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호수 패들
    캐나다 (Canada) 2020. 9. 22. 06:00
    728x90

    얼마전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거기에 이런말이 나옵니다.

     

    중국의 소설가 왕멍은 어떤 일을 하지 않는 것을 가리켜 '저조원칙'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의 인생철학을 담은 책 "나는 학생이다"에 나오는 말이다.

     

    "'저조'란 진보하려 하지 않는 것, 그럭저럭 지낸다는 뜻이 아니다. 저조라 해서 근근이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며,

    아첨하거나 투항하는 것이 아니다. 세월을 허송하는 것도 아니며, 재능을 감춘 채 자신에게만 충실한 것도 아니다.

    부정할 것을 부정하며, 사람이 지켜야 할 최저 기본선을 지키는 것, 그게 바로 저조원칙이다."

     

    겉으로 보기에 허송세월 하는 것처럼 보이는 지루한 나날을 보내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는 베이징에서 수천 킬로 떨어진 신장 자치구에 유배되어 살던 16년 동안 이 저조원칙을 지키며 살았다.

    부정할 것을 부정하며, 사람이 지켜야 할 최저 기본선을 지키며 살아가노라면 지루한 세월 속에 진정한 자신이

    될 씨앗이 싹을 틔운다는 것을 그는 삶으로 증명해 보였다.

    심심한 시간은 무엇인가를 우격다짐으로 채워 넣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비우고 또 비워 내는 고독한 순간이다.

    사회가 강권하는 통념을 의심해 보고, 승자 독식주의가 자아내는 쓸쓸함을 비우고,무엇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는

    막막함마저 비우는 시간.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가장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것들은 바로 그 지루한 시간들을

    거친 뒤에야 나온다. 그러니 누군가 "사는 게 참 지루하다"라고 할 때 공연한 걱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리거나

    한심스럽게 여기기 전에 이렇게 말해 보는 건 어떨까. "우리에겐 심심할 권리. 빈둥거릴 권리가 있어. 그 지루함을

    한번 끝까지 파고들어 보는 것도 괜찮아. 지루함 속에 살맛나게 하는 것들이 보석처럼 숨어 있기도 하니까."

     

    더 큰집에서 살아야 하고, 더 좋은 차를 타야하고, 비싼 옷을 사입어야 하고, 비싼 리조트로 여행을 다녀야 하고, 사회가 강권하는 통념을 의심해 보고 그것을 다 비워내고 나면 빈둥거리며 살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게 빈둥거리며 살아보기 딱 좋은 곳이 오지마을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특히 도시의 아주 작은 아파트도 하나 못살 가격으로 넓은 정원이 딸린 큰집을 살 수 있는 호수가의 어느집에 마음이 혹하기도 했는데요.

     

    제가 머물고 있던 캐빈 옆에 매물이 하나 나와있었는데요.  노부부가 은퇴를 하고 남편분이 그 땅을 사고 집을 지으시다가 암에 걸려 돌아가시며 미망인이 혼자 10년동안 집을 가지고 있다가 더는 힘들어서 안되겠다며 파시는 거였는데요.

     

    한참을 살까하고 고민을 하다가 이걸 관리를 하느니 그냥 일년에 한번씩 돈을 내고 캐빈을 빌리는게 더 낫겠다 결론을 지었는데요.  집을 관리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해 보았기에 내릴 수 있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전망을 보는 곳에 별장을 하나 가지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유혹은 떨치기가 힘들었네요.

     

    패들보드를 사고 제일 보람차게 느꼈던 날들이었는데요.  아침 저녁으로 패들보드 위에서 호수를 즐기니 마냥 좋았습니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누구 눈치볼 것없이 마음대로 즐겨서 더 좋았던 듯요.  

    아침 저녁으로 다시 바람넣고 빼고를 안해서 아마 더 그랬을 듯요.

     

    매물로 나온 집 선착장에 패들보드를 정박하고 집구경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치를 보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요.

     

    게스트 하우스에 포치도 전망이 좋습니다.

     

    롯지 주인분으로 부터 그 동네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요.

    여름에 예뻐보이는 그 호숫가로 큰 도시에 부동산가격이 너무 오르며 조기 은퇴를 선택한 사람들이 대도시 집을 팔고

    내려와서 집을 지은 사람들이 있는데 나이가 드시며 다시 도시로 돌아간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중 가장 큰 이유가 집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때 자기 스스로 고칠 줄 모르면 그 근처에서 서비스를 받기가 힘들어서 이고 나이가 들면서 병원을 가야하는데 그 오지에서 병원가기가 힘들어서 라고 하더군요.

     

    한국이라면 시골로 귀촌을 하여도 병원을 가기가 아무리 멀어봐야 2-3시간 차로 가는 거겠지만 이곳에서는 5-6시간 혹은 밴쿠버 정도의 큰 도시로 가려면 12시간 차로 달려야 하니 그렇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거나 말거나 사진은 정말 멋지죠?

    제가 머물렀던 롯지 사장님도 5월에서 10월까지만 그곳에서 사시고 나머지는 문을 닫고 도시에 가서 혹은 멕시코로 가서 겨울을 보내고 오신다니 그곳의 겨울이 상상이 가기는 했습니다. 거기다 6월 7월은 모기가 극성이라 6,7월을 다른곳에 가서 지내다 오는 분들도 계신다고 하니 정말 보는 것과 1년을 살아보기는 다른것 같습니다.

     

    이집 주인분들이 밴쿠버에 집을 팔고 조기 은퇴를 선택해서 이 호숫가에 커다란 집을 지어서 귀촌을 하셨는데요.

    아무것도 안하고 살려고 이런 오지로 왔다기에는 집이 너무 커서 부지런히 관리해야 겠다라는 생각을 했네요.

     

    좋아 보이는 곳은 일주일 혹은 한달 정도 그냥 살아보기 해보는게 최고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해 보았네요.

     

    오늘 하루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캐나다 (Canad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썬픽 스노슈잉  (2) 2021.03.15
    썬픽 빌리지 산책  (0) 2021.03.12
    수상비행기를 타고 만난 비씨주 북부 풍경  (2) 2020.09.21
    Nimpo lake의 이른 아침  (12) 2020.09.17
    호숫가 캐빈에서 빈둥거리기  (2) 2020.09.16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