식비를 생각한다면, 이곳은 가장 합리적이면서도 풍성하게 밴쿠버의 맛을 경험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와도 같다. 밴쿠버의 그랜빌 아일랜드 퍼블릭 마켓은 언제나 활기차다. 오래된 공장 지대의 거친 숨결 위에 예술과 미식이 덧입혀진 이곳에서, 나는 ..
-
아빠를 향한 목표가 바뀌었다.치매아빠와 함께 살아가기 2026. 3. 17. 05:00
2025년 9월 30일 보험 적용이 되는 항생제들이 아빠의 폐렴균과의 전쟁에서 속속 패배를 선언했을 때, 내 마음은 벼랑 끝에 선 듯 아득했다. 더는 내어줄 카드가 없다는 주치의의 말은 사형선고보다 차가웠다. 하지만 마지막 구원투수로 투입된, 비보험의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고단위 항생제가 기적처럼 판세를 뒤집었다. 그 비싼 이름값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빠의 폐렴 수치는 눈에 띄게 좋아졌고, 마침내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금식 해제'라는 감격스러운 허락을 받아냈다. 몇 주간의 지독한 굶주림 끝에 허락된 첫 식사는 멀건 미음이었다. 하지만 평소 전복과 인삼, 신선한 회 같은 귀한 음식만 고집하시던 아빠의 미각이 그 밍밍한 미음을 순순히 받아들일 리 만무했다. 제발 한 입만 드셔보시라, 이게 들어가야 기운을 차리..
-
나의 첫 백패킹은 그랜드 캐년이었다.전세계 백패킹 2026. 3. 13. 04:59
이혼 후, 나는 길 잃은 마음을 다잡기 위해 미친 듯이 산을 올랐다. 발바닥에 닿는 흙의 감촉과 가쁜 숨만이 내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던 시기였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산악회에서 만난 '그녀들'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랜드 캐년 백패킹을 떠나자는 제안이었다. 백패킹도, 그랜드 캐년도 내 생애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미지의 영역이었지만, 나는 홀린 듯 그 제안을 덥석 잡았다. 나를 움직인 건 장엄한 협곡의 풍경보다도, 함께 떠날 그녀들의 삶 그 자체였다.팀의 리더인 예순다섯의 폴란드 이민자 라나, 예순 생일을 맞이하는 싱글맘 케이, 영어도 잘 못하던 그리스 남자와 사랑에 빠져 20대에 결혼을 하고 딸이었던 아들이 있는 예순 한살의 수잔, 그리고 홍콩에서 십대때 건너와 자기가 떠나던 날의 홍콩의 ..
-
한폭의 수묵담채화와 같은 설경을 즐길 수 있는 마산봉전세계 백패킹 2026. 3. 10. 05:00
강원도에 눈이 많이 왔다는 소식에 백패킹 커뮤니티를 살피다 운명처럼 ‘마산봉’ 모임 글을 발견했습니다. 서울에서 평일에 카풀로 떠날 수 있는 귀한 기회, 마산봉이 정확히 어디인지 어떤 산인지도 모른 채 덥석 신청부터 했습니다. 뒤늦게 검색해 보니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2.2km, 하지만 고도를 500~600m나 높여야 하는 만만치 않은 ‘깔딱고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무거운 배낭을 메지 않았던 터라 일행에게 민폐가 되진 않을까, 힘들면 중간에 혼자라도 텐트를 쳐야 하나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그때 마침 읽고 있던 마이클 이스터의 **《편안함의 습격》**이 제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책은 현대인이 적정 온도와 무한한 칼로리, 도파민에 중독되어 회복탄력성을 잃었다고 지적하며, 일 년에 한 번쯤은..
-
시모어산 눈산행캐나다 (Canada)/산행(Hiking) 2026. 3. 6. 05:00
캐나다 광역 밴쿠버에는 스키장이 세개가 있습니다.관광객들에게 제일 유명한 그라우스 마운틴 스키장과 로컬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사이프러스 와 시모어 스키장.그 중에서 저희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은 시모어 스키장이라 거실 창문으로도 늘 바라보고 있는 시모어 산으로 눈산행을다녀왔습니다. 유난히 눈이 없다는 2026년의 1월이지만 거실에서 바라보는 시모어 산의 정상쪽은 눈이 보이길래 그곳에는 눈이 쌓여있음을확인을 하고 멋진 일몰이 보고 싶어서 날 좋은 날을 택해서 시모어로 향했습니다. 따뜻한 보온 도시락에 닭죽을 끓여서 담고 보온이 잘 되고 예쁜 핑크빛 물병에는 생강차를 타서 준비를 하였습니다. 저녁에 추운데 석양을 보며 마실 한잔의 생강차의 달콤함에 준비를 하면서 벌써 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입니다. 시모어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