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Today
Yesterday
Total
  • 이혼하지 않았더라면...
    카테고리 없음 2025. 3. 12. 06:36
    728x90

    올해로 이혼 10년
    세월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지나갔는 지 모르겠다.
    남들은 이혼이 무슨 기념할 일이냐고 하는데 나에게는 결혼 기념일 만큼이나 기념할 일이 이혼이다.
    결혼보다 더 길게 고민을 하였고 결혼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했었고 결혼보다 더 신중하게 준비를 하였었고 결혼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나의 사회적 신분을 바꾸어버리기도 하였고 결혼이 희망에 찬 설레임으로 시작을 하였다면 이혼은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 겨우겨우 한발을 내딛는 것이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것도 나의 선택이었고 그것도 나의 삶이었다.
    그러니 기념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랴.

    10년 전의 나에게 정말 결정 잘 했다고
    정말 용기내기를 잘 했다고 지금의 내가 해주는 칭찬.

    결혼 생활 18년 중 14년을 전남편의 반복되는 외도를 용서하고 용서하고 용서하며 나만 참으면 나만 없던일로 하면 다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꾹 참고 살았었다.

    전남편의 외도라는 것이 정말로 나만 참으면 나만 없었던 일로 하면 내 주위 사람들에게는 없었던 일이 되는 거더라는 것을 살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심지어 외도 당사자에게도.

    나만 참으면, 세월이 흐르면, 나이를 먹으면 이런 비극이 다시 되풀이 되지는 않겠지 그리고 나는 다시 사랑을 받는 아내로 살 수 있겠지 라는 희망이 산산히 부서져 버렸던 n번째 상간녀와 전남편의 카톡대화방을 보게 되었던 날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그것도 내가 열릴때마다 다시 부랴부랴 닫아버렸던 판도라의 상자가 이번에는 다시 닫을 틈도 없이 활짝 열려버렸다.

    그 안에서 나오는 온갖 추악한 사실들에 몸서리치며 아파하고 있느라 그 상자의 마지막에 또 다른 희망과 사랑이 나오는 것을 그때는 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새 삶의 희망과 사랑과 기쁨은 그 판도라의 상자 맨 밑바닥에 있다가 나왔고 이혼을 하고 10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니 그 희망과 사랑과 기쁨이 너무 감사하다.

    이혼하지 않고 그냥 살았으면 나는 지금보다 더 잘 살 수 있었을까?

    경제적으로 더 잘 살았을 지는 모르겠다.  더 큰집에서 더 좋은 차를 타고 더 좋은 옷을 입고 그렇게 살았을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었을까? 라는 질문에는 모르겠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덜 용감하고 덜 이웃을 이해하고 덜 나 자신을 사랑하며 살았을 것 같다.

    이혼을 통해 나도 용기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혼을 통해 나를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이혼을 통해 이혼이라는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었고 이혼을 통해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을 더 보다듬어주게 되었고 이혼 가정 아이들을 사회가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주며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는 지를 알게 되었고 배우게  되었다.  

    결혼보다 나를 더욱 성장 시켰고
    결혼보다 더욱 나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었고
    결혼보다 더 용감한 나를 만나게 해 준 이혼.

    어찌 축하하지 않을 수 있는가?

    10년전 이맘때 무너진 가슴을 부여잡고 단장이 끊어지는 듯한 아픔을 자식앞에서는 보이지 않겠다고 스스로를 부여잡으며 참아내던 그때의 나에게 정말 잘했다고 수고했다고 너는 정말 용감하고 멋진 사람이라고 그리고 그렇게 잘 참고 버티고 살아줬던 시간들도 고맙다고 건네는 인사.

    여러명의 상간녀를 보며 참았던 그 14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는 아무런 후회도 없이 더욱 이혼을 잘 했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기에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밤새 기도를 했던 나에게 정말 수고했다고 고맙다고 너의 그 인내는 이렇게 빛을 발하고 너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고 내 지금의 하루하루로 이야기를 한다.
    매일 매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기며 열심히 행복해 하는 것으로.  

    그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들 속에 나를 단단히 붙잡고 인도해주신 주님께 감사하며

    여호화는 나의 빛이요 나의 구원이시니 내가 누구를 두려워하리요.  여호화는 내 생명의 능력이시니 내가 누구를 무서워하리요 (시편 27:1)


Designed by Tistory.